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종록 볼리비아 선교사

원종록 선교사는 2016년부터 볼리비아 산타크루즈에서 어린이를 섬기는 선교사역을 하고 있다(Bolivia Montero 소재, 약 150명 출석). 미주장로교 신학대학교를 마치고 해외한인장로회총회(통합) 서중노회에서 목사 안수를 받았다. 주요 저서로는 『하늘에서 온 남자』(2014), 『힐링 소마』(2015) 등이 있다. <미국지사장 김수경 목사>

2월은 봄을 영접하는 계절의 첨병이다. 1월에게 밀려 약간은 억울하지만 얼었던 대지와 움추렸던 자연을 연녹색으로 채워 갈수 있는 기초를 놓기에 행복을 만끽할 수 있는 기회의 시간이다. 지난 시간 스타트가 빠르지 않았다면 호흡을 가다듬고 전력 질주를 준비하면 된다. 빨리 나간 친구도 별로 많이 나가지 못했다. 다만 늦었다고 낙망해 좌절 하거나 포기하는 것이 문제이다. 그래서 또 초심으로 시작하면 된다. 시편에서 "대저 의인의 길은 여호와께서 인정하시나 악인의 길은 망하리라 (1:6)" 고 읊고 있는 것처럼 늦음을 탓하지말고 의롭게 전진하면 된다. 좀 성과가 없다고 고개를 숙이지 말고 힘을 내고 용기를 가득 채워 2월을 시작하자.

첫째 자만도 책망도 하지마라. 어젠 Santa Cruz 에서 전도를 하는 날이다. 밤부터 내리던 빗줄기는 아침이 되자 더 새차게 퍼붓는다. '전도합니까?' 학생들 문의가 이어졌다. '하고말고' 응답하고 길을 나서는데 멈출비는 아니지만 항상 전도를 시작하면 비를 그쳐 주셨기에 오늘도 그럴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전도 장소에는 더 모질게 비를 퍼붓고 있었다. 도착하니 폭우 속에서 대모대 수백명이 우비를 입고 고함을 치고 있었다. 함께한 학생에게 말했다. "저들은 돈 몇푼 때문에 우중에도 모여 외치는데, 생명을 살리는 복음은 얼마나 더 중요한가? 비 좀 온다고 전도를 멈춰서 되겠는가? 비오면 천국도 안가는가?" 했지만 끝내 전도는 못하고 말았다. 살다보면 '중과부적'의 상황에 맞딱드릴 때가 있다. 최선을 다 했는데도 실패라는 꼬리를 선물 받기도 하고 또 열심을 다하지 않았는데 로또를 만나 복주머니가 터질 경우도 있다. 그래서 성공에 들떠 교만하지 말고 실패 때문에 낙담도 경계 하는 것이 주님의 자녀가 행할 자세이다.

둘째 또 시작하라. 작심삼일도 훌륭하다. 멈추면 퇴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힘들어 주저앉았다면 너무 서둘지 마라. 이왕 앉은 김에 하늘 한번 쳐다보고 물 한잔 마시고 분초의 여유를 가져보라. 그러면서 왜 여기서 쉼을 주는지 주님과 대화를 나눠보라. 우리는 모르지만 주님은 분명한 이유를 가지고 계시다. 발바닥이 아파 시골 마을을 못가고 공원에서 복음을 전하며 "빨리 발좀 낫게 해 주세요"라고 했지만 주님은 답이 없으셨다. 그런데 공원을 다니며 전도를 통해 '꼭 시골만 고집' 했던 목사의 고정관념을 바꿔 주셨다. 도시의 어두운 곳에도 "네 손길이 필요하단다" 고 말씀해 주시는 것 같았다. 그래서 지난 후반부에 미진했던 노방전도에 더 열중하리라 다짐한다. 탄식을 멈추고 또 시작하면 된다.

셋째 혼자 고군분투하지 마라. 믿는 자에겐 보혜사 성령이 계신다. 공원에서 전도를 하며 무슬림을 만나 봉변을 당한 것과, 매주 가다보니 암묵적 동지가 생긴 두가지 일이 흥미롭다. 혹시 무슬림이 헤꼬지 할까보아 지압봉을 휴대하여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또 공원 경비원, 외판원, 장기두는 노인, 과자 파는 상인 등이 반가워 하며 엄지를 치켜 들때마다 힘이 나기도 한다. 그렇지만 전도는 매번 두려움과 기쁨이 수시로 교대를 한다. 그때 성령님이 함께 하시면 고통은 사라지고 행복이 넘친다. 그래서 늘 '혼자가 아니야' 하며 스스로 마음을 다진다.

사실 2018년을 야심차게 시작했는데 1/12 을 결산하면 뭐 남는 것이 없는 손실 뿐이다. 그래도 요모양 요꼴까지도 주님의 은총임을 감사해야 한다. 우선 이국의 열대 기온 중에도 건강을 챙겨 주셨고 복음을 전하는 복을 주셨고 Patuju 교회를 성도들로 가득 채워 주시는 등 나열하기 어려울 만큼 감사 제목이 많다. 선박으로 보면 퇴역할 시기에 주님의 최전방 전선 전투병으로 써 주신 것으로도 넘치는 감사를 주체할 수 없다. 혹여 '나이 때문에' '자금이 없어서' '건강 때문에' 길 나서기를 망설였다면, 오늘 운동화 끈을 조이고 달려 나가면 그 외의 문제들은 주님께서 처리하실 것이다. 또 초심으로 2월을 시작하기를 청해 올린다. 당신도 할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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