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마이크로바이옴이 다이어트에 관한 조언을 제공할 수 있다면 어떨까? 우리가 섭취하는 식품과 약물이 장내에 상주하는 미생물과 하모니를 이루어 우리의 건강을 확실히 지켜주는 과학적 시스템! 생각만 해도 멋지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식품과 미생물 간의 상호작용이 소화관 내의 화학적 조성에 미치는 영향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이제 한 연구진은 먹는 장치(edible device)를 하나 개발했다. 그것은 소화관을 통과하며, 그동안 마주치는 장내 가스의 농도를 모조리 측정한다.

길이 2.6센티미터의 캡슐에는 수소, 산소, 이산화탄소를 감지하는 센서가 들어있는데, 이 세 가지 가스는 미생물이 음식물의 구성요소를 분해하여 다양한 부산물을 방출함에 따라 증감한다.

지난 1월 8일 《Nature Electronics》에 기고한 논문에서, 여섯 명의 지원자들은 고 섬유 식이나 저 섬유 식을 섭취한 다음 캡슐을 꿀꺽 삼켰고, 캡슐은 음식물을 따라 위장관을 통과하며 5분 간격으로 포켓 크기의 수신기에 신호를 보냈다.

연구진은 수신기에 찍힌 수치를 읽어보고, 장의 발효 수준 변화와 음식물의 위장관 통과 속도를 알아낼 수 있었다. 이 같은 데이터를 특정한 조언으로 번역하는 게 그리 간단한 일은 아니다. 그러나 연구진은 캡슐이 보낸 신호가 언젠가 좀 더 건강한 식단을 설계하고 소화장애를 진단하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믿고 있다.

양병찬(약사, 번역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은행, 증권사, 대기업 기획조정실 등에서 일하다가, 진로를 바꿔 중앙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약사면허를 취득한 이색경력의 소유자다. 현재 서울 구로구에서 거주하며 낮에는 약사로, 밤에는 전문 번역가와 과학 리포터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풍부한 인생경험을 살려 의약학, 생명과학, 경영경제, 스포츠, 소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서적들을 번역 출간했다. 매주 Nature와 Science에 실리는 특집기사 중에서 바이오와 의약학에 관한 것들을 엄선하여 실시간으로 번역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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