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색 1=2 - 갈증의 바니타스

 

                                     김종욱

 

파란 스웨터 따스하게 날 안아주는

꿈의 바다가 담겨있는 파란 대야의

검은 그늘 중독 물의 지옥이 너무 깊어

파란 불길 속에서 타다 남은 검은 재 같은 인간

소리 없이 거품이 되고

금방 깨져서 쏟아져내릴 것만 같은

얼어붙은 겨울 하늘에 금이 가는 소리는

올이 풀리는 파란 털실의 모습

우주는 여러 다발의 끈

그 털실들이 피운 파란 비름 꽃

그리고 그 꽃잎의 검은 그림자

파란 자극을 받으면 검은 감정을 갖고

파란 피부를 가진 까만 입술의 파란 무어인

그가 입 맞추면 파동의 물고기 떼가

한꺼번에 방향을 바꾸고

수초는 여전히 여유롭게 밤바다 따라 흔들린다

얼음의 표정을 아는 빛과 모르는 섬

침체와 고민에 빠진 바다가 아니라

희망과 열망이 담긴 눈빛을 그리는 순간이

살 속으로 박힐 때 쩌릿하고 서늘한 느낌

처음 뜨는 태양의 은빛 어둠을 아는

나는 절제된 이단아

어떤 제도화된 법칙을 깨는 것은

갈증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태어나려면 먼저 죽어야 하니까

예수를 흉내 내려면 먼저 파랗게 죽은 색,

꿈과 죽음의 색으로

온몸에 멍이 들고 그 색으로 네게

키스를 하고 싶었지만 넌 하늘만 보고 있었지

이 하늘, 8월의 크리스마스의 캐럴

부탁해 너의 슬픈 눈동자, 손끝의 키스

바다 위 해골 섬 광대뼈의 부드러운 땅

곱게 깔린 잔디와 춤추는 반딧불

그 밤에 잠시 뭍으로 올라온 인어

원래 없었던 것들에 대한 불편함은

반드시 깨져야만 해

그래도 중간에 보여주면은 안돼

죽는 모습이 보이는

시력을 잃은 너의 한쪽 눈동자

원근감을 가지면 안 돼

여기서 거기는 한 곳이어야 하니까

반짝이는 호수의 윤슬에 그 섬이 있을 것

하나의 감정 한 편의 소설 그 색과 온도

그 빛과 그 무늬의 그림자놀이는

푸른 달빛의 폭포 아래 야수의 그림자로

밤의 별처럼 은은히 잔인하게

몰락하는 이만이 아름답다

바다는 생명을 주고 생명을 삼킨다

그저 밀물과 썰물일 뿐이라는 것을 나는 안다

넌 내게 너의 실체보다 너의 환상을

그 영원한 욕망을

 

바니타즈 (바니타즈 정물화)

몇 가지 전형적인 작품 소재로 이루어진 순수 정물화로, 죽음의 불가피성과 속세의 업적 및 쾌락의 무의미함을 상징하는 소재들을 다루었다. 1550년경에 독자적인 분야로 발전하였으며, 1650년경 쇠퇴할 때까지 주로 네덜란드의 레이덴을 중심으로 발전했다.

기본 요소는 예술과 학문을 상징하는 물건(책·지도·악기), 부와 권력을 상징하는 물건(지갑·보석), 세속적인 쾌락을 상징하는 물건(술잔, 담배 파이프, 트럼프 카드), 죽음이나 덧없음을 상징하는 물건(해골, 시계, 타고 있는 양초, 비누 거품, 꽃) 등이다. 때로는 부활과 영생을 상징하는 물건(옥수수 열매, 담쟁이, 월계수 가지) 등이 포함되기도 한다.

네덜란드의 다비트 바일리, 얀 다비츠 데 헴, 빌렘 클라츠 헤다 등이 바니타스 정물화의 거장들이다 <출처: 다음 백과사전>

Jan Davidsz. de Heem (1606&#8211;1683/1684) a Globe, a Skull, a Violin and a Fan

 

저작권자 © 본헤럴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