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nvalid, Louis Lang(1812-1893), 1870, Brooklyn Museum

선악과

 

                         김종욱

 

불치병에 걸린 창백한 여인의

핑크빛 침대 시트와 침실에 가득한 장미

수많은 의심의 꽃잎으로 가득 찬 뜨거운 여름

하늘색 천정 아래 갇혀있는 수많은 꽃송이는

찬란한 고뇌

빛나는 우연의 일치가 정교하게 장식된

화려한 샹들리에의 부질없는 빛의 폭포

혹은 적나라한 폭로

커다란 낙엽 같은 갈 보랏빛 카펫 위로

무너지듯 쏟아지고 있어요

빛이나 물이 넘치면 이대로 죽는 거예요

보라색이나 갈색에 가까워지며

그 여인은 그렇게 죽어가고 있었어요

탐스러운 붉은 머릿결이

하얀 목덜미를 타고 흐르다가

달처럼 빛나는 가슴을 살며시 가리며

핏빛 꽃다발로 흐르고 있었어요

표정은 처연하게 맑고 티가 없었죠

모든 것을 알고 모든 것을 모르는 듯

눈동자는 고양이처럼 빛났고

눈빛에서 푸른 실이 줄줄 풀리며

새어 나오고 있었어요

그 보이지 않는 실이 내 목을 졸랐어요

마술적이고 원시적인 아름다움은

사춘기 소년의 성적 열망처럼 강렬했어요

처음 보는 색깔의 새는 창밖으로 흘러가는

너무나도 아름다운 혐오스런 어지럼증, 환상

그대로 슬픔이 되면 보다 아름다워지죠

날아가는 새의 뒷모습은 더욱 우아해요

빛은 그때부터 육체를 시작하고 있었어요

빛나는 결핍의 뜻하지 않은 눈물 그리고 폭거

익어감은 썩어감의 한 계절

우리는 사라져 가요 지금도 계속

비극은 기이하게도 아름답네요

변해가는 계절의 나무 침대에서

불치병에 걸린 매혹적인 여인을 안고

푹신한 이파리 사이에 누워

피를 흘리고 말라 가고 꽃을 피우고

열매 맺고 다시 무성하게 자라날 거예요

바로 여기가 낙원이에요

그러나 돌아가진 않을 거예요

그저 뜨겁게 사랑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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