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16일 광주 기윤실 재창립 총회가 있었다. 총회를 마치고 서울로 올라오는 SRT 기차 안에서 손장로님과 동승을 했다. 내가 손장로님을 처음 만난 것이 대학 1학년 때였으니 벌써 34년의 시간이 지났다. 스승과 제자로 만나서 이제는 기윤실 실무 책임을 이어받아 감당하고 있으니 시간이 참 빠르기도 하다. 이 오랜 시간 변함없이 아니 더 선명하게 기윤실의 방향을 지켜주시고 본이 되어주시는 선생님과 나눈 대화를 정리해 보았다.]

정(병오 공동대표) : 기윤실이 시작된 지 30년이 지났습니다. 기윤실을 처음 시작할 때에 비해 지금은 한국 사회와 교회의 윤리적 수준이 조금 더 나아졌다고 보나요?

손(봉호 자문위원장) : 한국 사회의 윤리적 수준은 그 때에 비해 조금 더 높아졌다고 봐요. 이에 비해 교회의 윤리 수준은 더 나빠졌어요. 이는 아무래도 교회가 돈도 더 많아지고 정치적 영향력도 더 커졌기 때문이겠죠? 교회에 나오는 것이 세속적으로도 덕이 되는 상황이다 보니 세속적인 이해관계가 교회를 완전히 지배하고 있어요.

정 : 그 동안 기윤실이 한국 사회와 교회의 윤리적 수준을 높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는데 그 효과가 크지 않았다고 보시는지요?

손 : 기윤실이 윤리적 환경 조성을 위한 제도 개선에는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고 봐요. 그렇지만 기독교인의 삶을 바꾸어가는 부분에서는 역부족이었던 같아요. 회원들이 각자의 삶에서 노력해온 것은 사실이지만 그 영향력들은 크지 않았던 거죠. 이에 반해 교회의 세속화는 빠르게 진행되었고요. 회원들의 자발적인 실천들도 초기에 비하자면 열의가 많이 식은 것이 사실이고요.

정 : 그렇다면 회원들이 교회의 세속화를 막고 기독교인들의 윤리적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시나요?

손 : 우선 자신이 속한 교회에서 재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요구하는 일을 하면 좋겠어요. 그리고 교회 내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는 일에도 앞장을 서면 좋겠어요. 물론 이러한 요구들은 주변 사람들을 온유한 마음으로 설득하는 과정을 거쳐야겠지요. 그러더라도 투명성과 절제는 지금 한국 교회가 꼭 붙들어야 할 주제라고 생각해요.

정 : 사회를 향해서는 어떤 운동을 해야 할까요?

손 : 윤리적 이슈에 대해 특화할 필요가 있어요. 부패문제 같은 경우는 강하게 문제를 제기하고 이를 근절하기 위해 끝까지 매달릴 필요가 있어요. 그리고 기독교인들이 부패와 연계되었을 때는 더 강하게 비판을 해야 하고요. 물론 이 외에도 사회의 여러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할 수는 있지만 이념과 관련된 문제는 자제를 하는 것이 좋아요.

정 : 최근 한국 교회가 과도하게 한 쪽 이념으로 경도되고, 교회 내에서도 이념적 양극화 문제가 심각합니다.

손 : 신앙인이 이념을 극복하지 못하고 특정 이념에 서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에요. 기독교는 성경적 관점으로 이념을 비판하고 이를 넘어선 비전을 제시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이념을 안경을 벗으려는 노력을 해야겠죠.

정 : 특별히 나이가 들어가면서 특정 이념에 고착화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와 관련해 장로님은 이념의 안경을 벗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시나요?

손 : 우선 사람은 자기가 서 있는 위치와 자기가 어떤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는지를 의식을 하고 그 영향을 벗어나려는 노력을 의도적으로 할 필요가 있어요. 나같이 나이가 든 사람들은 아무래도 보수적이 되기 쉽고, 내 주변에도 보수적인 사람이 많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 내가 과도하게 보수적이 되는 것은 아닌가 의식을 해요. 반대로 젊은 사람들이나 주변에 진보적인 사람들이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과도하게 진보 이념에 치우치는 것은 아닌지를 의식하고 의도적으로 균형을 잡으려는 노력을 해야겠죠?

정 : 한국 교회가 최근 과도하게 특정 이념에 경도되는 것은 왜 그렇다고 보시나요?

손 : 아무래도 한국 교회는 한국 전쟁 때 공산주의자들에 의해 순교를 많이 당했고, 또 공산당의 핍박을 피해 월남했던 경험에 대하 반작용이 크게 영향을 미쳤겠죠. 그리고 한국인의 성향과도 관련이 있는 문젠데, 자신이 속한 당파의 이념을 극단적으로 주장하는 것을 선비의 절개라고 생각해왔던 전통도 영향이 있는 것 같아요. 무엇보다도 한국인 전반에 자기비판이나 자기초월의 능력이 심각하게 결핍되어 있어요. 이는 우리 교육이 비판하고 분석하고 사고하는 능력을 길러주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겠죠? 다른 사람에 대한 비판은 있는데 자기가 절대시하는 것에 대해 비판하는 능력은 현저히 약해요. 특히 그리스도인은 성경을 기준으로 그 외 모든 것을 비판할 수 있어야 이념의 지배를 받지 않고 극복이 가능한데, 이게 잘 되지 않아요.

정 : 다시 윤리 문제로 돌아가서 윤리 이슈가 나이 든 세대에는 호소력이 있는데 젊은 세대들은 윤리 문제를 이야기하면 고리타분한 잔소리로 생각하고 자기 문제로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 같아요. 오히려 이들에게는 윤리보다는 인권 이슈가 더 다가가는 것 같아요.

손 : 이것은 윤리에 대한 오해에서 온 현상이라고 봐요. 윤리를 어른들이 만들어 자신들에게 부여한 규범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일반적인 윤리는 이런 면도 있어요. 하지만 성경의 윤리는 달라요. 성경의 윤리는 철저하게 약자중심의 윤리에요. 윤리를 지키는 이유가 약자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는 거죠. 그래서 성경의 윤리는 다른 사람의 권리를 존중하는 정의의 개념이에요. 즉, 성경적 윤리는 타인의 인권을 보호하는 것이에요.

정 : 그렇다면 기윤실이 초기부터 지금까지 하고 있는 검소 절제 운동, 즉 자발적 불편운동도 타인, 특별히 사회적 약자의 인권을 지켜주는 정의 차원에서 이해할 수 있겠네요.

손 : 그렇죠. 우리가 전기차를 타고 태양광 발전을 활용하자는 것도 따지면 윤리운동이에요. 화석 연료를 많이 사용하여 대기 오염이 많이 되었을 경우 가난한 사람들이 더 많은 피해를 당하게 되죠. 그리고 후손들이 그 피해를 감당해야 하잖아요? 그러기 때문에 가난한 이웃, 후손들을 위해 절제를 해야 되는 거죠. 이런 차원에서 기윤실은 사람들이 실제로 지킬 수 있는 구체적인 절제 지침들을 제시하고 함께 지켜나가는 운동들을 해 나가면 좋겠어요.

[“이웃을 위한 절제, 약자를 위한 정의” 그의 이야기를 이 두 마디로 정리해 보았다. 기독교 윤리와 관련된 그의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설득력이 있다. 쉬우면서도 명쾌하고 가슴을 뛰게 한다. 윤리 운동은 오래된 이야기인 동시에 미래를 위한 핵심 전략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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