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오늘 사랑이어야 한다

                                                최충산
 

흘러간 강물은 맑지 않았다
미움 묻힌 휴지조각과
검은 구름 같은 욕망 흘리며
강가에서 울고 웃었다
강물 다시 퍼 올릴 수 없어서 슬픈 것 아니다
강물 뒤에 다시 끈 달고 좇아오는
새벽 얼굴 볼 수 없기 때문
더러운 신발 벗지 않고는
새벽 얼굴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엉클어진 오색 무지개 가즈런히 세워야
쓰다 버린 크레파스 색깔별로 넣어야 한다
목숨 뿌리내리고 있는 가슴 속살 속에서
얼굴 있는 한송이 풀꽃처럼 피어야 
산속 풀꽃으로 피는 사랑이어야
무심코 저기 지나는 얼굴 모르는 이도 사랑이어야 한다

내내 돌이킬 수 없는 날들 또 오고 있는데
오늘 여기서 뜨거운 사랑이어야 한다
맺혔다 풀어지는 하늘 구름 저렇게 어지러운데
마구 쫓아오는 흑암 발자국 소리 저렇게 요란한데
그래도 내리시는 은혜로운 하루하루
오늘도 펼쳐주시는 저 산과 들
살아있는 살덩어리 해가 다시 떠오름이여
머리 위로 지나는 낮 알맹이여
다시는 덩어리 지는 슬픔일랑 만들지 말아야 한다

더러운 손 씻으며 흐르는 강물에 눈물 뿌려야 한다
하늘 위로부터 흘러오는 물에 목욕하고
하늘 끝 닿은 사닥다리 타고 오르락내리락하다
딛는 곳 모두 맑게 씻어야 한다
우리 발 닿는 곳 어디고 생명이어야 한다
우리 손 닿는 곳 어디고 사랑이어야 한다

 

최충산 목사, 예장합동 개금교회를 은퇴하고 경남 고성에서 바이블학당을 운영하며 시인으로 작품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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