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엄마 3

 

 

충남 부여에서 태어나
예산 오가면 좌방리에서 성장하셨고
일본 징용 갔다 온 동네 총각과 혼인
동네 방앗간에 신접살림 시작하여
좌방리에서 아들 넷 딸 하나 낳아
아들 둘 먼저 보내고 
육이오 총성이 멎자
서울 청파동 범식이네 셋방으로 오셔서
효산이 낳고 남산이 또 낳아
남산이 페니실린 쇼크로 잃으시고
귀여운 금산이 얻어 
마포 공덕동으로 이사
거기서 막내 예쁜 명희 낳으셨다
팔 남매 낳아 두 아이 보내고 
육 남매 먹이고 입히셨다
오일육 후 한일협정 반대 데모 할 때쯤
전기도 없고 전화도 수도도 없는 
관악구 봉천동으로 오셔서 
동네 큰 우물 물동이 이고 지고 해서
밥 먹여 학교 보내고
아랫동네 봉천 시장 계명 약국 약 짓고
싸구려 푸성귀 돼지 뼈 사다 끊여 먹이셨다
명산 형 명남 누나 장가 시집보내고
박정희 대통령 죽고 데모 날 때 
둘째 녀석 도망 다닐 때 속 많이 썩으셨다
그 철없는 충산이 통영 처녀에게 장가보내고 
착한 효산이 장가보내고
잘 생긴 금산이 결혼시키고
명희도 짝 맞추어 보내고
정든 봉천동 감나무 집 재건축 사업에 내주고
얼마 안 되는 집 판 돈 자식들에게 나눠주고
신림동 연립주택 그다음 주공 아파트로 이사하셔
큰 아들과 같이 이제는 늙은 남편 섬기시다
선천성 장애아 딸 둘 낳은 불쌍한 막내딸 위해
안산에서 십 수년을 사셨으니
그때 어머님 진이 다 빠졌나 보다
다시 신림동으로 돌아와 사십 살 먹은 셋째 놈 
먼저 가슴에 묻고 눈물로 사셨다
기둥 같은 좌방리 사내 남편도 쓰러져 
용미리 납골당에 안치하고
가끔 앞 관악산 멍하니 바라보셨다 
작은 아들과 같이 그 해 여름 옛날 사시던 청파동
효창공원 큰 고개 시장 만리동 고개 청파 초등학교 경복궁 
다 돌아보시고 그렇게 좋아하셨는데
그렇게 시원한 냉면 잘 드셨는데
그다음 해 누나와 같이 골이 쑤시다며 병원에 가신 그 날 
그 날 의사 앞에서 고개 툭 떨구시고 돌아가셨다
아무 말씀 없이 그렇게 가셨다
고우시고 사랑 많으셨던 이 옥순 어머니
거대한 엄마 보고 싶은 크나 큰 엄마
걸으신 그 길 오늘 우리가 갑니다

최충산 목사, 예장합동 개금교회를 은퇴하고 경남 고성에서 바이블학당을 운영하며 시인으로 작품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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