샬롬! 저는 경기도 광주시 광주성결교회를 섬기고 있는 조완호 집사입니다. 목표를 바라보면서 정신없이 달려온 지난 60여년의 세월을 잠시 내려놓고  조용히 지난 시간들을  되돌아  보았습니다. 삶의 굴곡이 심해서 평범한 분들과 비교해 보면 삶의 길이가 서너 배는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때마다 저와 제 가족을 건져 주시는 주님께 감사드리는 마음으로 저의 삶을 되돌아보았습니다. 저의 표현이 부족하지만 서툴지만 끝까지 읽어 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건설 경기가 최고로 좋았던 70-80년대에 1군 건설회사 구매과에 근무하고 있으면 찾아오는 손님들이 많았다. 대부분은 자기회사와 거래하자는 사장이나 영업부 직원이었지만 간혹 밤업소에서 종사 하는 분들도 심심치않게 찾아왔다. 또한 국내 현장에 근무하면서 맨 먼저 배운 것이 술집에 가서 마음껏 마시고 싸인 하는 것 이었다. 그렇게 해서 시작된 싸인이 무려 12년!  결혼을 한 뒤에도 그 굴레에서 벗어나지를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아내에게 무조건 항복하고 교회에 첫 발걸음을 함과 동시에 술과 담배를 끊겠노라고 선언을 했으니 더 이상 퇴근하고 방황을 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내 평생을 즐기던 퇴근 후의 밤이 없어지니까 금단 현상이랄까? 몸은 집에 들어와 있어도 마음은 안과 밖을 오락가락 하고 있었다. 그럴 즈음에 우리를 인도하시는 조장님이 금요일 저녁에도 예배가 있으니 한번 참석해보라고 했다.  퇴근 후에 어디든 못가서 좌불안석인 나에게 아주 좋은 소식 이었다. 어디든 가서 시간을 보내고 집에 가야 마음이 편안해 질 것 같았다. 그렇게 해서 참석한 금요심야예배 시간은 또 다른 광란의 시간 이었다. 내가 그동안 놀아 본 것은 술 마시고 미친 듯이 놀았다면, 그 곳은 술을 안마시고도 미친 듯이 두 손을 번쩍들고 함성을 지르고 있었다.   
     
기도를 인도하는 목사께서 우리를 보고 자기의 잘못을 회개하는 기도를 하라고 했다. 나는 설교도 모르고 기도는 더더욱 모르지만 입에서 나오는 대로 무조건 소리를 질러 댔다. "여보야! 미안하다! 이번 일은 내가 잘못 했어! 다음부터 잘 할께!" 나도 무식 할 정도로 소리를 질러 대지만 주위의 목소리와 밴드의 음악 소리가  워낙 크기 때문에 옆 사람을 의식하지 않았고 나 또한 옆 사람의 기도 소리가 나한테 들리지도 않았다.  모든 소리는 소음이 되어서 밴드의 음악소리에 즉시 묻혀 버렸다! 고함치기 딱 좋은 환경이었다. 처음 참석한 심야예배가 초여름 쯤 이었는데 그렇게 기도를 몇 번 반복하니까 등에서 땀이 나는 것을 느꼈다.

기도 인도 하시는 목사님도 수시로 땀을 닦으면서 인도 했다. 무더운 실내공기 속에서 악에 가까운 소리를 지르며 땀을 쫙 흘리고 난 다음에, 예배가 끝나고 밖으로 나오니까 시원한 바람이 마중을 했다. 마음이 그렇게 상쾌할 수가 없었다. 일종의 스트레스 해소법이 되었다. 완전 초보 신앙인이라서 은혜가 뭔지 성령이 뭔지도 모르고 단순히 스트레스 해소 차원 이었다

그렇게 몇 주간을 심야예배에 참석 하니까 더더욱 기분 좋은 것은 퇴근 시간에 집에서 늦게 들어가면 잔소리를 했던 아내도 교회에 다녀오는 날은 아주 아주 잘 했다고 하면서 칭찬만 해 주었다. 조장님은 초신자가 금요심야 예배까지 열심히 다닌다면서 격려와 사랑을 무한정 주셨다.

그런데 술집 대신 교회를 다니면서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12년 된 외상 술 값을 갚을 수 있었다. 12년 술값이라면 한 번의 외상값이 12년이 되었다는 것이 아니고 매월 말일에 외상값 중에서 절반쯤 갚고 나머지는 다음 달로 연기한다. 물론 술집에서도 한 번에 다 갚으라고 하지도 않았다. 그러면 다음 달에 한 달만 술집에 안가면 외상술 값을 완전히 갚을 수 있고 외상거래도 끊을 수가 있는데 그것이 마음대로 안되고 또 다시 술집으로 향한 발걸음이 반복되었다.

그런데 어느 날 오후에 가락동 시장 맞은편의 술집에서 외상값을 갚았다. 그리고 다음은 어느 술집인가 살펴보니까 더 이상 외상값을 갚을 곳이 없다. 지금 같았으면 "할렐루야! 주님 감사 합니다!"  했을텐데, 그 때는 그저 두 주먹 불끈 쥐고 "얏호! 신난다!" 하고 외쳤다. 그래도 하나님한테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나 혼자 스스로 기도라는 것을 처음으로 해 보기로 했다. 조용한 주택가의 골목 길에 차를 세워 놓고 누가 보고 있는지 확인하고 두 손을 모았다. 내 생에서 스스로 하는 첫 번째 기도였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저는 자유인이 되었습니다."  그 순간에는 깊고 깜깜한 소굴에서 뛰쳐나와 밝은 빛을 온몸으로 맞는 느낌이었다. 정말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큰 해방감을 만끽했다. 그 지긋지긋한 외상 술값에서 탈출을 했던 것이다. 요즘의 표현으로는 구원의 기쁨과 감격 그 이상 이었다. 물론 그 뒤로도 술 과 담배 그리고 여자가 있는 술집에서 유혹이 있었지만 단호하게 거절 했다.

부활절 주일의 말씀 중에서 구습에서 벗어나고 영과 육을 유혹하는 나쁜 습관들을 물리치고 기호식품이나 즐거운 놀이도 절제 하면서 주님의 고난에 동참하자는 말씀을 들었다. 내 평생에 어떤 고난에 동참하고 또 그 어떤 회개기도를 한다고 해도 그때처럼 죄에서 해방되는 감격은 느끼지 못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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