칡넝쿨을 걷어 내면서 3

 

 본부에서 뻗어 나간 넝쿨은 통줄
 중간 허브에서 뻗어 나간 줄은 
 로마 병정의 긴 가죽 채찍
 중간 본부에서 일선까지 
 아피아 가도처럼 연결되어 있다
 사방으로 검은손 뻗쳐
 땅을 지배하고 있는 밤의 황제
 관련성을 확대하는 것이 요건
 어떤 식으로든지 관련을 맺어
 그걸 근거로 나체 휘감듯
 맨몸 스멀스멀 타고 오르는 음모
 관련성을 타고 액체가 흐르고
 독약되어 간으로 가는 피를 막아
 돌처럼 굳은 간 덩어리들이 
 자꾸 성명을 발표한다
 자꾸 깃발을 흔들어댄다
 먼저 굵고 검은 통줄 끊는다
 그리고 잡아당기면 숨어있는 끄나풀들
 ‘살려 주십시오’ 하고 달려온다
 그러나 결코 항복하지 않는 본토 사령부
 할복할지언정 최후의 땅을 포기하지 않는다
 관련성의 끝은 팔다리 없는 몸 덩이
 신호 보낼 수 없는 고장 난 무전기
 도망갈 수 없는 보잉 747
 결국 굵은 뿌리까지 날개 없이 허공에 뜬다
 움직이지 못하는 허연 알몸 덩이
 바닥 없는 불못에 던져진다

최충산 목사, 예장합동 개금교회를 은퇴하고 경남 고성에서 바이블학당을 운영하며 시인으로 작품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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