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신배 교수의 구약이야기(69) - 전도서 (2)

박신배 교수 / 연세대 구약학 박사 현 그리스도대 구약교수 창조문학 편집위원 한국 평화학회 부회장 한국 구약학회 부회장 KC대 전 총장

모든 사람에게 임하는 모든 것이 일반이라 의인과 악인이며 선하고 깨끗한 자와 깨끗지 않은 자며 제사를 드리는 자와 제사를 드리지 아니하는 자의 결국이 일반이니 선인과 죄인이며 맹세하는 자와 맹세하기를 무서워하는 자가 일반이로다”(전 9:2).

 

전도서는 초막절(feast of booths, 수장절, 9-10월경)에 읽힌다. 40년 광야에서 선조들이 초막을 짓고 방랑하던 유목 생활을 기념하는 절기 때 이 책을 낭송한다. 추수감사절 때 읽으며 헛되고 헛된 세상 속에 헛되지 않은 영원한 것을 생각하며 살아가라고 한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이 전도서를 낭송하면서 바빌론 달력 1월에 해당하는데, 신년(현대력은 10월)을 맞아 이 책을 읽으며 시작하였다. 얼마나 지혜로운 백성인가. 하나님의 백성들은 이 허무한 인생을 알고 지혜로운 사람으로 살아가면서 하나님을 경외하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 이 세상은 헛된 인생이지만 헛되지 않은 삶을 살아가는 지혜를 얻은 것이다. “악인은 잘되지 못하며 장수하지 못하고 그 날이 그림자와 같으리니 이는 하나님 앞에 경외하지 아니함이니라”(전 8:13).

전도서는 잠언과 욥기와 같이 지혜 문학에 속한 책이다.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자’라는 전도자(코헬레트)라는 뜻의 전도서(Ecclesistes)는 논리적 구조의 책은 아니다. 교훈적 시(didactic poems)로 구성되었고, ‘보다도 낫다’라는 언술 구절이 전도서 6:12-7:14에 나온다. “아름다운 이름이 보배로운 기름보다 낫고 죽는 날이 출생하는 날보다 나으며 초상집에 가는 것이 잔치 집에 가는 것보다 나으니 모든 사람의 결국이 이와 같이 됨이라 산 자가 좋게 됨이니라”(전 7:1-2).

전도서 전체의 주제와 같은 말씀은 ‘모든 것은 하나님의 목적에 모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천하에 범사에 기한이 있고 모든 목적이 이룰 때가 있나니 날 때가 있고 죽을 때가 있으며 심을 때가 있고 심은 것을 뽑을 때가 있으며”(전3:1-2). 인생은 허무한 것이라는 사실을 말한다. 다음과 같은 특징적인 말이 나온다. 인간의 수고, 헛됨(공상-증기, 연기), 숨, 바람을 잡으려는 것, 어리석음, 얻음, ‘해 아래서’(지상에서, 죽음) 등이다.

전도서의 구조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표제(전 1:1)로 시작해서 ‘모든 것이 헛되다’(대전제, 전 1:2; 12:8), 동일하게 반복됨(전 1:3, 4-11장, 해 아래서 수고함으로 인간이 얻는 것이 무엇인가?, 전 1:9, 해 아래 새로운 것이 없다). 중심 부분(1전:12-11:8절, 말씀 모음, 다음 두드러진다, 전 1:12-2:11 솔로몬 왕의 회고, 모든 것은 때가 있다(전 3:1 이하). 나이가 들어감(전 11:9-12:7), 에필로그(전 12:9-11, 12, 13 이하)로 마친다. 전도서에서 인생의 지옥을 느끼고 허무의 세계로 빠져드는 사람들에게 헛되지 않은 세계가 무엇인지 알게 하는 매력의 책이다. 유토피아 같은 섬에 자살 섬이 있는 것(필리핀 보라카이)이 왜인가. 그곳에서 사람들이 죽으면 천상으로 이어지는 곳일 것이라는 착각을 가지게 하는 것이 아닐까. 아름다운 곳에서 생을 마감하게 하는 유혹을 가지게 하는 것은 괴로움의 장소인 지옥과 생의 일도 계획도 긴장도 없는 허무의 세계는 매한가지라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무릇 네 손이 일을 당하는 대로 힘을 다하여할지어다 네가 장차 들어갈 음부에는 일도 없고 계획도 없고 지식도 없고 지혜도 없음이니라”(전 9:10).

니체의 허무 사상이나 불교의 공(空), 허무 사상에 없는 세계가 구약의 세계다. 구약의 하나님 경외 사상은 허무를 극복하는 참 세계를 말한다. 신약에서는 복음의 진리 세계가 영원을 소유하는 놀라운 구원의 세계가 열린다는 것이다. “흙은 여전히 땅으로 돌아가고 신(루아흐)은 그 주신 하나님께로 돌아가기 전에 기억하라”(전 12:7). “사람이 장래 일을 알지 못하나니 장래 일은 가르칠 자가 누구이랴”(전 8:7). “지혜자와 같은 자 누구며 사리의 해석을 아는 자 누구냐 사람의 지혜는 그 사람의 얼굴에 광채가 나게 하나니 그 얼굴의 사나운 것이 변하느니라”(전 8:1). 전도서는 그 지혜자, 지혜자 중에 지혜자를 암시하고 있다. 그분이 바로 예수이다. 예수 그리스도는 길과 진리와 생명이 되셔서 오늘도 우리를 구원의 길로 인도하신다(요14:6). 그 분은 영생으로 인도하는 구세주이시다.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 이는 저를 믿는 자 마다 멸망하지 않고 영생을 얻게 하려 하심이로다”(요3:16).

저작권자 © 본헤럴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