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팅게일의 노래

 

                        김종욱

 

겨울의 빛,

겨울 달빛이 눈처럼 소복소복 내리고 있네

그 빛의 결정 흰 꽃송이 같아

 

에릭 사티는 흰 눈꽃 송이만 먹었대

그는 겨울의 창백함을 삼키려 했을까

예외 없이 혼자인 길 원하는 순백의 달을

 

그 달에는

어둠의 검은 파도가 밀려오고 쓸려가는

하얀 모래의 해변이 있어

거기서 시작과 끝을 알았네

하얀 바퀴처럼 굴러가는

이건 섬이라고 할 수도 없고

경계가 없는 바다

 

등 뒤의 햇빛에 녹아내릴 것만 같아

아무런 경계심도 없이

정신을 차릴 때쯤엔 마법이 사라지고

일상의 먹먹함이 고개를 들겠지만

 

등 뒤의 햇빛이 벌꿀처럼 흐르고

내 마음의 검정이

노릇한 쿠키에 슈거파우더를 뿌린 달을 한 입,

고마워요 에릭 사티

짐노패디 같은 음악을 들려줘서

 

눈 덮인 편백나무숲

달빛 아래 사르르 사르르

하얀 돌고래 밤바다 위로 뛰어오르고

태아처럼 둥글게 몸을 말고

달이 기울고

 

밤을 날개치는 강한 바람이

갈색의 작은 새일 뿐임을 깨달았을 때

내 상처를 감싸 안는

나이팅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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