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차이를 이해하면 세계인들과 더 친숙해질 수 있다.

호주의 다양한 문화 중 하나가 훅 (hook) 문화라는 게 있다. 꼭 호주 문화라기보다는 서양인들의 마음에 잠재해 있는 문화라고도 할 수 있다. 영어로 hook(훅)은 ‘덫’, ‘고리’, ‘낚싯바늘’, ‘갈고리’의 뜻이 있다. 굳이 한국어로 옮기자면 낚시 문화, 덫 문화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훅 문화(hook culture)는 상대방에 대해 한 번 낚싯밥을 던졌을 때 그 사람이 어떤 반응을 하는지에 따라 대처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을 말한다. 낚시 문화는 우리 한국 정서로 보면 뒷말이나, 수군거림으로 이해될 수 있다.

김동규목사. The University of Sydeny. Ph.D(종교학), 본헤럴드 호주 특판원

저서 - 한국 기독교와 문화 : 한국교회의 하느님.하나님 이해(신성출판사, 2014)

언젠가 내가 아는 종교학 박사 시드(Syd)는 호주에 훅 문화 (hook culture)가 있는데, 한국 사람이 제일 잘 걸려든다고 말했다. 한국 사람은 훅 문화에 화로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화부터 내는 것은 조심하는 게 좋다. 서양인들은 지나가는 말로 슬쩍슬쩍 낚시 미끼 같은 말을 잘 던진다. 특히 호주인들은 이런 미끼를 농담조의 말로 알고, 오히려 유머로 슬쩍 받아넘기는데 능하다. 반면에 한국 사람들은 이들의 덫 문화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고 화부터 내는 경향이 더러 있다.

시드는 구체적으로 한 가지 예를 들려주었다. 시드 박사가 한국인 학생에게 영어 문법을 무료로 교정해주었다. 그래서 한국인 친구는 시드에게 그 은혜를 돈 대신 밥이나 다른 선물 같은 것으로 고마움을 표시했다. 시드 박사가 어느 날 한국인 학생에게 농담조로, 본인이 일 하면 시간당 얼마를 받는다고 말했다. 농담 속에 진담이 들어 있는 말이기도 하다. 그 학생은 돈 대신 음식이나 선물로 그 도움에 보답 했다고 말하며, 또 친한 친구 사이인데 돈을 받을 수 있느냐 하며 화를 버럭 냈다고 한다. 이와 같은 예를 들며, 시드 박사는 특히 한국 사람이 서양인의 낚시 문화에 잘 걸려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 말은 시드는 이왕이면 밥이나 선물보다 본인에게 필요한 돈으로 그 고마움을 표현해주었으면 더 좋겠다는 뉘앙스가 담겨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알고 보면 한국 사람이 오히려 낚시 문화에 잘 넘어가지 않는 민족 중의 하나다. 미국이 북한을 공격할 것처럼 언론에 흘리는 것도 일종의 덫 문화도 일부 깔렸다고 본다. 북한을 당장이라도 공격할 거처럼 언론에 흘리고 있다. 웬만한 국민은 이 정도면 당장 전쟁이라도 날듯싶어 가게는 사재기 현상이 일어날 법도 한데, 이럴 때마다 한국사회는 쉽게 동요되지 않았다. 물론 이런 보도가 항상 낚시 같은 보도라는 말은 아니다. 때로는 낚시성 보도가 많이 깔린 경우가 있다는 말이다.

서양인들의 낚시(hook) 문화의 덫에 걸리지 말고, 유머로 받아넘길 수 있어야 한다. 저들끼리 수군거리고, 뒤통수에 대고 무슨 말을 할지라도, 여유와 미소를 잃지 말고, 돌아서서 웃으며 ‘너희들 나에 대해 좋은 말 하는 거지?’ 하고 유머로 받아넘길 수 있으면 좋을 것이다. 그래야 서양인들과 더 빨리 친해질 수 있다. 서양인들이 훅하고 낚으려 하면, 화부터 내기보다는 유머로 받아넘기는 여유를 가져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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