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솔 남서호 박사의 상담심리 코너

편집성 인격장애 환자의 상담에는 언제나 정중하고 솔직하며 존중하는 자세를 갖고 환자를 대하여야 한다. 환자의 심층에 놓여 있는 의존성이나 성적 관심 또는 친밀감의 욕구를 깊이 분석해 들어가는 것은 환자의 불신감을 조장할 수 있다. 환자가 망상적 비난을 할 때에는 이를 현실적으로 다루어야 하지만 부드럽게 그리고 자존심을 손상시키지 않는 범위 내에서 대하여야 한다.

상담자는 환자에게 무기력하다는 인상을 주어서도 안 되며 그렇다고 너무 위압적이거나 위협적인 태도를 취해서도 안 된다. 격정, 불안이 심할 패 의학적인 치료를 동시에 진행하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도 편집성 인격장애 환자는 '하나님의 형상'의 왜곡이라는 근원적 원인을 직시해야 한다. 편집적 양상의 기저에 자리 잡은 죄로 인한 상처의 치유는 상담자의 우선적인 배려의 대상이어야 한다.

심야의 썰렁한 백악관. 집무실 한편에 덫에 걸린 짐승처럼 한 남자가 웅크리고 앉아 있다. 스카치 위스키 병이 옆에 보인다. 수면부족인 듯 초췌한 얼굴을 한 그는 단숨에 술 한 잔을 들이킨다. 그리곤 상기된 표정으로 분노의 목소리를 토해낸다.

"우리측 입장은 전혀 전달이 안됐어. 사람들이 다 잊어버렸단 말이야. 망할 놈의 대통령‥‥욕만 하는 거야. 최루탄 발사, 폭동, 징집영장 소각, 흑표범단(극좌 흑인단체), 우린 이런 것들을 해결했지만 그 때문에 국민들은 나를 미워해. 표리부동한 못된 놈들이야. 국가기밀을 빼돌린 매국노 엘스버그는 영웅시하면서 나는 닉슨이라는 이유만으로 못 잡아먹어 안달이야. 처음부터 닉슨을 미워했었지"

국내 개봉된 올리버 스톤 감독의 신작 '닉슨'은 이렇듯, 가난한 식료품상의 아들로 태어나 권력의 정점에 오른 닉슨 대통령의 편집증적 열등감을 그리는 데서 시작한다.

미국 대통령이 스크린의 심판대에 세워지기는 'JFK'(감독, 올리버 스톤)에 이어 두 번째. 그러나 'JFK'에서 '케네디 가의 여인' 문제를 건드리지 않는 등 대통령의 사생활에 대해 '우호적' 제스처를 취했던 스톤 감독은 '닉슨'에서는 특유의 상상력을 동원해 강력한 비판의 자세를 보이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이 영화에서 미국 대통령의 영광과 권위는 찾아보기 힘들다. 대신 정치꾼들의 협잡과 밀실음모, 이전투구만이 난무한다. 나아가 닉슨 개인은 오만과 편견, 뿌리 깊은 불안감에 시달리는 이상성격의 소유자로 그려진다.

특히 불우했던 어린 시절의 경험이 닉슨의 인생행로를 1백% 좌우한 것으로 규정한다던가, 마치 보수 세력과 검은 거래가 있었던 것처럼 암시하는 장면, 감정을 절제하지 못해 탁자를 부수는 등 '성격파탄자'로까지 묘사한 대목 등은 적잖은 논란거리가 될 만하다.

나사렛대학교에서 교수로 섬기다가 이제는 목회에 전념하고 있다. 그리고 기독교치유상담교육연구원 원장일을 보고 있으며 여러군데 세미나를 인도하고 있다. 늘 새로운 세계와 새로운 일에 관심이 있으며 어려운 문제 함께 의논하고 상담하기를 좋아한다. 미 공인상담사및 코칭 자격을갖고있다.

'닉슨'은 미국 최대의 정치스캔들인 '워터게이트 사건'은 물론, 60년대 초 '카스트로 암살계획설' 등 아직도 진상이 밝혀지지 않은 역사적 사건들에 대한 집요한 분석을 시도한다. 감독은 영화 'JFK'에서 이미 선보인 '음모이론'을 이 지점에서 다시 한 번 검증한다.

하지만 '닉슨'은 단순한 폭로성 르포영화나 사실을 그대로 담아놓은 건조한 다큐멘터리에 머물지 않는다. 그것은 무엇보다 닉슨 역을 맡은 앤서니 흡킨스의 유연한 연기력이 화면을 압도하기 때문이다. 닉슨의 정신적인 혼돈과 스타카토로 내뿜는 내면의 분노, 억압된 정서,그리고 저급한 정치세일즈맨의 기질을 흡킨스는 하나도 놓치지 않고 알뜰하게 연기해냈다.

닉슨의 구부정한 어깨와 언청이 비슷한 입모양도 흡킨스 자신의 것으로 흘륭히 소화했다.

패배자 닉슨이 옛 정적이었던 케네디의 초상화 앞에서 흐느끼는 장면이 압권. "사람들이 당신을 쳐다볼 때는 그들이 되고 싶어 하는 모습을 보지만 나를 보면서는 그들 자신의 모습을 본다" 영원한 콤플렉스의 대상인 케네디와의 질긴 인연을 조용히 갈무리하는 닉슨의 뒷모습이 인간적 연민을 느끼게 한다.

3시간15분에 걸친 상영시간이 가벼운 오락영화에 길들여진 관객들에겐 좀 부담이 되겠지만 미국 현대사의 한 단면을 영상을 통해 접할 수 있는 드문 작품이다.

어린 시절의 원인이 현실의 편집증적인 장애로 나타나는 경우는 상담 현장에서 흔히 경험하는 내용들이다. 비정상적으로 애착을 지니고 그 무엇에 붙들려 있으면서도 자신이 그것에 노예로 묶여있다는 생각보다는 열심을 내고 있다는 그릇된 판단도 한다. 그리고 자신이 애착 갖고 있던 것이 자신을 떠나려하면 미친 사람처럼 행동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 무엇에 메이고 묶인 것 보다는 자유함을 누리는 것이 행복이다. 물질이든 사랑이든 권력이든 간에 심지어 자식이든 연인이든 간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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