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신배 교수의 구약이야기(54) - 예언자의 세계 (9)

박신배 교수 / 연세대 구약학 박사 현 그리스도대 구약교수 창조문학 편집위원 한국 평화학회 부회장 한국 구약학회 부회장 KC대 전 총장

바벨론 포로 생활은 유다 백성들의 두 차례 이주였던 주전 597년과 587년에 이뤄진다. 이 기간에 활동한 이사야 예언자를 제 2이사야(사40-55장)라고 부른다.

6세기 중반에 바빌론 지역에서 새로운 변화가 생긴다. 페르시아의 고레스 황제가 이 지역을 다스린다. 고레스는 바빌론 지역을 차지하고 빠르게 그 권력을 확대하여 주전 546년 리디아의 크로수스(King Croesus of Lydia)왕을 무너뜨리고, 주전 539년에는 바빌론 도시를 정복하는데 성공하여 자신이 바빌론 제국의 황제가 되었다. 제 2이사야서에서 고레스라는 말을 여러 차례 사용한다. 그러나 바빌론 포위에 대한 언급은 명확히 없다.

느부갓네살 왕이 예루살렘을 두 차례 포위하면서 바빌론의 포로생활이 시작되었다. 포로생활의 정보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그들은 바빌론의 특정 지역에 살면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었다. 역사를 주관하는 하나님이 바빌론 제국을 통해 포로로 끌려 가게하고, 또 페르시아 고레스 황제를 통해 다시 돌아가게 하였다.

이러한 역사를 갖는 이유를 이사야서는 신학적으로 묻게 된다. 이스라엘과 하나님의 관계 속에서 족장시대부터 역사하신 하나님이 모세와 다윗 시대를 거쳐 인도하신다. 하나님이 어렵고 힘든 시대를 거쳐 국가 존립이 해체된 위기의 시대에도 돕고 계신가? 이스라엘을 여전히 포기하지 않았는가? 바빌론이 승리하고 바빌론의 신이 이스라엘의 하나님을 지배하는 것은 아닌가? 실제로 바빌론의 신이 이스라엘의 하나님보다 강한 것은 아닌가? 여호와는 실제 위대하고 유일한 하나님이신데 다른 모든 신들보다 더 크신 하나님이신가? 그들이 이전부터 믿고 있고 고백하였던 그 하나님이 맞는가? 신학적으로 깊은 반성과 회고를 하며 성찰을 하게 되었다.

이 포로 시대의 의심과 질문들이 포로민들의 마음과 생각 속에는 계속하여 차지하고 있었다. 하나님이 살아계시는가? 하나님은 의로우신가? 포로민들의 상황이, 외적으로는 너무 나쁜 상태가 되었고 어려움이 가중되어서 내적 갈등들이 심해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고난의 신학적 설명과 도움의 요청 뿐 만 아니라 권고와 경고까지도 제기하는 예언자의 소리가 있었다. 그것이 바로 제 2이사야였고, 또 한 명 에스겔 예언자였다. 예언자이면서 제사장적인 인물인 에스겔은 외국 땅에서 하나님은 여전히 이스라엘과 함께 하는가. 예루살렘 성전에 여전히 현존하시는가. 특별한 비전을 통해 하나님을 보고 현란한 광채로 계시는 하나님, 이스라엘이 포로로 붙잡혀 가서 오랜 세월 지내도 성전에 여전히 계신다는 목소리를 들려준다. 에스겔은 의심 없이 이스라엘이 포로생활을 몇 십 년 하고 있지만 이스라엘 역사의 연속성이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중요한 기여를 하고 있다.

“너희는 정다이 예루살렘에 말하며 그것에게 외쳐 고하라. 그 복역의 때가 끝났고 그 죄악의 사함을 입었느니라. 그 모든 죄를 인하여 여호와의 손에서 배나 받았느니라 할지니라”(사40:2). 제 2이사야서에서는 “두려워하지 말라”, 위로하는 말로 “내가 너를 구속하였나니, 너는 내 것이라”는 말을 반복적으로 한다. “두려워 말라 내가 너와 함께 함이니라 놀라지 말라 나는 네 하나님이 됨이니라 내가 너를 굳세게 하리라 참으로 너를 도와주리라 참으로 나의 의로운 오른손으로 너를 붙들리라”(사41:10).

이 성경 본문은 아름답고 가장 인상적인 말로 되어있고, 많은 부분은 기독교인들에게 친숙하고 우리의 교회 예배에서 자주 사용하는 말이다. “여호와께 구속된 자들이 돌아와서 노래하며 시온으로 들어와서 그 머리 위에 영영한 기쁨을 쓰고 즐거움과 기쁨을 얻으리니 슬픔과 탄식이 달아 나리이다”(사51:11).

“오직 시온이 이르기를 여호와께서 나를 버리시며 주께서 나를 잊으셨다 하였거니와”(사49:14). 또는 “야곱아 네가 어찌하여 말하며 이스라엘아 네가 어찌하여 이르기를 내 사정은 여호와께 숨겨졌으며 원통한 것은 내 하나님에게서 수리하심을 받지 못한다 하느냐”(사40:27). 포로 생활하는 이스라엘 백성들은 하나님이 살아계시는가, 하나님이 우리를 포기하고 잊어버리지 않았는가. 우리의 운명은 더 이상 하나님의 관심에서 벗어나지 않았는가. 이러한 절망적인 상황은 포로민들에게 제기되는 질문이지만 나라 없는 백성들에게도 좋은 소식이 되었다(사52:7). 일제 시대 때 우리 민족에게도 복음과 같은 하나님의 말씀(이사야 말씀)으로 다가와 소망을 주고 나라를 찾는 희망의 근거가 되었던 것이다.

“하늘이여 노래하라 땅이여 기뻐하라 산들이여 즐거이 노래하라 여호와가 그 백성을 위로하였은즉 그 고난당한 자를 긍휼히 여길 것임이니라”(사4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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