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들 싸움에 전국교회와 신학생을 동원하지 말라

고경태 목사. 광주 망월동 주님의교회 목사. 크리스찬타임스, 한국성경연구원, 세움선교회, 크리스찬북뉴스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이해서 한국의 기독교는 흥분했다. 2017년에 일어난 큰 사건들이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과 통합 교단에 심각한 문제를 주었으나, 해결되지 못한 채로 종교개혁 500주년을 넘길 것 같다.

통합 교단은 명성교회세습문제, 합동 교단은 총신대학교 사태(제7대 총장 선출)이다. 전자는 총회의 법을 무시한 무시무시한 사태이고, 후자는 법을 무지하게 잘 지켜서 일어난 무시무시한 사태이다. 전자는 법을 지키도록 유도하면 되는데, 법을 잘 지켜 진행한 것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기독신문에서 예장합동 총회가 주관하는 금식기도회에 대해서 보도했다. 그것도 전국교회에 기도를 동참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참 당혹스러운 일이다. 합동 총회에 얼마나 탁월한 지도자들이 많은가? 그 지도자들이 저질러 놓은 일을 놓고 왜 전국교회에 금식기도ㆍ회개기도를 부탁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이번 사태는 전적으로 총회의 지도자들이 잘못해서 발생한 것이 아닌가?

나는 평소 시골교회 목사로서 총회의 위용에 늘 눌려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직도 금년 9월 제102회 총회 결과보고서도 받지 못하고 있다. 교단총회는 어쩌면 ‘그들만의 리그’가 아닐까? 총회장의 목회서신도 없다. 그 총회 안에서 더 훌륭하신 지도자들이 총신대학교 운영에 관여했을 것이다. 그 어마어마한 실력을 가진 분들이 이제 와서 왜 전국교회에 기도를 호소하는가?

먼저 그 진행절차를 밝히고 과정에서 문제를 일으킨 지도자들에 대한 적법한 과정을 거친 뒤에 회개하고 기도해야 하지 않을까? 무턱대고 기도하고 은혜를 구하면 될 일인가? 장로교회는 ‘합법’에 대해서 매우 민감한 단체라고 생각한다. 법대로 진행한 것을 기도와 회개로 뒤엎을 수 있을까? 법대로 진행한 것은 법대로 푸는 것이 장로교회 정치원리일 것이다.

총신대 사태의 회복을 위해서는 금식기도회가 아니라 “법 절차”에 대해서 논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청와대에 호소하겠다는 부분은 더 아쉽다. 장로교회가 분명한 법이 있고, 대한민국에도 분명한 법이 있는데, 왜 그 법을 무시했으면, 법외 행동을 하려고 하는가?

준법 행동에 대해서 기도회는 바람직하지 않다. 누가 법을 어겼는지를 밝혀주기를 바라고, 그 과정을 이해한 뒤에 공과(公課)를 놓고 기도를 해야 한다. 무조건 어떤 사태를 놓고 기도하는 것은 정치적 진행에 기도를 개입시키는 행위로 보일 수 있다. 법을 어긴 자는 벌을 받아야 하고, 법을 지킨 자는 법 안에서 정당하다.

총신대 측이 문제이고, 총회 측이 문제없다는 일방적인 자세를 배제해야 한다. 두 진영의 책임자들은 모두 교단의 선배들이고 총회의 지도자들이다. 자기들 싸움에 전국교회와 신학생을 동원하지 말라는 것이다. 오히려 지도자들이 전국교회와 신학생들과 성도를 위해서 섬기며 희생해야 한다. 서번트 리더십(servant leadership)은 세속 사회에서도 성행하는 리더십이다. 우리 총회의 최고의 지도자들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지 않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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