천사의 그림자

 

                   김종욱

 

꿈은 현실이 아님을 알게 된 자, 불행한가!

그러나 다시 꿈속에 사로잡혀

구속에 고통하는 아이는 자유롭다

 

저항 또 저항

파도를 가르는 배는 검은 바다에 갇혀서도

물결이라는 허상을 저어간다

필멸의 환상이 거짓일지라도

 

나의 몸은 어두워져가지만

아름다움을 갈구하는 마음은 빛을 더해간다

검은 수면에서 춤추는 새처럼

 

불가능한 가능성을 위하여

한 번이라도 흘린 눈물의 무게는

천사의 그림자 속으로 가라앉는다

펄럭이는 날개의 그림자 속으로

태양도 집어삼키는 검은 파도가 되어

 

파도는 운명이라 했던가

중력은 세월을 흐르게 한다 했던가

 

어쩌면 인간의 이기심은 당연해

두려움 속에서의 고된 몸부림

작은 태양이라도 붙들고 싶어

내 날개의 화상은 깊은 그림자보다도 지독하지

 

그리워 나와 부딪히는 공허의 눈빛이

나의 이기심이 가벼워 날아오를 때도

그림자 속의 진실은 땅을 기어야 했지

우주 역시 그 그림자 속에 있어

태양도 어둠도 별도

 

별을 조각하는 날카롭고 차가운 흑요석의 파편

그 날카로움에 베여 조개처럼 입을 연 어둠

지나온 시간들이 눈물이 된 행성들은

진주가 되어 뱉어졌지

 

태양계는 진주로 이루어진 목걸이

공허의 여신의 목에 걸어주려 하네

차갑도록 매끄러운 목에

 

태양이 나를 완전히 태워버리면

데려다줘 나를

언제나 마음속에 남아있는 결핍,

검은 바다 위에 떠있는 나의 집으로

 

완전한 해방 완전한 안식으로

진주 구슬이 되어 너의 목에 걸릴 수 있게

날아오르는 꿈을 꾸는 한 인간의 그림자 속으로

 

 

 

 

 

 

 

 

 

 

 

 

 

 

저작권자 © 본헤럴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