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수기 22장 20절, 22절에 대한 해석

스데반 황 목사 (그리스도의보혈교회, 연세대학교 전자공학, 미국 필라 웨스트민스터 목회학 석사, 비블리컬신학교 신학석사. 현재 인천 송도거주)

민 22:20-23 밤에 하나님이 발람에게 임하여 이르시되 그 사람들이 너를 부르러 왔거든 일어나 함께 가라 그러나 내가 네게 이르는 말만 준행할지니라 21 발람이 아침에 일어나서 자기 나귀에 안장을 지우고 모압 고관들과 함께 가 22 그가 감으로 말미암아 하나님이 진노하시므로 여호와의 사자가 그를 막으려고 길에 서니라 (개정 개역)

일년 통독을 하다가 위 구절에 대해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아 고민하게 되었다. 여러 주석들을 살펴보니 다양한 해석들이 있었다. 주로 그 해석들은 22절을 “발람이 갔기 때문에” 하나님이 진노하신 것으로 전제를 하고 왜 하나님이 발람이 간 사실에 대해 진노하였는지를 설명하고 있었다. 문제는 20절이다. 20절을 보면 하나님께서 발람에게 발락의 종들이 부르러 왔으면 그들을 따라 가라고 허락하신다. 이에 칼뱅을 비롯한 수많은 주석 내용은 하나님의 ‘풍자적’ 허락으로서 사실은 하나님의 뜻을 거역하려는 발람을 심판하기 위해 방임하는 것이지 실제로 발락의 종들을 따라가라고 뜻하지는 아니한 것이라는 견해를 지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필자는 원어로 22절을 대하면서 22절 해석을 ‘발람이 떠나는 때’라고 해석하면 모든 것이 매우 자연스럽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즉, 발람이 떠났기 때문이 아니라 발람이 떠나는 때에 하나님께서 진노하셨다고 보면 되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는 20절에서의 하나님의 허락에 대해 무리한 해석을 할 필요가 없어진다. 즉, "발람이 떠날 때"로 번역하면 하나님께서 진노하신 이유를 발람이 떠난 사실에서 찾아볼 것이 아니라 22장 전체 맥락에서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22절을 “발람이 떠나는 때” 하나님께서 진노하셨다고 해석한 후 (원어 해석에 있어서 문법적으로는 전혀 하자가 없다) 하나님의 진노 원인을 22장 문맥에서 찾아보려고 시도하였다. 그러자 하나님의 진노 원인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즉, 발람의 마음 속에는 이미 이스라엘 백성을 저주하고자 하였던 의도가 분명했기에 주께서 진노하신 것이다.

이에 대한 증거는 34-35절이다.

“발람이 여호와의 사자에게 말하되 내가 범죄하였나이다 당신이 나를 막으려고 길에 서신 줄을 내가 알지 못하였나이다 당신이 이를 기뻐하지 아니하시면 나는 돌아가겠나이다. 여호와의 사자가 발람에게 이르되 그 사람들과 함께 가라 내가 네게 이르는 말만 말할지니라 발람이 발락의 고관들과 함께 가니라.”

즉, 35절 역시 똑같은 주의 말씀을 반복하는데, 가는 것은 허용하지만 전하는 말은 반드시 주의 말씀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발람 역시 어쩔 수 없이 자신은 하나님의 말씀만을 전할 수 밖에 없다고 발락에게 알려준다. 이는 주의 천사를 만나 당나귀가 막는 사건만 없었다면 얼마든지 발락의 요구대로 실컷 거짓 예언을 하며 이스라엘 민족을 저주할 속셈이었던 것이다. 이에 발람은 하나님 명령을 어기고 거짓 선지자의 역할을 하려는 속셈으로 떠나다가 들통남으로 인하여 하나님 앞에서 자신의 죄를 시인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러한 속셈으로 발람이 떠날 때에 하나님께서 진노하신 것이다. 

주 하나님께서 민수기 22장 전체에서 발람에게 경고하며 분명하게 순종할 것을 요구한 내용은 오직 하나님께서 주신 말만 전하라는 것이지 발락의 종들을 따라가는 것을 금하신 것은 아니다. 주께서는 발람에게 선지자의 올바른 역할을 여러 차례 강조하셨다. 

성경에서 발람을 거짓 선지자로 못을 박는 이유는 그의 의도가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려는 것이 아니라 발락이 제시한 돈과 명예와 권력을 위해 자기 속에 있는 거짓 메시지를 전하려는 점에서 거짓 선지자이다. 물론 그는 삯을 위해 거짓 예언을 하려다가 하나님의 강권적인 간섭에 의해 주의 백성을 저주하지 못하게 되자 발락에게 이스라엘 백성을 망하게 할 수 있는 기막힌 제안(모압 여인과의 음행을 조장함)을 함으로 이스라엘 백성으로 하여금 범죄하게 만든다. 이에 그가 끝까지 불의의 삯을 사랑하는 악한 거짓 선지자인 사실을 드러낸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그의 악한 동기를 주께서 속으실리 만무하셨던 것이다!

“그들이 바른 길을 떠나 미혹되어 브올의 아들 발람의 길을 따르는도다 그는 불의의 삯을 사랑하다가 자기의 불법으로 말미암아 책망을 받되 말하지 못하는 나귀가 사람의 소리로 말하여 이 선지자의 미친 행동을 저지하였느니라”(벧후 2:15-16)

“삯을 위하여 발람의 어그러진 길로 몰려 갔으며”(유 1:11)

“그러나 네게 두어 가지 책망할 것이 있나니 거기 네게 발람의 교훈을 지키는 자들이 있도다 발람이 발락을 가르쳐 이스라엘 자손 앞에 걸림돌을 놓아 우상의 제물을 먹게 하였고 또 행음하게 하였느니라”(계 2:14)

이러한 맥락 속에서 필자는 민수기 22장 20-23절이 다음과 같이 번역되어야 옳다고 생각한다.

민 22:20-23 밤에 하나님께서 발람에게 임하여 이르시되 그 사람들이 너를 부르러 왔거든 일어나 함께 가라 그러나 내가 네게 이르는 말만 전해야할지니라21 발람이 아침에 일어나서 자기 나귀에 안장을 지우고 모압 고관들과 함께 가니 22 그가 떠날 때 하나님께서 진노하시므로 여호와의 사자가 그를 막으려고 길에 서니라 (스데반 황의 개정개역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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