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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충산 연작시】 칡넝쿨을 걷어 내면서 2

칡넝쿨을 걷어 내면서 2

 

 겉엔 아직 푸르스름한 넝쿨 사방으로 뻗어 있고
 썩은 낙엽 걷어내면 그 밑 
 꼭 죽은 것 같은 굵은 줄 깔려 있었다
 오만 볼트 걸린 전깃줄 같이 
 죽은 것 같이 이쪽저쪽 뻗어 있었다
 웬걸 잘라 보면 속은 살아있었다
 죽은 듯이누워 있을 뿐
 속엔 그들의 총알이 흐르고 있었다
 어떤 도도한 흐름이었다
 수 십 년 동안 땅거죽 지배한 검은 힘줄
 결코 겉으로 모습 드러내지 않고
 검푸른 피 흘려보내고
 능글맞은 웃음 흘리며 
 독한 술잔 들고
 부산스러운 서울 야경 내려다보는 숨어있는 실력자처럼
 겉과 속에서 검은 생명 흘려보내 
 남녀노소 먹는 점심과 시장과 뒷골목과 연극 무대까지
 시골 오일 장 어떤 은행 현금인출기 까지
 넝쿨 닿지 않은 곳이 없었다
 거침없이 남동 서북 뻗은 속 뿌리부터 먼저 잘랐다
 굵은 머리 밑 심장으로 가는 핏줄 잘랐다
 땅거죽 상처는 남지만 
 속뿌리 깊은 본부 앉아 있는 배부른 영감 목 잘랐다
 왠지 우리 사는 판때기 같은 조그만 언덕 
 고집스러운 칡뿌리 걷어내고
 맛있게 점심을 먹었다

 

최충산 목사, 예장합동 개금교회를 은퇴하고 경남 고성에서 바이블학당을 운영하며 시인으로 작품활동

최충산  choichungs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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