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병하 목사가 감리교회 형제들에게 고함

생쥐 한 마리가 큰 코끼리와 함께 길동무가 되어 여행을 하게 되었다.
즐겁게 길을 가다가 커다란 강을 만나게 되었다.
물살이 너무도 세기에 생쥐는 도무지 강을 건널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런데 다행히 코끼리가 생쥐를 등에 태워주었기에 건널 수 있었다.
코끼리 등을 타고 강을 건넌 생쥐는 코끼리 등에서 거센 물살을 돌아보며 큰소리를 쳤다.

"야!! 드디어 우리가 해냈어!!"

덕정감리교회 담임목사 · 2014년 6월 1일~현재 · 경기도 양주

 아무런 일도 하지 않고 있다가 다른 사람의 성공을 이용하여 자신의 이익을 거두는 것을 편승(便乘)이라고 한다.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있을 때는 가만히 있다가 대세가 기울어지면 승자의 의견에 묻어갈 때도 같은 단어를 쓴다.

1980년대 당시 많은 학생들이 민주화운동에 뛰어들어 인생의 가장 중요한 시기를 강의실보다는 거리에서 혹은 차가운 유치장에서 보내야 했다. 그러나 모든 학생들이 데모에 참여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뒤에서 운동권에 대해 비난하고 비아냥대는 학생들도 많았다. 더욱이 민주화운동을 바라보는 시민들 중에 지지하는 사람들은 소수였으며 대다수는 시민들은 침묵하고 있거나 학생들이 철없는 짓을 한다고 야단을 쳤다.

그러나 80년 민주화 운동이 역사의 대세가 되고 시간이 지나자 침묵하던 그들은 우리가 민주화를 이루었다고 말한다. 사실 영화 1987년은 특별난 사람들의 특별한 경험이다. 그 때 많은 시민들은 남영동 대공분실 옆을 지나면서도 그런 시설이 있는지 조차 몰랐다. 피해를 당한 가족들이 피켓을 들고 울부짖지만 남의 일처럼  지나갔다. 그러나 역사가 흐르고 나니 그 남영동은 모두의 고문실이었고 1987년의 민주화 운동은 모두의 운동이 되었다.

기독교대한감리회 총회특별재판위원회와 총회실행위원회를 구성하고 있는 대다수의 목사와 장로들은 역사의 현장에서 기득권에 편승한 사람이다. 그들은 의식은 변하지 않고 방석만 바꾼 사람들이다. 새로운 것보다는 새 것을 더 좋아한 사람들이다. 정의로운 것보다는 나와 친분이 있는가가 더 중요한 판단의 기준이 되는 것에 익숙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새 역사의 밥상을 차리는 사람들이 아니라 차려 놓은 밥상에 숟가락을 얹어가는 사람들이다.

그런 그들이 성모목사를 향해 감리교회를 어떻게 할 것이냐고 비난한다. 다른 말로 하면 기득권을 건드리지 말라는 것이다. 그러나 밑동부터 썩어 들어가는 감리교회의 갱신을 위해서라면 출교위협의 장벽을 친다 하여도 성모목사의 소송은 계속될 것이다. 우리나라 2위 로펌의 변호사와 교단 기득자의 대변인으로 밥벌이 하는 변호사를 인지대만 들고 승리했다는 것은 가히 다윗이 골리앗을 넘어뜨린 것과 같은 경이로운 일이다.

역사는 투쟁하는 소수가 어떻게 침묵하는 대세의 물줄기를 바꾸느냐의 기록이다. 역사의 현장에서는 늘 소수에 불과하지만 그 소수가 강고한 역사의 담벼락에 파열구를 낼 때 변화는 시작되며 편승하는 대세를 끌고 가는 것이다. 그래서 꿈쩍도 하지 않는 바위를 치는 파도가 한 방울의 물거품으로 사라진다 하여도 끊임없이 때리는 것이다. 성모목사의 소송은 무너지지 않을 것 같은 감리교회의 바위를 치는 파도이다. 문병하 목사 <덕정감리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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