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악몽

 

                          김종욱

 

잠들어버린 얼음빛 새벽

비현실적인 폭설에 묻히다

 

죽은 듯이 잠든 사람들도 분명

숨을 쉬고 있을 것이다

속삭이는 죽음의 목소리를 옆에 두고

 

얼어붙은 사람마다

뜨거운 죽음이 괴롭힌다

눈을 떠도 안돼

완전히 잠들어도 안돼

넌 나의 장난감!

 

꿈속에서 뜨거운 태양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웬일인지 고개를 돌리고 싶지 않아

눈이 타들어가도록 두었다

누더기를 걸친 농부들이

땀 흘려 일하고 있는 광활한

밀밭이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이 보였다

춤추는 밀밭, 실은 눈보라였는데

 

하얀 무덤의 언덕에

하얀 풍차처럼 돌아가는 눈보라

라만차의 설인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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