칡넝쿨을 걷어 내면서 

 

봄이 되어 집 뒤 언덕 
두릅나무에 감겨 있는 칡넝쿨 걷어 내면서 
나무 아래에서부터 줄기 끝까지 
긴 실 뱀이 몸통 감은 것처럼
숨통을 조이고 있는 걸
하나하나 걷어 내주면서 
시원하지 얼마나 갑갑했니라고 말해 주었다

칡넝쿨은 저 쪽에서 와서
이 쪽 다른 나무를 감고 
또 다른 나무를 향해 뻗어 있었다
꼭 언덕을 낱줄과 씨줄로 포위하듯이 
마대 포대 올처럼 언덕을 감고 
온갖 나무를 칭칭 감고 있었다

한 곳에 큰 뿌리 본부를 두고
한 걸음 뻗고 난 후 지역 터미널을 설치하고 
영양을 공급받고 한 걸음 나아가서 
큰 나무를 타고 올라갔다

긴 넝쿨 잡아당기면 지역 터미널이 파괴되어 나오고
그 끝은 꼭 뿌리 본부로 향한다
부드러운 땅 깊이 굵은 뿌리를 심고
얼마나 고집을 부리며
언덕을 감았는지 칡뿌리 영감은 늙을수록 힘이 좋다

본 뿌리에서 남동 서북 음흉한 긴 손가락 뻗쳐
칭칭 감아 오랫동안 온갖 나무 숨통을 조인
그 죄를 어찌할 건가

두릅나무에 올라 있는 칡넝쿨을 걷어 내면서
언덕 너머 산 너머 이 강산 생명에 뿌리내려 있는
저 많은 독 넝쿨을 어찌할 건가
한 동안 봄 언덕에서 일손을 멈추었다

 

최충산 목사, 예장합동 개금교회를 은퇴하고 경남 고성에서 바이블학당을 운영하며 시인으로 작품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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