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절 아침에 


 

노래를 날려 보내는 손끝으로
앞에 널려진 호흡 있는 것들을 건드린다

비록 옥으로 빚지 않았더라도
인고의 긴 동굴을 지나와
피로 얼룩지고 바람으로 다져진
드디어 눈앞에 피는 봄을 쓸어안는다
 
한마디 발성을 위해
한알의 유리알을 품기 위해
아라비아 먼 사막길에서
울부짖고, 주름지고, 접히고 했으니
오너라. 사탄의 못된 어망이여
얼굴을 내밀어 보아라

바다가 펼쳐지는 절벽 끝에서
사자 등허리같이 요동치는 현재에서
내 바위같이 얼근 가슴판으로
받으리라

바위도 들먹대며 찬양할 날을
시베리아가 일시에 갈라지며
가나안을 분만할 날을 위해
너는 얼마나 음모와 유혹의 덤불을 헤매었느냐
 
모든 어지러운 사념을 한 데 모아 불사르고
에스겔 골짜기에 흩어진 뼈들을
한마디 노래로 일으켜라

종소리 더 맑게 퍼지는 여명
간 시간을 생각지 말고
불비 내리는 등 뒤를 돌아보지 말고
가슴에 땀 송송 오르도록
일어나 오는 새벽을 내달아라

최충산 목사, 예장합동 개금교회를 은퇴하고 경남 고성에서 바이블학당을 운영하며 시인으로 작품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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