샬롬! 저는 경기도 광주시 광주성결교회를 섬기고 있는 조완호 집사입니다. 목표를 바라보면서 정신없이 달려온 지난 60여년의 세월을 잠시 내려놓고  조용히 지난 시간들을  되돌아  보았습니다. 삶의 굴곡이 심해서 평범한 분들과 비교해 보면 삶의 길이가 서너 배는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때마다 저와 제 가족을 건져 주시는 주님께 감사드리는 마음으로 저의 삶을 되돌아보았습니다. 저의 표현이 부족하지만 서툴지만 끝까지 읽어 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1) 성가대원 섬기기

1부 예배가 7시에 시작하기 때문에 성가대는 6시부터 모였다. 모임은 6시부터 시작되지만 여성 대원들은 집에서 준비하고 6시까지 교회에 나오려면 새벽 5시부터는 일어나야 했다, 그래서 우리끼리는 새벽예배 성가대라고  했다. 우리는 예배가 끝나고 다음 주일 연습까지 하고 집에 도착해도 주일에 늦잠 자는 사람들은 잠자리에서 일어나지도 않는 그런 시간들이었다. 그럴 때면 나는 이른 아침부터 대단한 일을 했다고 생각하면서 나 홀로 가슴 뿌듯하게 생각했다. 더욱 지휘자로부터 몇 개월 동안 개인교습을 받고 발성에 자신이 생기니까 이제는 악보를 받아도 두려움보다는 설렘과 기쁨이 있고 항상 기다렸다. 성가대의 봉사가 즐거우니까 교회 생활이 다시 즐거웠다.

성가대 2년 차부터는 아내도 함께 성가대를 했고 나는 성가대의 임원을 하기 시작했다. 성가대의 임원을 하면서 처음 맞는 겨울이었다. 아내와 나는 6시부터 연습을 하려면 최소 20분 전에는 난로를 피우고 차를 준비해서 성가대원들이 도착하는 대로 따뜻하게 차를 마실 수 있도록 준비를 했다. 대원들과 반갑게 인사를 하며 건네주는 따뜻한 차 한 잔이 서로의 마음마저 따뜻하게 했다.
 
  어느 주일 아침에 눈이 가장 많이 내려서 운전을 못 할 정도가 되었다. 나는 승용차를 세워놓고 버스로 교회를 갔다. 그리고는 연습실에서 차를 준비하면서 오늘 같은 날은 성가대원들이 교회에 오기 힘들겠구나! 과연 몇 명이나 참석할 수 있을까? 하면서 약간은 초조하게 대원들을 기다리는데 한명 한 명씩 들어 왔다. 서로가 환하게 웃는 얼굴로 인사를 하고 악수를 하면서 다른 날 보다 두 배, 세 배로 더 반가워했다. 적은 인원이지만 연습할 정도의 인원이 모이니까 비로소 긴장감이 풀렸다. 인원이 적은 성가대라서 한두 명만 참석을 안 해도 빈자리가 크게 보였다. 이른 아침 시간이라서 예배시간에 늦어서 못 나오는 대원들도 가끔은 있었다.

그래도 성가대원이 기본 인원은 되어야 지휘자가 웃을 수 있었고 우리도 서로에게 힘이 되었다. 그래서 매 주일 아침이면 임원들은 성가대원이 다 모일 때까지 긴장을 풀지 못하는 그런 분위기이었고 폭설이 내린 그날 아침에는 더 걱정되었다. 매 주일 마다. 그 시간에 맞이하는 성가대원 한 명씩 볼 때마다 너무나 감사 하고 예쁘고 사랑스럽고 나한테는 집 나간 자식이 돌아오는 기분이라고 말하고 싶었다.  내가 보기에도 이토록 사랑스러운데 하나님 보시기에는 얼마나 기쁘실까? 하면서 - 주님! 저 들을 더욱 사랑하여 주시고 큰 은혜 내려 주시옵소서!- 저절로 기도가 되었다 

2) 설날 아침의 성가대

성가대에서 즐겁게 신앙생활을 잘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성가대 대장을 하게 되었다. 1부 성가대 임시 대장! 그것이 나의 직분이었다. 임원으로서도 열심히 대원들을 섬기겠다고 했었는데 대장이 되고 보니 더욱 대원들을 사랑하게 되었다. 다행히 나를 따르고 이해를 해주면서 도와주는 대원들이 많아서 힘을 얻었다.

신앙 경력이 짧아서 성경적 이해는 없었으나 열심과 일반상식으로 노력은 많이 했다. 새해가  되면서 우리의 명절인 설 때가 되었는데 마침 설날이 주일이었다. 모든 사람이 고향으로 가고 명절 때문에 마음도 분주했지만 나는 성가대장의 역할은 확실히 하기 위해서 무조건 "교회가 우선이다" 대원들에게 미리 선포했다. 특히 성가대원이면 모두가 주일 아침에는 의무적으로 성가대석에 서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주일 아침에 연습실에 모여 보니까 이건 대원이 너무 많이 빠져서 삼 분의 일 이나 될까 말까 했다. 순간 가슴에 열이 확 올라오며 머릿속이 하얗게 느꼈다. 하나님은 둘째 치고 내가 그동안 그토록 사랑하고 보살폈건만 나를 보아서도 이렇게 불참할 수가 있나? 최소한의 예의도 없는 대원들이구나!

그래도 예배시간은  되어서 기도 하고 본당으로 올라갔다. 그런데 목사님 설교 시간에 첫 말씀이 오늘 같은 명절에 모든 일 다 미루고  이른 아침부터 교회를 찾은 여러분은 가장 복되고 신실한 분 들이며 하나님께서 가장 사랑하는 분 들이십니다.  교회에 나올 수 없는 환경에서 교회를 찾는 분들이 가장 복 받는 분 들입니다. 하고 설교를 시작했다. 나는 마음속이 찌릿했다. 조금 전만 해도 예배가 끝나고 광고 시간이 되면 나의 서운함 마음을 마음껏 털어놓고 이야기를 하려고 준비했는데 순간 생각이 완전히 뒤바뀌었다.

"아~~ 그렇구나!" "성가대원 중에서 겨우 이 정도만 나오고 나머지는 모두 빠졌구나!" 하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고 "오늘은 모두 다 교회를 나올 수 없는 상황인데 그래도 이분들은 나오셨구나!" 하고 생각을 바꾸니까 내 앞에서 뒤통수만 보이는 대원들이 얼마나 예쁘게 보이는지 한없이 칭찬해 주고 싶었다. 내가 몰라도 너무 몰랐구나 하는 생각이었다. 하나님의 말씀은 나를 마귀에서 순식간에 천사로 만들었다고 생각했다.

예배가 끝나고 광고 시간에 나는 솔직히 자수했다. 최고로 미워하다가 최고로 사랑하게 되었으니 미워했던 마음들을 용서해달라고 했다. 그리고는 오늘 이 아침은 너무 기분 좋은 아침이니까 내가 아침 식사를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설날 아침이라서 식당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한참을 헤맨 후에 해장국집을 찾았고 하하 호호 웃으면서 맛있는 설날 아침 식사를 했던 기억이 있다, 지금까지 생애 최고의 설날 아침 식사로 기억에 남아 있다. 그때의 그 모습들이 지금은 생각만 해도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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