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올림픽이 열렸던 그 해 12월 4일 이었다, 일 년 이상 병원생활로 지쳐있는 아내에게 나는 가능한 일찍 퇴근 하려고 노력 하였고 혹시 퇴근이 늦으면 집에 전화해서 어디서 누구 하고 무엇 하는지 아주 자세히 얘기를 해 주었다. 나도 늦은 시간이 되면 집과 아내가 불안해 졌고 마음이 항상 조바심이 나며 편하지가 않았다. 심지어는 여자 있는 술집에서 술을 마실 때에도 위치를 자세히 설명해 주었고 몇 시 까지는 집에 가겠노라고 약속을 했다.  그러니까 집에서는 궁금하지 않았다.

12월 4일은 나를 위해 금식 기도한 미스김의 송별회식을 하는 날 이었다. 나는 그 날 모임 후에 아무 연락 없이 집에 들어오지 않았고 아내는 내가 무조건 사망 아니면 실종 이라고 생각 하며 걱정을 했다. 또 한 그 날 밤 회사의 직원들에게도 모두 연락을 해 보았는데 모두가 집에 들어오고 외박 하는 직원이 한명도 없었다. 그리고는 술집에서 내가 제일 먼저 나가서 집에 일찍 들어간 줄 알았다는 대답이었다. 

집이나 회사 직원들 생각은 내가 나쁜 사람들 만나서 이 추운 날씨에 밖에 버려져서 동사라도 했으면 어떻게 하나? 아니면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고 말을 못하고 있을까? 오직 불길한 생각 뿐 이었다. 아내는 초긴장 속에서 완전히 밤을 새웠고 아침에 되어서야 나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내가 죽지 않고 살아 있다고 하니까 첫 마디가 "당신 다친 곳은 없어요? 몸은 괜찮아요?"  "조심해서 천천히 집으로 오세요!" 오히려 나를 걱정 해 주었다.

아내와 통화 후에 내 주위를 살펴보니까 지난밤은 분명이 천호동에 있었는데 12월 5일 아침은 대림동 이었다.  일명 꽃뱀 사건이었다. 현금은 모두 털리고 만 원짜리 한 개와 천 원짜리 몇 개를  내주머니에 남겨 놓아서 택시타고 성남의 집까지 갈수 있었다.

아파트단지 입구에서 내려서 허겁지겁 오르막길로 올라가는 도중에 하필이면 순복음 교회 구역장과 구역식구들을 만났다.

"혹시? 새신자 가족의 아저씨?" " 예! 제가 맞습니다!" 나는  대답 했다. 그 날은 아내가 교회에 나가기 시작한지 꼭 한 달이 되는 날 이었다. 그 분들은 구역식구들로서 아내가 애기들 셋을 데리고 교회가기가 힘들다고 도와주시는 분들이었다. 나의 등 뒤로 비추이는 아침 햇살은 그 분들의 얼굴에 정면으로 비추었고 교회에 나가기 위해서 예쁘게 화장한 얼굴에 아침 햇살을 가득 받으니까 그 분들의 얼굴이 너무나 아름답고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분하고 억울하고 미안하고 죄인이 되어서  초췌해진 내 자신이 교회를 향하는 천사 같은 그 분들의 얼굴을 감히 똑바로 쳐다 볼 수 가 없었다.

집에 들어섰을 때에 아내의 첫마디는 "나를 모두 용서 해 주겠다"고 했다. 그리고  몸을 다치지 않고 건강하게 들어와서 감사 하다고 했다. 천천히 나를 살펴보고 또 살펴보면서 정말로 다친 곳이 없는지 확인을 했다. 그리고는 모든 것을 다 용서해 주고 회사 공금을 잃어버렸으면 아파트라도 팔아서 해결한다고 했다. 그러나 자기는 너무 궁금하니까 어제 밤에 있었던 사실 그대로 말이나 해 주라고 했다. 차라리 큰소리라도 치고 싸우자고 덤비면 미안하다고 사과라도 하겠는데 먼저 용서를 해주니까 내가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그래서 더욱더 미안 하고 내 자신이 너무 초라하기도 해서 다음부터는  이런 일은 절대 없고 당신 말 잘 듣고 당신이 하고 싶은 것 있으면 꼭 해주겠다고 진심으로 이야기를 했다. 그랬더니 아내는 나보고 목욕하고 잠이나 푹 자라고 했다.  자기는 아이들 데리고 오후에 교회에 간다고 했다. 그래서 나도 아내가 아이들 셋을 데리고 가는 것이 힘드니까 함께 교회에 가겠다고 했다. 그러나 아내의 소원은 나하고 함께 교회에 가는 것이 맞는데 천천히 생각해 보라고 했다.

나는 오늘부터 즉시 나가겠다고 다시 말했더니 아내는 나에게 다시 한번 다짐을 했다. 교회에 나가겠다고 약속 하는 것은 자기하고의 약속이 아니고 하나님과의 약속이기 때문에 오늘 약속하고 다음 주에 약속을 안 지키면 절대 안 된다고 하면서 쉽게 약속하지 말라고 했다. 나도 다시 한번 약속 했다.  틀림없이 약속을 지킬 것이며 교회에 열심히 나가겠다고 했다. 아내의 용서가 나로 하여금 한 번에 결심하고 절대로 변함없는 약속을 하게 되었다.

나는 그 날 그 시간 이후로 술과 담배와 여자를 끊고 교회에 출석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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