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신배 교수의 구약이야기(72) - 에스더 (2)

박신배 교수 / 연세대 구약학 박사 현 그리스도대 구약교수 창조문학 편집위원 한국 평화학회 부회장 한국 구약학회 부회장 KC대 전 총장

“왕이 크게 잔치를 베푸니 이는 에스더를 위한 잔치라 모든 방백과 신복을 향응하고 또 각 도의 세금을 면제하고 왕의 풍부함을 따라 크게 상 주니라”(에2:18).

에스더서는 거절의 주제를 가지고 책이 드라마틱하게 구성되어 있다. 와스디의 거절은 왕후에 폐위되는 역사로 이어지고, 모르드개의 신앙으로 인간에게 절하지 않는 거절(우상숭배 금지)은 민족 말살의 위기를 가져온다. 하나님 신앙에 대한 결과로 말미암아 극적 반전이 일어나 오히려 하만과 하만의 가족과 민족이 위기에 빠져 아각 족속이 오히려 도륙당하는 일이 생기게 된다(에9:14-15). 이 에스더서는 개별적 장면들이 연속되는 중편 소설, 노벨라(novella)의 문학 양식을 취하면서 신학적 진술을 가진 책이다(쉬미트).

에스더서의 역사적 배경은 수산에 있는 페르시아 궁정이다. 에스더서 첫 두 장은 주요 인물과 적절한 행동을 위한 전제들이 나온다(에3-9장). 아하수에로(크세르 크세스, Xerxes 1세, 주전485-465년) 왕은 아내 와스디 왕후가 자신의 잔치에 수청(守廳)들지 않음으로 폐위된다(에 1장). 그러자 에스더가 전국의 아름다운 처녀들 사이에 새로운 왕후를 선발하는 모집 과정에 참여하게 된다. 에스더는 히브리어 이름으로 하닷사(도금양, 수귀나무, 백일홍)였다. 왕의 사랑을 받고 새 왕후에 간택(揀擇)된다. 에스더의 삼촌이자 보호자인 모르드개는 아하수에로 왕을 음해하려는 음모를 알고 그 사실을 제공해서 공적을 쌓는다. 모르드개의 선행은 역대일기(궁중일기, 에 2장)에 기록된다.

그러나 모르드개는 왕의 총애를 받는 하만에게 무릎을 꿇지 않는다. 하만은 뛰어난 인물이었는데 페르시아 인이 아니라 아각 사람이었다. 그는 아말렉 족의 궁정 가족의 일원으로서 가족들이 이스라엘을 적대하였다(출17:8이하; 삼상 15장). 하만은 제비를 뽑아 칙령을 내려 아달월 13일에 모든 유대인들을 전 페르시아 제국에서 몰살시키려고 하였다(에 3장). 모르드개는 이 사실을 에스더 왕후에게 알렸고 확신을 가지고 왕께 거절당할 수 있는 경우를 위해서 금식을 선포한 후에 이 칙령을 중지하려고 하였다(에 4장). 에스더는 아하수에로 왕에게 요청하여 하만과 더불어 연회 식사에 초대하였고, 사랑과 은혜를 받아 두 번째 잔치에도 또 초대하였다(에 5:1-8). 한편 하만은 높은 나무(교수대, gallows)를 세워 모르드개를 처형하려고 하였다. 모르드개는 충성서약의 행동으로서 절하는 것(proskynesis)을 여전히 거절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에스더 왕후도 삼 십 일째 아하수에로 왕의 부름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에5:9-14). 이러한 상황은 정적 하만의 권력이 최절정에 도달한 상태이었지만(에 3:10 이하), 행운의 변화는 시작되고 있었다.

Esther Denouncing Haman, Ernest Normand, 1888

에스더서는 하나님의 세계 속에 하나님의 사람들이 극적으로 역전되는 상황을 보여준다. 때로는 십자가의 고난과 무기력한 패배로 이끌어가는 상황이 있을지라도 부활의 영광으로 역사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예수께서 가라사대 너는 나를 본 고로 믿느냐 보지 못하고 믿는 자들은 복되도다 하시니라”(요 20:29).

아하수에로 왕이 잠이 안와서 역대 궁정일기를 읽게 되고 모르드개의 공적을 알고 보상을 했는지 물어보게 된다. “모르드개가 대궐 문에 앉았을 때에 문 지킨 왕의 내시 빅단과 데레스 두 사람이 아하수에로 왕을 원한(카차프)하여 모살하려 하거늘 모르드개가 알고 왕후 에스더에게 고하니 에스더가 모르드개의 이름으로 왕에게 고한지라 사실하여 실정을 얻었으므로 두 사람을 나무에 달고 그 일을 왕의 앞에서 궁중 일기에 기록하니라”(에2:21-23). 이러한 역사의 회고를 하게 된다. 왕이 그 공적을 기억하려는 사건은 하나님이 하시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 일이 바로 반전의 전조(前兆)로 하나님이 역사하시는 모습을 보여준다. 왕은 하만에게 그 일을 말하며 적절한 조처를 취했는지 물어보며 그러한 경우 어떻게 영예롭게 하는지 묻는다(에 6장).

에스더 왕후가 초대한 두 번째 연회에서 에스더는 자신의 민족(조상)을 공개하며 자신의 생명을 청원하고 자신의 민족을 구해달라고 요청한다. 왕이 그 핍박자가 하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 하만은 급해져서 에스더 자리에 달려가서 무릎 꿇고 자비를 호소하게 된다. 그러자 오히려 그 끈질기게 요구하는 행동을 오해하고 모르드개를 매달아 죽이려던 그 교수대에 왕이 하만을 달라고 명령하므로 자신이 반대로 달리는 비극을 맞게 된다(에 7장).

“모르드개를 달고자 한 나무에 하만을 다니 왕의 노가 그치니라”(에 7:10). 이 교수대, 십자가형은 구약에서 에스더서에서 그 나무(하에츠)로 나타나지만 신약 성경에서는 예수의 십자가로 나타나 온 인류의 구원의 대속 제물이 되는 역사로 구현(具現)된다. 구속의 막대기, 십자가가 인류의 구원을 이루신 구원의 도구였던 것이다. “이스라엘의 왕 그리스도가 지금 십자가에서 내려와 우리로 보고 믿게 할지어다 하며 함께 십자가에 못박힌 자들도 예수를 욕하더라”(마가15:32). “그들은 예수께서 살아나셨다는 것과 마리아에게 보이셨다는 것을 듣고도 믿지 아니하니라”(막 16:11).

에스더서에서 우리는 이 놀라운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건을 보게 되는 것이다. 구원의 십자가가 구약에서는 보복과 이스라엘 민족 구원으로 보여지고 신약에서는 죽음과 희생, 부활의 사건으로 나타난다. 또 온 인류의 구원의 사건으로 나타나는 역사를 보여주며 영적 이스라엘, 메시아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그 후에 열 한 제자가 음식을 먹을 때에 예수께서 저희에게 나타나사...뱀을 집으며 무슨 독을 마실찌라도 해를 받지 아니하며 병든 사람에게 손을 얹은즉 나으리라 하시더라”(막16:14,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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