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이 좋다 5

 

입구에 앉아 계시던 치매 할머니
돌아가셨단다
지나가는 사람마다
무슨 말을 걸어도
아무도 대꾸해 주지 않았는데
지팡이 양손에 쥐고
쓰러질 듯 걸어와
종일 그 자리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종일 말을 걸었던 할머니
분명 하실 말씀이 있었던 할머니
먼저 간 영감 얘기인지
바다에 갔다 오지 않은 아들 얘기 인지
소녀 때 동네 오빠 이야기 인지
아버지가 검정 고무신 사주신 이야기 인지
그 얘기를 다 못하고
돌아가셨단다

 

최충산 목사, 예장합동 개금교회를 은퇴하고 경남 고성에서 바이블학당을 운영하며 시인으로 작품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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