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신배 교수의 구약이야기(71) - 에스더 (1)

박신배 교수 / 연세대 구약학 박사 현 그리스도대 구약교수 창조문학 편집위원 한국 평화학회 부회장 한국 구약학회 부회장 KC대 전 총장

“왕은 모신 내시 중에 하르보나가 왕에게 아뢰되 왕을 위하여 충성된 말로 고발한 모르드개를 달고자 하여 하만이 고(高)가 오십 규빗 되는 나무를 준비하였는데 이제 그 나무가 하만의 집에 섰나이다 왕이 가로되 하만을 그 나무에 달라 하매 모르드개를 달고자 한 나무에 하만을 다니 왕의 노가 그치니라”(에7:9-10).

 

구약성경이 영원히 하나님의 말씀으로 우리에게 다가오는가? 기록된 하나님 말씀으로서 구약 성경이 오늘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무엇인가? 에스더서는 구약 전반의 책들의 중심 주제를 말해주는 책이 아닌가? 하나님 백성과 이 세상의 백성 사이에 역전 현상이 일어나고, 하나님의 백성이 마지막에 구원받는다는 말씀을 보여주는 책이다.

구약 세계는 신약성경의 예수 그리스도의 구속, 십자가의 구원을 예시(豫示)하고 있다. 그래서 하나님의 백성이 이 세상의 백성(하만과 아각 민족)을 보복(報復)하는 에스더서의 결론을 넘어서 십자가 사랑으로 용서하고 화해하는 결론 메시지로서 신약 성경은 말하고 있다. “오른쪽 뺨을 때리면 왼쪽 뺨을 돌려대라는” 예수의 말씀, 이 예수의 십자가 사랑은 에스더서의 메시지가 된다. 하만이 정적 모르드개(모르드개와 그의 민족)를 제거하기 위해 세워 논 오십 규빗 높은 나무(십자가)는 십자가형에 해당되는 천형(天刑)과 같은 처벌이었다. “그 아내 세레스와 모든 친구가 이르되 오십 규빗(45.6cm)이나 높은 나무를 세우고 내일 왕에게 모르드개를 그 나무에 달기를 구하고 왕과 함께 즐거이 잔치에 나아가소서 하만이 그 말을 선히 여기고 명하여 나무를 세우니라”(에5:14).

에스더서는 우리에게 인생의 교훈을 가르쳐 주며 세상살이가 힘들고 어려운 상황이 전개되는 전쟁터와 같은 곳임을 보여준다. 이러한 싸움터와 같은 삶의 현장에서 오직 여호와만을 믿고 나가야 함을 보여준다. “죽으면 죽으리라”는 필사의 각오로 금식기도하며 주님께 의지하고 왕궁의 법도를 어기고 왕 앞에 나가서 민족의 생명을 구하는, 구명(求命)운동을 벌이려고 하였던 것이다. “왕의 신복과 왕의 각 도 백성이 다 알거니와 무론 남녀하고 부름을 받지 아니하고 안뜰에 들어가서 왕에게 나아가면 오직 죽이는 법이요 왕이 그 자에게 금홀(샤르비트 하자하브)을 내어 밀어야 살 것이라 이제 내가 부름을 입어 왕에게 나아가지 못한 지가 이미 삼십 일이라 하라”(에4:11). 신앙으로 어려움을 극복하고 삶의 현장에서 고백하고 행하는 것, 에스더 왕후의 위치와 지위, 권력은 바로 이 위기의 상황에서 구원을 위하여 필요한 것이었다. “네가 왕후의 위(位)를 얻은 것이 이 때를 위함이 아닌지 누가 아느냐”(에4:14).

에스더서는 드라마틱한 전개를 통해 하나님의 백성이 어떻게 구원 받는지 보여준다. 에스더서의 7번의 잔치 주제를 가지고 여러 차례의 잔치를 이어지면서 마지막 대구원의 축제(부림절)로 피날레(finale)를 마친다. “유다인에게는 영광과 즐거움과 기쁨과 존귀함이 있는지라 왕의 조명이 이르는 각 도, 각 읍에서 유다인이 즐기고 기뻐하여 잔치를 베풀고 그 날로 경절(慶節)을 삼으니 본토 백성이 유다인을 두려워하여 유다인 되는 자가 많더라”(에8:16-17). 잔치가 계속 이어지면서 인간의 즐거움이 때로는 슬픔과 고난, 죽음을 맞는 현실로 바뀌고 금식으로 바뀌면서 다시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극적으로 반전된다.

에스더와 모르드개의 기도와 구명운동이 성공하여 페르시아 왕 아하수에로 왕의 마음을 얻고 구원의 결정을 얻어 냄으로 극적인 반전이 이뤄지는 역사를 본다. 우리는 한 편의 극적인 영화를 보는 듯 감동적인 이야기를 본다. 결국 부림절의 축제 잔치로 극을 마감하면서 오늘날도 에스더의 부림절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아달월 십삼일에 그 일을 행하였고 십 사일에 쉬며 그 날에 잔치를 베풀어 즐겼고 수산에 거한 유다인은 십삼일과 십사일에 모였고 십오일에 쉬며 이 날에 잔치를 베풀어 즐긴지라”(에9:17-18). “각 도, 각 읍, 각 집에서 대대로 이 두 날을 기념하여 지키되 이 부림일을 유다인 중에서 폐하지 않게 하고 그 자손 중에서도 기념함이 폐하지 않게 하였더라”(에9:28).

이스라엘의 가장 즐거운 명절인 부림절(PURIM). 유대력으로 부림절은 3월 12일~13일이다.

이 에스더서의 민족 전멸 정책은 하만과 아각 민족이 사느냐, 모르드개와 유다 민족이 사느냐? 하는 두 갈림길에서 모르드개와 유다 민족은 살고 하만과 아각민족이 전멸되는 역사로 끝났다. 그러나 이러한 민족 말살 사건(홀로코스트, Holocaust)은 그 후에도 나찌 독일에 의해 600만명이라는 이스라엘 민족 대학살로 이어졌고 인간의 비극을 보여주었다. 에스더서의 또 다른 현대판 반전이 일어나서 에스더서의 불행은 이어진 것이다. 기독교인과 유다민족의 반목, 원수와 같은 보복의 불행한 사건은 이스라엘 민족에게 큰 상처를 안겨주었다.

예수의 십자가 처형은 인도적 사랑과 무저항 비폭력주의인데, 히틀러의 민족주의 정책은 오도(誤導)되었고, 기독교를 믿는 독일인은 큰 비극을 남겼다. 십자가 사랑만이 인간의 영원한 잔치, 천국 잔치를 가져오는 참 기쁨이 됨을 에스더서를 통해 우리에게 말해주고 있다.

“천사가 내게 말하기를 기록하라 어린양의 혼인 잔치에 청함을 입은 자들이 복이 있도다 하고 또 내게 말하되 이것은 하나님의 참되신 말씀이라하기로 내가 그 발 앞에 엎드려 경배하려 하니 그가 나더러 말하기를 나는 너와 및 예수의 증거를 받은 네 형제들과 같이 된 종이니 삼가 그리하지 말고 오직 하나님께 경배하라 예수의 증거는 대언의 영이라 하더라”(계19: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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