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희생자들에게 바치는 헌시

그날 

 

그날 나는 아침을 먹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바닷속으로 들어 간 날
밥을 먹고 나와 거리를 걸으며
다들 구조되었다는 자막을 보고
그냥 커피 한 잔을 사들고 공원으로 갔습니다
다른 날과 다름없는 날 
아마 우리 동네는 구름이 낀 날이었습니다
돌아오는데 배는 가라 앉고
아이들은 나오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그래도 별일은 없을 것이라고 
첨단 장비가 있고
헬리콥터가 떠 있고 
그 많은 배와 잠수부가 있고
해군이 있고 미군이 있는데
무슨 일이 있을까 했습니다
그런데 나오지 못하고 다 가라앉았습니다
아이들의 마지막 순간은 생각하지 않겠습니다
너무도 어처구니없는 일이기에
너무도 가슴 아픈 일이기에
아이들이 울음소리와 마지막 기도 소리
엄마를 부르는 소리가 자꾸 들립니다

그날 나는 우리가 얼마나 무력한 사회에 살고 있는지 
그날 나는 우리가 얼마나 나쁜 사람들인지 
그날 나는 우리가 얼마나 더러운 국가에 살고 있는지
그날 나는 우리가 얼마나 위험한 사회에 살고 있는지
그날 나는 얼마나 무책임한 사람인지 알았습니다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날
우리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날
우리 중에 물에 뛰어든 사람들이 아무도 없었던 그날

아이들은 깊은 짠 물속으로 오래 들어갔습니다
왜 이렇게 오래 들어가는지 모른 채
오래오래 들어가 바다의 꽃이 될 때까지
우리네 가슴에 쫀득쫀득한 진흙 펄이 될 때까지 
아이들은 숨을 내쉬지 않고 
바닷속에 오래오래 살고 있습니다
그날 우리는 거짓말만 하는 텔레비전만 보고 있었습니다
그냥 안타까워하기만 하면서 
한 손에 커피를 들고 
한 손에 니모콘을 들고서 그날 

최충산 목사, 예장합동 개금교회를 은퇴하고 경남 고성에서 바이블학당을 운영하며 시인으로 작품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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