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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규詩人】물처럼 / 가을길을 달려요 / 감사할 따름입니다윤석규, 사당동 성진교회 장로, 2017년 기독교문예 등단

물처럼
 

                    윤석규

 

세모 그릇에 담으니
세모가 되고
네모 그릇에 담으니 
네모가 되고
동그란 그릇에 담으니 
동그랗구나

단단한 바위 깎아 내려 
길을 넓히고
높은 산 무너뜨려
새 땅 만든다

굽이 굽이 물 길 따라 
먹을거리 장만하여
물고기 터전이 되고
나무들의 소망이다

소리도 다양하니
개울에선 소곤 소곤
호수에서 수군수군
강에선 출렁 출렁
좁은 골목 울부짖고
낭떠러지 포효한다

작은 구멍 흘러들어 
큰 터널 뚫고
장벽을 만나면 
모아 모아 흘러 넘쳐 
제 갈길 간다

저 끝 바다를 향해

가을길을 달려요

                                윤석규

가을길을 달려요
걸을 수 없는
아내와 함께

시골길 코스모스
반갑다고
흔들 흔들 춤추고
저만치 갈대들도
뒤질세라 손짓을 해요

황금을 뿌렸는지
들판은 온통 황금색
산들은 울긋 불긋
색동옷 갈아 입고
가로수 은행나무
노랗게 물들었네요

작년에도
제작년에도
그 전 해에도
아내는 연신
이쁘다 참 좋다

아내와 함께
가을길을 달려요

내년에도
또 다음해에도
또 그 다음해에도
달리고 싶어요

감사할 따름입니다


                           【윤석규 詩人


달그락 툭 달그락 툭
어머님이 방에 들어가셔서
문을 닫으려는 소리
달려가 보면
문 손잡이를 잡고
문을 닫으려 애쓰고 계신다
"문을 그냥 이렇게 밀면 닫혀요" 하고
문을 닫아 보이면
"이제 알았어" 하시지만
그 때 뿐
달그락 툭 소리는 계속 된다
그래도 스스로 걸으시고
문을 닫으려 하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한나절에도 몇번씩
화장실을 다녀 오시는데
물 내리는 소리가 없어
쫓아 가 보면
소변 섞인 변기 물에
화장지가 둥둥 떠 있다
손을 잡아 화장실로 모셔와
"이렇게 물을 내려야 해요" 하고
물을 내려 보이면
"이제 알았어" 하시지만
그 때 뿐
물 내리는 소리는 나지 않는다
하지만
스스로 용변을 볼 수 있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ㅡㅡㅡㅡㅡㅡ
윤석규

101세 노모를 모시고 사시는 81세 성진교회 장로님의 시.
2004년 총신대 평생교육원  독서지도사 과정 1기 수료.
2017년 계간 기독교문예 시부문 신인상 수상.

윤석규, 사당동 성진교회 장로

송광택  songrex@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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