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계올림픽에 특수작전부대(SOF) 증파 계획 중

지난 14일 미국의 뉴욕타임스(NYT)는 미군 부대 등이 소리소문없이 북한과의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근 미국 내 군사기지 곳곳에서는 대규모 포격훈련과 헬기 강습 훈련, 특수부대의 낙하산을 이용한 강하 훈련, 예비군 동원 훈련 등이 진행되었거나 진행될 예정이다. 그뿐만 아니라 다음 달 평창올림픽 시기에 미 국방성은 특수부대를 증파할 계획이다. 뉴욕타임스는 미군의 특수부대 한반도 증원과 관련해 반테러 목적이라고 설명하지만, 과거 이라크 등과 마찬가지로 한국을 근거기지로 하는 특수부대를 만들기 위한 움직임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고 전했다.

지난달 노스캐롤라이나주 포트브래그에선 48대의 아파치 헬기와 치누크 헬기를 동원해 군부대와 장비를 이동하는 훈련이 전개됐다. 이틀 뒤 네바다주 상공에선 제82공정사단 소속 병사 119명이 C-17 수송기에서 낙하산 강하 훈련을 했다. 다음 달에는 미 전역의 군사 주둔지에서 예비역 사병 1천여 명이 국외에서 신속히 군병력을 이동해야 할 때를 대비한 동원센터 구축을 훈련한다.

미 국방성은 또 내달 한국 평창에서 열리는 동계올림픽에 특수작전부대(OSF)를 증파하려는 계획도 하고 있는데, 파병 규모는 100명을 훌쩍 뛰어넘을 전망이다. 미 당국은 지난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을 포함해 세계적인 행사에 특수부대를 보냈는데 통상 규모가 100여 명 선이었다. 한반도의 긴장 상황 등을 고려할 때 평창올림픽에 파견하는 인원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예견되나 예상처럼 많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플로리다주 탬파에 본부를 둔 미 통합특수전사령부(SODOM)의 토니 토머스 사령관(대장)은 지난 2일 사령부 소속 장병 및 군무원과 간담회에서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되면 오는 5월이나 6월께 중동에 배치된 육군 특전단 등 특수부대원들이 한국으로 이동 배치될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러나 토머스 사령관 대변인은 이런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자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미 국방부 내부 관계자들은 이런 OSF 증파 계획을 반(反)테러리듬 노력과 연관된 것이라고 밝혔지만, 다른 관계자들은 궁극적으로 이러한 계획이 이라크와 시리아에 파견한 것과 비슷한 성격의 한국 주둔 기획단을 구성하려는 초기 단계의 움직임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이런 미국의 군사적 움직임이 표면상으로는 국방부의 훈련 및 병력 재배치로 보이지만 훈련이 이뤄진 시점이나 범위를 고려하면 북한과의 전쟁에 대비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안팎의 평가라고도 전했다.

북한과의 전쟁을 대비한 이런 훈련의 배후에는 제임스 메티스 국방장관이 있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메티스 국방장관과 조지프 던퍼드 합참의장이 그간 북한 문제에서 외교적 해결을 중시하면서도 외교적 해법을 진전시키기 위해서는 군사적 역할을 부정할 수 없다는 처지를 취해왔다. NYT가 인터뷰한 20여 명의 전·현직 국방부 관료와 사령관들도 한반도에서의 군사 행동 가능성을 대비해 준비 태세를 갖추라는 메티스 장관과 각 군 총장의 명령에 따라 이런 훈련을 시행했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미군의 움직임을 과도하게 해석할 필요는 없다는 지적도 있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방부 국제안보 차관보를 지낸 데릭 촐렛은 전쟁 개시 결정을 짐작할 수 있는 "대규모의 병력 이동은 안보이지 않으냐"며 단순하게 해석하라고 조언했다. 한국에 있는 미국인들에게 아무런 경고 조치가 없었다는 점도 전쟁 가능성을 낮게 보는 이유다. 미셸 플러노이 전 국방부 차관은 "군대의 임무는 일어날 수 있는 그 어떤 사태에도 만반의 준비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메티스 장관은 "김정은이 올림픽 참가 선수들을 살해하고 전 세계를 상대로 싸움을 결만큼 멍청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에 북한의 방해가 없으리라 전망했다. 이날 메티스 장관은 노스캐롤라이나주 포트브래그에 있는 제82공수사단에서 연설을 통해 "여전히 평화적으로 갈등을 풀어나갈 시간이 있다"며 북핵 문제를 외교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을 보이면서도 "낙관적으로 생각할 이유는 거의 없다"며 미군이 한반도 전쟁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메티스 장관은 "외교관들의 말에 권위와 힘이 실릴 수 있으려면 군이 준비돼 있어야 한다"며 전투준비 태세를 갖출 것을 재차 주문했다. 

메티스 장관은 '주한미군 가족 철수론'에 대해 "아직 그럴 시점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금으로선 철수를 위한 계획이 없다"면서도 "가족들을 단시간에 철수시킬 수 있는 비상대응 계획이 마련돼 있다"고 설명했다. 메티스 장관의 이날 발언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대북 석유제품 제재를 한층 강화하는 제재결의안을 채택하고 수 시간 후에 나온 것이다. 새 제재 결의안은 북한으로 향하는 석유제품 공급을 바닥 수준으로 줄이고 2019년 말까지 러시아와 중국 등에 있는 북한 노동자 수만 명의 귀환을 명령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편 메티스 장관은 전날 쿠바 관타나모에 있는 미 해군기지에서도 연설하며 "북한은 임박하지는 않았지만, 미국에 직접적인 위협"이라며 "외교적 수단이 실패할 경우 북한 사상 최악의 날로 만들겠다. 김정은이 가진 모든 선박과 잠수함을 침몰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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