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배 교수, 전)감신대학교 교수

저자 이정배 교수

저자의 말...

 

공교롭게 444쪽의 책이 되었습니다. 우연치곤 큰 우연입니다. 곰곰히 생각해 봅니다. 그 뜻을요.

루터는 세개의 '오직'을 말했으나 이 책은 세개의 '탈'을 말하고 있습니다. 성장주의, 성직주의 그리고 가부장제 입니다. 3개의 '오직'교리가 이들 세 '주의'를 유지시키는 이념으로 오용되고 남용된 현실을 살폈습니다. 그렇고보니 444쪽은 죽을 '사사사'로 읽어도 좋겠습니다. 이들 세 '주의'가 죽어야 기독교가 사는 까닭입니다.

저는 이 책을 못난 선배들 탓에 자신들 미래를 빼앗긴 젊은 신학생들에게 헌정했습니다. 우리들 잘못을 뉘우치는 심정으로지요. 숫자가 주는 우연이 신기해서 이렇듯 몇자 적었습니다. 이로써 종교개혁 500년을 위해 계획했던 모든 일정이 끝났습니다. 허전해하지 않겠습니다. 쓰여진 글들의 힘을 믿으며 용기를 갖습니다. 그간 이/저런 글들을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말씀 전합니다.

이책 서문에서 저는 신학자들의 반란이 필요한 시대가 되었다고 적었습니다. 포로기 말엽 제사장들이 타락하자 그들 곁에서 을질하며 살던 서기관들이 반란을 일으켜 이스라엘 백성들을 신학운동을 통해 새롭게 이끌었던 역사를 알기 때문입니다.

지금이 바로 그 적기입니다. 3천명이 넘는 신학자들이 한국 땅에 존재합니다. 대개는 강단에서, 상당수는 큰교회에서 역할들을 맡고 삶을 유지합니다. 아주 힘들고 곤욕스럽게 말입니다. 많은 경우 소신도 꺽으면서요. 만족하고 있다면 더 큰일이겠지요. 용비어천가를 쓰며 생존하는 이들도 있다하니 걱정스럽습니다.

신학대학마다 문제없는 곳이 없고 대형교회들마다 부자세습의 유혹으로 피폐해가는 현실에서 이제 신학자들의 역할이 상아탑과 을질을 강요하는 교회구조 속에만 머물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때 서기관들이 그랬듯이 말입니다. 함께 새로운 신학운동을 펼쳐야 할 시점이 아닐까요?

함께 말입니다. 개별적으로 누구나 하는 말 내밷지 말고 이토록 망가진 교회현실에 반란을 일으켜야 하지 않겠습니까? 반란이란 말은 신학자 호슬리의 표현입니다만, 그말 그대로 사용하고 싶습니다. 교회가 이렇게 조롱받고 신학대학들이 학생들의 미래를 빼앗으며 망가지는 현실, 그 안에서 안주하는 것이 얼마나 힘들겠나요? 2017년 이 해가 지나가기 전에 함께 모이자는 소리들이 이저곳에서 들려지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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