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공작
김종욱
그날은 몸이 뜨거웠다 화려한 색깔들에 병들어 있을 때
아름다운 음악들이 내게 눈물을 강요하고 지치게 할 때
네가 꿈처럼 걸어왔다 음소거의 눈빛과 무채색의 날개로
우아한 위엄은 숨이 막히게 하얗고 눈이 부셨다
고이 접은 날개를 웨딩드레스의 트레인처럼 낮게 스치며 네가 사뿐히 밟고 지나는 곳에선 빛과 꽃들이 고개 숙이고 숲과 숨소리들이 하얀 옷을 입었다
고요했고 차가웠고 아름다웠다 너의 날개 아래서 나도 몸이 뜨거웠다
네가 불현듯 날개를 펼칠 때 첫눈이 내리고 내 귓가에 네 이름을 속삭일 때 눈이 소곤소곤 쌓이는 소리가 들린다 너는 아름답게 죽어가는 창백한 이름들의 여왕이었다
나도 아름다운 죽음이고 싶었는데 숨결은 난로처럼 뜨거워졌다
네가 하얀 날개로 나를 안을 때 그날은 몸이 몹시도 뜨거웠다 |
김종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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