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12월 10일,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열린 BMW 댈러스 마라톤대회에서 여성부 1위로 달리고 있던 뉴욕 정신과 의사인 첸들러 셀프가 결승선을 고작 183m를 남기고 비틀거리기 시작했다.

다리가 완전히 풀린 첸들러 셀프는 더는 뛰지 못하고 바닥에 주저앉아 버렸다. 그 뒤를 바짝 쫓고 있던 2위 주자에게는 다시없는 기회였다. 그런데 2위 주자인 17세 고교생 아리아나 루터먼은 첸들러 셀프를 부축하고 함께 뛰기 시작했다. 의식을 잃을 것 같은 첸들러 셀프에게 아리아나 루터먼은 "당신은 할 수 있어요. 결승선이 바로 저기 눈앞에 있어요" 라고 끊임없이 응원하며 함께 달렸다. 그리고 결승선 앞에서 그녀의 등을 밀어주어 우승할수 있도록 해주었다.

이날 첸들러 셀프는 2시간 53분 57초의 기록으로 우승을 차지했지만 2위인 아리아나 루터먼에게 더 큰 환호와 찬사가 돌아갔다. 바로 이 아리나아 루터먼은 어린 나이인 12살 때부터, 댈러스의 집 없는 사람을 위한 비영리단체를 만들어 돕던 아름다운 사람이기도 했다.

흔히 "줄 세우는 사회" 라는 말을 귀에 굳은살이 생길 만큼 들었다. 시험성적으로 줄 세우고, 가진 재산이나 권력으로 줄 세우고, 그 줄에서 누구보다 앞에 서려고 하는 것이 이 사회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우리가 여기까지 오는 과정에서 우리의 등을 조용히 밀어주었던 누군가가 반드시 있었다는 것을 생각해 본다.

앞만 보고 열심히 달리기에 미처 눈치채지 못했을 뿐 우리는 대부분 타인의 도움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게 하나 더 있다. 당신 역시 누군가의 등을 힘껏 밀어줄 따뜻한 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저작권자 © 본헤럴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