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 긴 이야기

 

                           김종욱

 

잠과 꿈의 현란한 혼돈 속에 익사하는

그 물결은 동화 같은 이야기가 아니야

거기서 나는 좀 더 자극적인 걸 본 것 같아

너무 깊이 잠들어서 꿈 꿀 수도 없게

너무 꿈에 빠져들어서 잠들 수도 없게

이것은 간섭 파동에 관한 실험

네 발목의 끈을 좀 더 단단히

묶어두는 게 좋을 거야

여기가 아니면 다른 세상으로 돌아갈 수 있게

낙엽처럼 떨어지는 부정형의 형태

눈 덮인 여름의 숲은 초록색 문과 흰색 손잡이

직선적 사고에서 벗어나는 통로가 열리면

금빛 태양과 푸른 하늘,

금발과 푸른 눈을 가진 작은 소년이 있어

나의 시는 밤을 안고 그의 귀에 속삭이는 빛

노을에 물든 그의 두 뺨

가시가 많은 것은 좋지 않데두

누구의 안개든지 확실치 않은 것은

몸에 좋지 않아 네 폐를 가득 채울 거야

그러나 한번 죽지 않은 것은 아무런 의미도 없어

난초는 신비롭지만 장미도 사랑해

이 정원에는 얼마나 많은 희생과 고통이 가득한지

검은 제비나비 날아와 사부작 부서지고

열린 창문으로는 블랙홀의

검은 불빛이 이글거렸지

붉은 커튼은 미친 듯이 펄럭거렸고

초록빛 침대 시트도 폭우와 함께 헝클어졌어

이 비밀에서 살아남는 단 하나의 뗏목은

방정식과 언어의 착각으로 얼기설기 얽어놓은

비와 중력의 감옥

우주는 거대한 검은 비단 장막의 연속인가

숨겨진 차원은 가장 작은 곳에 숨어 있다는데

나뭇잎의 순간은 떨어지지도 영원하지도

않은 푸르르고 푸르른 바람

있기도 없기도 한 선율 취하지 않으면 쓸 수 없어

정말 이 세계가 무뚝뚝하고

좀처럼 감동하지 않는다면

그 일부인 우리는 왜 웃고 우는 거지

유리로 된 언어 유리로 된 공식 유리로 된 성

유리로 된 과학의 중세에 살고 있는 것 같아

그대에게는 그 무뚝뚝한 신이

아름답고 반짝이며 신성하겠지만

왜 이성은 이성의 나쁜 모델인가

굳고 굳어 출구가 없는 정육면체의 독방

믿고 있는 숫자에 걸어야 하는 주사위 게임

시스템에 대한 확신과 인간애는 왜

자주 반비례하는가

범죄는 불가피하고 이롭기까지 해

니체의 나체와 벌거벗고 피 흘리는 예수는

거울처럼 마주 보고 반대로 움직이고 있어

처연한 무한대는 멈추는 순간 아무런 의미도 없고

우리가 빛만큼 빨라진다 해도

우리는 결국 끝을 알 수 없을까

그러나 그 또한 하나의 선택

언어는 혼의 영역에서 영을 모방하고

내가 빛이라고 말해도 빛을 흉내 내는

빛나는 돌멩이일 뿐인데

사람들은 왜 그렇게 황금에 목을 매는가

태양을 흉내 내는 네메시스

지구로 쏟아지는 혜성의 비

두렵고 머리가 아파 그래서 열이 나고

이 잠을 깰 수가 없어

그 열에 몇 마디 단어도 녹아내리고

그 열이 그저 마음의 착각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

더 몸을 떠날 것처럼 정신이 윙윙거려

이런 불완전하고 불안정한 정신

원자와 은하 아주 작고 아주 큰 세계

괴다 괴롭다 네가 그림 속으로 사라져도

빛보다 빨리 날 수 있었다면

내가 너의 그림 속에서 빛이 되고

너는 내가 세우려는 언어의 건축 속에서

신비로운 그림자를 드리울 수 있었을까

그것 또한 각자의 선택

투명 속으로 걸어 다니는 누구의 것도 아닌

우리의 대화의 빛과 그림자

가라앉으며 구겨지는 것들을 건져내고

마침내 해변에 닿아 두 발로 걷기 시작했을 때

불빛 또다시 불빛 사람의 도시의 불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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