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에 개봉한 러빙 빈센트는 영국-폴란드 애니메이션 독립영화이며, 제 30회 유러피안 필름 어워즈에서 최우수 애니메이션상 수상, 제75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 애니메이션 영화상 후보에 오른 수작이다. 

개봉 전부터 주목을 받았는데 그 이유는 바로 세계 최초로 손으로 그린 유화 장편 애니메이션이기 때문이다. 그것도 오디션으로 107명의 화가들이 동원되어 5년간에 걸쳐 고흐의 화풍을 그대로 재현해냈다. 영화 중간중간에는 그의 작품을 그대로 재현한 장면들이 수십차례 등장한다. (예: 별이 빛나는 밤, 가셰박사의 초상, 우편 배달부 루랭, 까마귀가 나는 밀밭 등등) 이런 장인정신만으로도 여러 평론가들이 호평을 내렸고 IMDb나 레딧 영화 게시판 등에서도 화제를 모았다.

영화의 제목인 "Loving Vincent"는 빈센트가 테오에게 보낸 편지에 적은 서명 "너를 사랑하는 빈센트"를 인용한 것이다. 주로 빈센트 반 고흐의 죽음을 둘러싼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화가 '빈센트'의 죽음 후 1년. '아르망'은 그의 그림을 사랑했던 아버지의 부탁을 받고, '빈센트'의 편지를 전달하기 위해 마지막으로 살았던 오베르를 찾는다. 그곳에서 마르그리트, 아들린, 폴 가셰 등 '빈센트'와 함께 했던 이들을 만나면서 그에 대한 몰랐던 놀라운 사실들을 알게 되는데...

아날로그적인 수작업 제작방식으로 화제가 되었던 작품이지만 디지털도 활용되었다. 작품의 제작 과정은 그린스크린 배경으로 영화 촬영 - 배경 등의 부가 요소를 CG로 합성 - 해당 장면을 고흐 풍으로 유화 캔버스에 다시 그리는 형태로 진행되었는데, 실사 촬영 장면을 베이스로 한 만큼 영화적인 문법 상 전체적인 촬영 구도나 연출이 애니메이션보다는 실사영화에 가깝다.

영화에 참여한 125명의 애니메이터와 화가들이 제작해 사용된 유화 프레임은 총 6만 장이 넘으며, 실 제작 기간만 따져도 5년이 넘게 걸렸다. 모든 프레임을 별도 제작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기 때문에 몇 프레임은 완성된 작품 위에 덧칠해 다시 그리는 형태로 제작되었다. 애니메이션 감독이 지휘한 프로젝트이지만 전문 애니메이터 대신 유화 전공 화가를 섭외해 작업했는데, 애니메이터들이 가진 고유의 스타일이 작품에 영향을 줄 수 있고, 고흐의 화풍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서였다고 밝혔다.

영화 내내 고흐의 작품이 오마주된다. 과거 회상을 제외하면 모든 등장인물이 고흐의 인물화에 등장한 적이 있고, 포즈나 의상을 활용해 고흐의 작품을 재현한다. 작품의 배경으로 등장하는 풍경들 역시 고흐의 유명 풍경화를 그대로 옮겨왔다. 작품의 배경이 여름이기 때문에 고흐의 겨울 낮 그림을 여름 밤 배경으로 바꾸는 방식으로 플롯에 맞추어 고흐의 기존 그림을 변형한 것도 다소 있다. 

영화가 고흐의 개인사를 치밀하게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고흐에 대한 배경 지식이 있을 수록 영화를 더 즐길 수 있다. 아르망이 아버지의 부탁으로 테오와 가셰 박사를 찾아다니는 내용은 허구이지만, 아를 사람들이 고흐의 추방 청원을 한 것과 고흐와 가셰, 마르게리트와의 관계, 고흐 사망 몇 주 전에 있었던 말다툼, 고흐가 르네를 비롯한 동네 한량들에게 괴롭힘을 당한 것을 비롯해 영화에서 언급되는 과거 사건은 모두 실화이다. 영화에서도 엔딩 크레딧에 실존 등장인물들의 이후 행적을 간략하게 소개한다.

고흐는 젊은 시인 겸 평론가 알베르 오리에의 기고문과 독립 예술가전에서 동료 예술가들의 호평을 통해 서서히 유망주로 주목받던 상황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자살을 선택했기 때문에 매독설, 타살설 등 사망 원인에 대한 수많은 추측이 아직까지도 나오고 있다. 영화는 고흐의 죽음에 르네가 개입되었을 수 있다는 비교적 최신 가설을 채택하면서도 설 자체의 신빙성에 대해서는 다소 유보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또한 고흐의 잘린 귀에 대한 새로운 증거가 발견되면서, 제작진은 3천여 점의 프레임을 수정해 귀의 잘린 모양을 바꾸었다.

영화의 엔딩에 삽입된 곡은 리앤 라 하바스가 부른 "Vincent"의 커버이다. Vincent는 돈 매클레인의 대표곡이자 그가 반 고흐의 전기를 읽고 영감을 얻어 작곡한 헌정곡으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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