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별교회라는 인식이 교회의 질서를 무너뜨려

장대선 목사 (가마산장로교회 담임, 교회를 위한 개혁주의연구회 회원)

지난 2015년에 본인이 속한 교단의 분열 가운데서 파악할 수 있었던 사실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무질서였다. 백○교단과의 통합을 불법적으로 강행하려는 지교회와 목사들을 비롯하여, 그러한 불법을 반대하여 잔류한 지교회와 목사들 모두 초법적이고 무질서하기는 마찬가지임이 여실히 드러났다.

심지어 그런 와중에 ‘본부○○’라는 해괴한 무리들까지 등장하여 소위 중립적인 길을 표방하는 등, 그야말로 장로교회 정치가 증발해버리고 실리와 현실적인 이해관계만이 유일한 정치원리인 것이 장로교로서의 교단의 실상임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말았다.

기본적으로 장로교회의 정치와 질서(Government and Order)라고 할 때에, 가장 기초적인 “회 자체(unitati)의 권위”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회의체로서의 치리기구의 정치와 질서를 떠나서는 결코 교회가 가시적으로 드러날 수 없다. 그러므로 장로교회의 개체교회들인 지교회는 노회(Presbytery) 관할의 지교회인 것이며, 지교회의 당회(Church session)는 반드시 노회와 시찰을 통해 긴밀히 연계되어야만 한다.

그러나 사실상 오늘날의 대부분의 장로교단의 지교회들이 노회와 시찰을 통해 긴밀히 연계되어 있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그 대부분이 형식적인 서면보고 형식이거나 사고교회 처리를 위해 비로소 세부적인 시찰이 이뤄질 뿐, 통상적으로는 지교회인 개별교회 자체로 이미 완전한 교회라는 인식이 뚜렷하다.

그런데 그처럼 지교회의 독립성이 확고하게 보장되어서 상위 치리회가 사실상 치리회로서가 아니라 회합체(association)로서만 이뤄진 것이 회중주의의 독립교회파(indipendency)로서, 노회나 총회가 형식적인 회합체의 성격으로 있는 장로교단들은 사실상 이미 장로교회파가 아니라 독립교회파인 것이다.

하지만 노회의 세세한 치리와 총회를 통한 전체적인 교회정치가 없이 형식상 모이는 회의체에는 반드시 중재자(Moderator)에 의한 의사결정 방식이 아니라, 수장(Chief)의 통치가 있게 마련이다. 바로 그러한 수장으로서의 불법적인 총회장이었던 전광○이라는 자에 의해 교단이 분열된 대○교단의 역사는 그 폐단을 그야말로 생생하게 입증해 주었던 것이다.

사실 장로교회는 항상 공교회(Catholic & Universal Church)를 지향한다. 기본적으로 눈에 보이는 지교회가 아니라 노회와 총회(혹은 대회)로 이뤄진 유기적 통일체로서의 교회를 보편적인 교회로 보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보편교회의 운영원리인 교회정치와 질서 가운데서 비로소 교회가 눈에 드러나게 된다. 그러므로 교회정치와 질서에 있어 성경적인 장로교신학의 바탕이 없는 지교회는 그 건물과 규모, 그리고 조직이 아무리 거대하다고 해도 전혀 교회로 볼 수가 없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이제는 교회정치뿐 아니라 질서까지도 붕괴되어가고 있다. 아니 교회정치뿐 아니라 교회의 질서조차도 어떤 것인지 모르고 있는 상태가 현제의 대한민국의 장로교회들의 모습이다. 바로 그런 무질서 가운데서 수많은 한국의 장로교회들이 사실상 독립교회파의 정치와 질서, 그리고 감독제 혹은 교황제로서의 통치자들이 그리스도를 대신하는 머리로서 자리하고 있는 적그리스도적인 거짓교회를 이루고 있다. 그러므로 단언컨대 교회정치와 질서가 확고하게 서고 유지되지 않는 한, 그 어떤 개혁도 오히려 개악(a change for the worse)일 뿐이다.

구약성경 사사기의 마지막 구절인 “그때에 이스라엘에 왕이 없으므로 사람이 각기 자기의 소견에 옳은 대로 행하였더라”(삿 21:25)는 말씀은, 그 때(사사시대)에 왕이 없었다는 말이 아니라 왕을 버렸다는 말이다. 그들에게는 언제나 만왕의 왕이신 여호와 하나님이 계셨지만 그들은 왕이신 하나님을 버리고 인간을 왕으로 세우기를 바랐으며, 그들에게는 영원한 하나님의 법(Jus Divinum)인 율법이 있었지만, 각기 자기들의 소견에 따라 규약을 맺고서 그것을 법으로 삼았다. 그리고 그렇게 하여 이스라엘은 여느 나라들과 다를 바 없이 세속화(secularization)되고 말았으니, 교회의 정치와 질서를 버린 한국의 장로교회들이 지극히 세속적인 것이 바로 그런 사사시대와 이후 이스라엘의 괴이한 오마주(hommage)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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