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성ㆍ교통량ㆍ환경친화성 개선? vs 교통량ㆍ오염ㆍ불평등 심화?

사람들은 자율주행차(AV: autonomous vehicles)에 대해 매우 다양한 비전을 갖고 있지만, 그들이 생각하는 세상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한 그룹은 매우 유토피아적인 비전을 갖고 있다: "AV는 안전성, 교통량, 환경친화성을 모두 개선할 것이다."

그러나 디스토피아적 비전을 갖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AV는 교통량, 오염, 불평등을 모두 심화시킬 것이다."

나는 《Science》에서 뉴스 부편집장을 맡고 있는 데이비드 맬러코프이며, 이번주 《Science》에 실린 AV 특집을 편집했다. AV라는 현상을 취재한 두 명의 기자들은 이렇게 느꼈다고 한다: "완전히 자율적으로 주행하는 차(fully autonomous vehicles)를 실전에 완전히 배치하려면, 인식(perception), 안전성(safety), 소유권(ownership), 행동(behavi...or) 등 많은 장애물을 극복해야 한다."

첫 번째로, 인식에 관한 문제를 살펴보자. 예컨대 전미자동차협회(AAA)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78%의 사람들이 AV에 승차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41%의 사람들은 AV와 도로를 공유하기를 원하지 않으며, 48%의 사람들은 AV를 구입하지 않을 거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처럼 AV에 대한 사람들의 우려는 상당히 심각한 실정이므로, 현재 '사람들이 AV를 어떻게 인식하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많은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다.

단, 주의할 점이 하나 있다. 여기서 '사람들'이란 AV 안에서 차창 밖을 내다보는 승객만 말하는 게 아니며, 차창 밖과 차 주변에 있는 사람들까지도 말하는 것이다. 예컨대 AV 한 대가 횡단보도 앞에 멈췄을 때, 보행자는 '저 차가 우리를 제대로 보고, 인식한다'는 점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AV는 보행자의 의도를 알기 위해 어떤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취해야 할까? 그러나 지금 말한 건 차창 밖과 주변을 활보하는 사람들의 사정이고, 차 안에 갇혀있는 승객들의 사정도 생각해 줘야 한다. 예컨대, 연구자들은 다양한 방법, 이를테면 '승객에게 상황을 말해주는 자동차'를 실험하고 있다. [오디오: 우회로 발견, 경로 변경!] 그 목적은 그때그때 승객들을 안심시키고, AV의 의도(행동방침)를 말로 설명해주는 것이다. 또는 비디오 화면을 통해 승객에서 'AV가 지금 뭘 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방법도 실험하고 있다. 모든 랜드마크, 보행자, 다른 차들...

두 번째로, AV를 연구하는 사람들이 벌이는 논쟁 중에서 가장 흥미로운 것 중 하나는 안전성의 수준이다. 그 내용인즉, "소비자들에게 'AV를 사용하세요. 얘네들은 명을 살리므로, 도로를 주행할 가치가 있어요'는 확신을 심어주려면, AV가 실제로 어느 정도까지 안전해야 하는가"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한편에서는 이렇게 주장한다: "당신도 아다시피, AV가 완벽하게 안전할 때까지 소비자들은 결코 신뢰하지 않을 거요." 이 주장은 약간 해괴하다. 왜냐하면 우리는 현재 꽤 높은 수준의 위험을 인정하고 운전대를 잡기 때문이다. 설사 현재 도로를 달리는 승용차만금 안전하더라도, 사람들이 AV에 승차하는 것을 꺼리는 이유는 뭘가? 그건 바로 '내가 타고 있는 차를 내가 제어할 수 없다'는 느낌 때문이다.

다른 한편에는 약간 다른 관점에서 이렇게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다: "일단은 안전성 향상에 대한 최소한의 기준, 예컨대 3%, 5%, 10%을 세우자. 그리고 그 기준이 충족된다면, 즉시 AV를 도로로 내보내자. 그런 다음 그들로 하여금 도로를 주행하며, 좀 더 안전하게 주행하는 법을 스스로 학습하게 하자. 그렇게 하면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AV의 안전성이 더욱 향상될 것이다."

세 번째로, 소유권(ownership)도 흥미있는 문제로 떠오른다. AV를 생산하는 많은 업체들은 다음과 같은 미래를 상상하고 있다: "그들은 개인이 아니라 우버, 리프트(Lyft), 그밖의 영업용 택시 회사들에게 AV를 판매한다. 그들은 100% AV으로 구성된 선단을 보유하고 있다." 디스토피아적 관점에서 볼 때, 공정성(equity)에 관한 우려도 있다. 즉, 어떤 사람들은 AV에 접근할 수 있지만, 어떤 사람들은 그렇지 않을 것이다. 예컨대 인프라가 잘 갖춰진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AV에 접근하기가 쉽겠지만, 인프라가 부족한 시골에 사는 사람들은 그리 쉽지 않을 것이다.

네 번째로, 가장 큰 의문 중 하나는, 사람들이 실제로 AV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라는 점이다. 놀랍게도, 이 점에 대해서는 지금껏 별로 연구된 것이 없다. 일부 연구는 현재 진행중인데, 그중 하나는 매우 기발하다. AV를 사용하는 행위를 모방하기 위해, 연구자는 캘리포니아에 사는 많은 사람들에게 일주일 동안 '기사가 모는 승용차'를 타게 했다. 이 승용차는 그들이 원할 때마다 언제든지 나타났다. 그런 다음 그 연구자는 '기사가 모는 승용차를 탔을 때'와 '일주일 전 참가자들이 직접 승용차를 몰았을 때'와 비교했다. 그 결과 참가자들은 여행 빈도와 거리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결과는 'AV가 자동차 사용량을 반드시 줄이는 건 아니다'라는 생각을 지지한다. 즉, AV는 자동차 사용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이번 주 AV 특집의 핵심은 이렇다. AV를 둘러싼 대대적인 광고의 와중에서, 사람들은 한 걸음 뒤로 물러서 심호흡을 한 다음, 이거 생각만큼 그렇게 빨리 진행되지는 않겠구나라고 깨달을 것이다. 실제로 AV와 관련된 모든 주장에는 약간 회의적인 부분들이 있다. 아마도 그 동안의 광고가 현실을 앞서나갔을 것이며, 궁극적으로 현실과 광고의 균형이 이루어질 것이다.

양병찬(약사, 번역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은행, 증권사, 대기업 기획조정실 등에서 일하다가, 진로를 바꿔 중앙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약사면허를 취득한 이색경력의 소유자다. 현재 서울 구로구에서 거주하며 낮에는 약사로, 밤에는 전문 번역가와 과학 리포터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풍부한 인생경험을 살려 의약학, 생명과학, 경영경제, 스포츠, 소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서적들을 번역 출간했다. 매주 Nature와 Science에 실리는 특집기사 중에서 바이오와 의약학에 관한 것들을 엄선하여 실시간으로 번역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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