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영 교수, International Theological Seminary in LA.

한국에도 기독교 신앙에 근거한 여러 기독교대학들이 천주교회와 성공회만 아니라 개신교의 각 교파에 따라 상당히 많이 세워져 있다. 그 가운데서 한동대학교는 그 배경에 있어서는 장로교회가 자리잡고 있지만 기독교 대학으로서는 매우 독특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 학교는 교단 배경을 통해서 특정한 교단이 지원하는 교단대학교가 아니라 주로 온누리교회라는 배경 가운데서 성경적인 신앙을 토대로 한 그리스도인 엘리트들을 양성하겠다는 이념으로 당시의 복음주의권의 지식인들의 호응을 얻으면서 야심차게 세워진 학교였다.

물론 신학적인 토대에 대한 확인이 확고하게 이뤄진 것은 아니었지만, 그 자체로 많은 창조과학 옹호자들과 세대주의적인 신학에 따르는 대항문화적인 그리스도인 엘리트들과 아시아 아프리카 지역을 향한 선교의 비전을 가졌던 분들이 의기투합하면서 매우 특수한 기독교대학을 세우게 되었다.

그리하여 많은 보수적인 신앙을 가지고 있으면서 동시에 한국 사회에서 어느 정도 사회적인 지위를 확보한 이들의 호응을 받으면서 출발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지만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학교가 그 동안 운영되어 온 역사를 보면, 적어도 구미 사회에서 기독교 대학을 운영하면서 많은 대학들이 기초로 삼고 있는 성경관과 역사관과 우주관이 확실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실제로 기독교적 관점에서 학문하는 자세에 대한 어느 정도 공인된 이념과 방법론과 경영의 합리성을 확보하지 않았던 것으로 여겨진다. 기독교 학문론의 이념 자체에 대한 자체 안에서의 그리고 함께 연결되어 있는 후원자들 사이에서의 공적 토론을 통해 확보된 공통의 토대들을 통한 대학교 경영이 이뤄지지 않았다. 대신에 설립에 참여한 사람들의 상호간에 공유하고 있었던 암묵적인 전제들을 통해서 대학교를 운영해 왔던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특수한 상황 까닭에 기독교 대학의 성립은 설립자들의 취지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대학에 교수로 참여한 그리스도인 학자들의 기여가 중요하다. 동시에 입학해서 공부하고 자신들의 신앙을 실험하고 실천해 보는 학생들의 경험을 모아서 사실상 함께 한국적 상황 속에서의 기독교 대학을 형성시켜나가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이런점을 인정하고 성경적이면서 동시에 학문적인 수많은 상호토론과 소통 및 상호 견제를 통해서 학교가 이뤄져 나간다는 점을 전제로 하면서 운영되엇어야 했다. 그런데 설립자들과 이해당사자들(stakeholders)의 이해관계와 관점을 중심으로 일방적으로 학교를 계속해서 운영해 나가려고 했다는 커다란 아쉬움을 드러내주고 있다.

이번 김대옥 교수 사건의 근본적인 쟁점도 학교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들의 관점과 이해관계를 중심으로 파생된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이번에 논란이 되고 있는 김대옥 교수 해임건의 핵심은 주요 이유로 선전되고 있는 바 '동성애 찬성'이나 여타의 문제적인 것으로 제시된 이슈들에 있는 것이 아니다. 그 이유는 지금까지 그와 관련해서 나온 자료들을 살펴보았을 때 김대옥 교수 자신은 절대 동성애 찬성 입장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들꽃이라는 모임의 지도교수도 아니었다. 오히려 이 대학교의 이해당사자들의 학교 이념에 대한 경직된 이해로부터 비롯된 것임이 명확하다.

필자는 신앙적으로나 신학적으로 보수적인 입장 자체가 문제라고 보지는 않는다. 필자 역시 신앙적으로 신학적으로 보수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사람이다. 중요한 것은 쟁점들을 다루는 태도와 방식에 있다고 본다.

우리가 신앙인으로서 기독교 대학을 함께 이루어나간다고 할 때에 가장 기초적인 바탕은 성경이라는 원천인데, 이 원천이 주는 기준과 테두리와 자유와 객관성과 공공성을 근거로 해서 상호간에 대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본다. 만일 우리가 이미 갖고 있는 입장으로부터 출발해서 성경에 접근한다면 성경은 우리에게 이용당할 가능성이 너무 높다.

그러나 어떤 쟁점이 있을 때 성경으로부터 출발해서 살펴본다면 그 쟁점들이 닫힌 결론에 이르는 게 아니라 여러 가능성에 열려 있음을 파악할 수 있다. 또한 거기에서부터 우리가 하나님의 긍휼과 사랑과 거룩하심과 정의와 공평하심을 통해서 쟁점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성경이 우리에게 어떤 문제에 대해서 바라볼 수 있는 여러 렌즈를 제공해 준다고 이해한다. 죄악에 대한 통렬한 지적과 거룩함의 발휘를 보게하면서 동시에 죄악에 빠진 인간에 대한 불쌍히 여김과 동정심만 아니라 심지어 구원의 손길을 내미는 하나님의 은혜의 역사를 보게 한다. 그런 점에서 하나의 쟁점에 성경적으로 여러 각도 여러 렌즈가 제공되고 동원될 수 있고 그래야 한다는 것이다.

필자는 이런 점들이 기독교 대학의 학문하는 방법과 자세에 기여하여 어느 정도 공적인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게 해주며 동시에 그러한 렌즈들과 새로운 관점들을 통해서 우리 사회와 교회와 선교에 기독교 학문이 기여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필자는 한동대학교의 현재의 당면한 쟁점은 기독교대학으로서의 이념을 되짚어보는 것과 구체적으로 기독교적인 방법으로 학문하는 방법과 태도를 재정립하는 것이라고 본다. 거기에서 우리는 대단히 기독교적이면서 동시에 합리적이면서 객관적인 사람이라면 상당히 많은 상식인들과 지식인들이 공감하고 인정해 줄 수 있는 공적 진리와 지식과 입장을 확보할 수 있다고 여긴다.

한동대학교가 최근의 사건을 통해서 스스로를 되돌아보면서 선하고 올바르며 절차적으로 정의로운 토대를 확보해 나가는 기회를 갖게 되길 바란다.

저작권자 © 본헤럴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