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타 블랙
김종욱
그림을 그리지 않는 장님 화가의 그리움 글을 모르는 시인 까비르가 써 내려간 단 한편의 시 낯설어도 영혼이고 싶어 나는 믿어지지 않는 것들을 믿어 왔으니까 아니쉬 카푸어가 독점하려 해도 불타는 것만 같던 잎사귀들은 왜 밤마다 얼음 같은 소리로 울다가 검은 재로 사라지는가 어둠마저 심연 속으로 사라지네 숨은 보석들이 빛나는 광산 죽음도 아름다운 검은 사막 빛은 날개를 잃고 추락하고 빛을 잃어가며 익어가는 달 브라만, 크샤트리아, 바이샤, 수드라 그리고 신의 아들은 핍박받는 자 시작이 있다는 게 실감이 나질 않아 아니무스, 풀과 꽃들이 베이고 난 후의 짙은 향기 내 몸에 베다, 삶은 어찌나 날카로운지 알비노 같은 인간의 꿈은 병이 들고 점쟁이는 눈이 멀어도 사막이 감싸고 있는 우물을 보게 되지 검은 사막의 바빌론에서 사물의 모든 구조는 음악으로 되어 있고 누가 그 음악을 완벽히 이해하려 하는가 그는 죽음에 맞서는 자유도 이해할 수 있는가 진한 에스프레소를 삼키는 천 개의 검은 디오니소스의 목구멍 실재를 마주하는 무한의 심연, 우주 |
김종욱
elim1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