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이 좋다 1

 

서로 대문 마주해서
열면 인사하기 편하다
앞에서 누가 와도
누구인지 알 수 있다
아무도 모르게 혼자 걷기 좋고
조씨 할머니가 햇볕 드는 곳
오늘도 앉자 웃어 주어 좋다
어떤 집 벽에는 아직 가시철망
낮은 쪽문 열리면
세든 집 살림 다 보인다
어느 집 저녁 생선 굽는 냄새 날아가지 않는다
입구에선 벌써 이른 저녁 술판
길게 뻗어 있는 골목으로
아침이 들어 왔다
저녁이 왔다 간다
세상 등질 김판복이 기침 소리 들려온다
나는 골목이 좋다

 

최충산 목사, 예장합동 개금교회를 은퇴하고 경남 고성에서 바이블학당을 운영하며 시인으로 작품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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