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2.10. 이광호 목사(KRPCS 교장)

이광호 교수(철학박사)는 현재 한국개혁장로회(KRPC) 실로암교회 담임목사이며, 한국개혁장로회신학교 교장이다.

우리 교단(KRPC) 신학교를 개교한지 이제 만2년이 지났습니다. 세월이 참 빠르다는 생각이 듭니다. 보통 사람들의 눈으로 볼 때 여전히 미미하기 짝이 없지만 우리 학교에 맡겨진 분명한 시대적 소명이 있음을 기억하게 됩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겉보기에 크고 웅장함에 있는 것이 아니라 성경에 근거한 본질을 중시하는 삶의 자세에 연관되어 있습니다.

2016년 3월 개교와 더불어 입학하여, 그동안 성실한 자세로 과정을 마친 후 오늘 첫 졸업을 하게 되는 7명의 학생들에게 마음의 박수를 보냅니다. 저는 한평생 여러 신학교에서 강의를 해왔지만 우리 학교만큼 좋은 학생들을 만나기가 쉽지 않았다는 점을 말씀드립니다. 이것은 결코 과장된 표현이 아닙니다. 열악한 형편 가운데서도 결석하는 학생이 거의 없이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온 수학 정신은 칭찬받을 만합니다.

우리 시대에는, 외적으로 그럴듯하게 보이지만 성경의 본질에서 크게 벗어난 신학교들이 많이 있습니다. 심지어는 개혁주의와 보수주의를 부르짖는 학교들 역시 미덥지 못합니다. 자유주의, 세속주의, 신비주의, 은사주의 등 불건전한 신학 사상을 가진 신학자들이 현실 교회를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우리 신학교는 하나님으로부터 계시된 진리와 더불어 그와 같은 잘못된 시대적 풍조에 맞서 싸우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으려 합니다. 본질을 벗어난 신학적 사조는 지상 교회를 파괴하는 동시에 언약의 자녀들을 무너뜨리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 기울이고 있습니다. 유신진화론이나 동성애, 동성결혼 등은 이미 심각한 지경에 도달해 있습니다.

나아가 흔히 말하는 폴리아모리(polyamory) 즉 비독점적인 다자간 연애 사상은 지구 전체를 심각한 지경으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이런 퇴폐적인 풍조는 젊은 세대의 정서를 크게 위협하고 있습니다. 이런 세태 가운데 살아가는 어른으로서 다음 세대, 그리고 이어지는 후 세대를 염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인공지능을 배경으로 하는 4차 산업혁명은 긍정적인 측면을 어느 정도 인정한다고 할지라도 인간의 존엄성 자체를 크게 훼손하고 있습니다. 이로 말미암아 인간들의 가치체계는 서서히 허물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말세지말(末世之末)에 처한 이와 같은 형편 가운데서, 계시된 말씀을 통해 하나님의 뜻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구현하는 것은 절대로 중요합니다.

하나님의 자녀인 우리가 신학을 연구하고 공부하는 근본 목적이 어디에 있습니까? 개인의 지적 충족을 위하여 애쓰는 것이 최고 지향점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신학을 공부하는 가장 중요한 목적은 성경의 교훈을 통해 세상을 올바르게 직시하고 지상 교회를 든든히 세워나가는 것입니다. 즉 신학을 공부하는 기본 목적은 개인적인 만족이 아니라 하나님의 몸된 교회를 위한 것이어야 합니다.

우리 신학교는 이에 관한 의미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런 차원에서 본다면 기본적인 역량을 갖춘 모든 성도들이 신학을 체계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공부가 단순히 개인적인 지식의 분량을 더하거나 충족시키기 위한 방편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해줍니다. 이 말은 지상 교회에 속한 자기 자신과 연약한 이웃 성도들을 올바르게 지켜 보호하기 위해 신학을 공부해야 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오늘 졸업하는 형제자매들은 이에 대한 진정한 의미를 다시금 잘 새겨 보시기 바랍니다. 그와 더불어 재학생들 역시 우리 신학교에 대한 건전한 자부심을 가지기 바랍니다. 세속적인 관점에서 얼마나 화려해 보이는가 하는 일반적인 평가는 별 의미가 없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고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신학교라면 아무리 작고 보잘 것 없어 보일지라도 좋은 학교인데 반해 근본을 떠난 상태라면 아무리 오랜 역사를 가지고 유명하다 할지라도 실상은 형편없는 학교에 지나지 않습니다.

대한민국과 온 세계에 세속적인 자부심을 가진 신학교들이 얼마든지 많이 있습니다. 수 백 년의 역사와 더불어 엄청난 분량의 연구 업적이 있어서 세상 사람들은 의심 없이 그 명성을 높이 인정합니다. 그렇다고 할지라도 참된 신학을 버린다면 하나님 보시기에는 오히려 경멸스러운 신학교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 점을 감안할 때 우리 학교는 이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신학교들 가운데 하나라 할 만합니다. 이 말이 억지 자화자찬(自畵自讚)이거나 교만한 언술이 아닌 것은, 우리 학교가 계시된 성경을 절대 진리로 믿어 가감 없이 받아들이는 것에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진정으로 하나님의 몸된 교회를 세우기 위한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모두는 지상 교회에 속한 성도들로서 올바른 역사관을 가져야 합니다. 지금의 전 세계 여러 국가와 한국의 수많은 신학교들이 신학적 내면이 아니라 외형에 따라 평가받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 논리에 의하면 사람들의 눈에 거의 띄지 않는 한국의 시골에 위치한 지극히 자그마한 우리 신학교의 존재를 아는 사람은 불과 얼마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만일 주님의 재림이 예상보다 늦어진다면 오늘날의 신학교들은 100년 후에 어떻게 변해 있을까요? 절대다수의 신학교들은 지금보다 훨씬 더 타락할 것이며 성경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신학자들이 더욱 넘쳐날 것입니다. 실로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 신학교는 100년 혹은 그 이상의 세월이 흐른다고 해도 여전히 계시된 말씀을 중심에 두고 하나님을 진정으로 경외하는 자리에 머물러 있어야 합니다.

이 일을 위해 오늘 졸업하는 학생들과 재학생들, 그리고 영광된 이 자리에 참여한 여러 성도님들이 함께 짐을 나누어 질 수 있기 바랍니다. 하지만 우리 신학교가 그에 관한 시대적 소명을 버린다면 배도에 빠진 다른 신학교와 다를 바 없는 종교적인 집단에 지나지 않게 됩니다. 따라서 하나님께서 말씀을 통해 교훈하신 건전한 신학 정신을 온전히 보존하기 위해 우리는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그 사명을 감당하기 위해 우리는 타락한 이 세상의 잘못된 논리와 가치관을 경계하는 가운데 그에 휩쓸리지 말아야 합니다. 첫 번째 졸업생이 되는 여러분은 이를 위해 더욱 깊은 관심을 가지고 우리 학교를 주님의 뜻대로 올바르게 세워가는 일에 최선의 관심을 기울여 주시기를 당부합니다. 또한 여기 모인 모든 성도님께도 동일한 당부를 드립니다. 우리가 이 소중한 일에 참여하는 것이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는 소중한 방편이 된다는 사실을 기도 중 항상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한국개혁장로회 신학교(KRPCS) 교장 이광호 목사>

영남대학교와 경북대학교 대학원에서 법학과 서양사학을 공부했으며, 고려 신학 대학원 (M.Div.)과 ACTS(Th.M.)에서 신학일반 및 조직신학을 공부한 후 대구 가톨릭 대학교 (Ph.D.) 에서 선교학을 위한 비교 종교학을 연구하였다.

<홍은개혁신학연구원>에서 성경신학 담당 교수를 비롯해 고신대학교, 고려신학대학원, 영남신학대학교, 브니엘신학교, 대구가톨릭대학교, 숭실대학교 등에서 학생들을 가르쳤으며, 이슬람 전문선교단체인 국제 WIN선교회 한국대표를 지냈다. 현재는 실로암교회에서 담임목회를 하며 한국개혁장로회(KRPC) 독노회장, 한국개혁장로회신학교 교장직을 맡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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