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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덕담】동족을 거짓말쟁이라고 한 에피메네데스와 안창호1

에피메네데스(Epimenedes)는 그레데 출신으로 신적 영감을 받은 사람으로 알려져 있었고 당시 사람들은 그를 선지자라고 불렀습니다. 그는 예언도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플라톤에 의하면 그는 아테네와 페르시아와의 전쟁이 일어나기 10년 전에 신탁에 의해서 아테네로 갔고, 아테네 사람들이 전쟁의 공포에 사로잡혀 있을 때 위로가 되는 예언을 하였다고 합니다. 즉 “그 군대는 10년 동안은 침략해 오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침략해 오는 때에는, 그들이 기대했던 것을 아무것도 성취하지 못하고 그들이 아테네 사람들에게 입힐 재앙보다 더 많은 참화를 당하고 되돌아갈 것이다.”라고 예언 하였고 아테네인들은 그 예언이 성취되었다고 믿었습니다. 그는 고대 7대 성인 중의 한 사람입니다.

디도서 1:12절에 “그레데인들은 항상 거짓말쟁이며 악한 짐승이며 배만 위하는 게으름뱅이라”그리고 13절에서 디도서의 저자인 바울은 “이 증언이 참되도다.”라고 하면서 디도에게 “그러므로 네가 그들을 엄히 꾸짖으라.”고 하였습니다. 디도서는 바울의 목회서신 중의 하나입니다. 바울이 그레데 교회를 돌보도록 디도를 그레데에 남겨 두었고 디도의 목회를 도우려는 목적으로 이 편지를 썼습니다. 디도서 1:12절의 말은 그레데의 한 선지자가 한 말을 바울이 인용한 것인데 그 선지자는 성경에 나오는 선지자와 같은 선지자가 아니고 신탁을 받았다고 사람들의 생각하는 철학자 에피마네데스라고 합니다.

에피메네데스가 한 이 말에서 거짓말쟁이의 역설이라는 말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철학과 논리학에 거짓말쟁이의 역설이 있는데, 이는 자기 모순적 말을 가리킵니다. 예를 들면 1, 나는 지금 거짓말을 하고 있다. 2, 이 문장은 거짓이다. 라고 한다면 1이 참이라면 2는 거짓입니다. 2가 참이 되려면 1은 참말을 하고 있다가 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결국 1.2문장은 서로 자기모순에 빠져 참과 거짓을 구분할 수 없게 됩니다. 이러한 거짓말쟁이의 역설이 바로 바울이 인용한 에피메네데스가 한 말에서 유래된 것입니다. 현인인 에피메네데스가 자기 동족을 거짓말쟁이라고 할 리가 없다고 생각하여 사람들이 거짓말쟁이의 역설을 만들어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도 됩니다. 에피메네데스가 ‘그레데인들은 거짓말쟁이다.’라고 했는데 그 자신도 그레데인이니까 그가 한 말도 거짓말이 되는 것입니다. 그러면 그레데인은 거짓말쟁이가 아닌 것이 됩니다. 하지만 이것은 말 그대로 패러독스입니다. 서로 모순되기 때문에 확증할 수 없는 주장이 되고 맙니다. 하지만 실제로 그레데인은 거짓말을 잘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니까 에피메네데스의 말이 거짓말은 아닐 것입니다. 다만 논리상 모든 그레데인은 거짓말 장이라고 한 그 사람이 그레인이기 때문에 논리적 모순이 생기게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레데인들의 거짓말에 대해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증언하고 있기 때문에 그레데인들은 거짓말쟁이라는 불명예를 벗어나기가 쉽지 않습니다. 고린도인들이 윤리적으로 너무 방탕하여 ‘고린도화 하다’(Corinthianize)라는 말은 곧 방탕을 의미하는 말이 된 것처럼 그레데화 하다(cretize)는 말도 ‘속이다.’는 뜻이 되었습니다. 헬라의 역사가 폴리비우스(Polybius, 203-120 B.C.)는 “더러운 이와 탐욕을 좋아하는 것이 사실상 그들 가운데 너무 지나쳐 모든 사람들 중에서 그레데인들은 어떤 일이라도 더러울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자들이었다.”(The Histories Ⅵ. 46)라고 하였습니다. 로마의 정치 철학자인 키케로(Cicero, 106-43 B.C.)는 “참으로 사람들의 도덕률이 땅에 떨어진 까닭에 그레데인들은 노상강도를 명예로운 것으로 생각했다.” (Republic Ⅲ. ix. 15)고 하였습니다. 로마의 역사가 리비(Livy, 50 B.C.)는 “그레데인들은 돈을 보고 좆았다.”고 하였습니다. 그 외의 많은 사람들이 그레데인은 거짓말쟁이라는 점을 인정했다고 합니다.

디도서 1:13절에서 바울이 “이 증언이 참되도다.”한 것은 이러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참이라고 말한 셈입니다. 그레데인들의 거짓말은 탐욕적인 욕망을 절제하지 못한 결과입니다. 이를테면 그레데인들은 뭐든지 하고 싶은 대로 말하고 행동하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인간의 도리라든가 체면이라든가 윤리라든가 예의라든가 이를테면 보편가치 같은 것은 별로 중요하게 고려하지 않는 사람들입니다. 왜 그런 좋지 않은 특징을 지니게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오랜 역사 동안에 끊임없는 외세의 침략을 받아왔기 때문에 살아남기 위해 거짓말을 하게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기도 합니다. 어찌되었건 이러한 그레데인의 거짓말과 정직하지 못한 특징이 우리 한국인들과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웃 나라인 일본과 비교해 보면 정직성에 있어서 한국인은 수십 배 내지 수백 배 나쁜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어떤 분이 일본 히로시마 어느 주점에서 술을 마셨다고 합니다. 당시 한국산 진로 소주가 일본에서 인기가 있어 소주 두 병을 주문해 마신 후 반 병이 조금 안 되는 술을 남기고 나왔다가 6개월 후에 다시 그 술집에 갔더니 주인이 그 반 병 남은 술을 당신들이 6개월 전에 남긴 거라며 내놓았다고 합니다. 일본이나 미국에서는 거짓말 하면 살기 힘든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거짓말 안하고 살기가 힘들다고 합니다. 좌우지간 지도자로부터 서민에 이르기까지 거짓말이 몸에 배인 듯합니다. 정치지도자나 언론인이나 학자나 종교지도자까지 거짓말을 다반사로 합니다. 다반사란 밥을 먹거나 차를 마시듯이 거짓말을 일상적으로 한다는 뜻입니다.

에피메네데스는 모든 사람에게 존경 받는 현인이었는데 자기 동족을 가리켜 모든 그레데인들은 거짓말쟁이라고 하였습니다. 나는 에피메네데스가 한 이 말을 생각하며 우리 조선 민족의 지도자였던 도산 안창호 선생을 생각하였습니다. 안창호 선생도 자기의 사랑하는 동족을 향하여 모든 조선인들은 거짓말쟁이라고 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는 누구보다 조국과 민족을 사랑하였지만, 조선이 망한 것은 일본 때문이 아니라 조선인의 거짓말 때문이라고 하였습니다. 그가 한 말 가운데 “진리는 반드시 따르는 자가 있고 정의는 반드시 이루는 날이 있다. 죽더라도 거짓이 없으라.”고 하였습니다. 한국인은 거짓말쟁이라는 말을 한국인이 한 셈입니다. 바울이 이 말을 들었더라면 “이 증거가 참되도다.”라고 하지 않았겠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거짓말쟁이가 많은 그레데에서 목회하는 디도에게 바울이 권면하는 교훈 가운데 “신중하라”는 말이 다섯 번 나옵니다. 전체가 3장밖에 안 되는 편지에 다섯 번(딛 1:8; 2:2, 5, 6,12)이나 같은 말이 반복되는 것은 매우 강조하기 위함입니다. “신중”이라는 단어는 헬라어로 앵끄라떼이아(ἐγκράτεια)입니다. 그 뜻은 절제, 혹은 자제라는 뜻입니다. “숙달하다.”라는 뜻으로 mastery over라고 하기도 하고 자제라는 영어의 의미로 self control이라고도 합니다. 갈 5:22-23절에 성령의 아홉 가지 열매가 나오는데 마지막이 절제입니다. 절제라는 말과 디도서에 다섯 번 나오는 신중함이라는 말이 원어에서는 같은 단어입니다. 신중과 절제는 교회 직분자의 자격으로 요구되는 덕목이지만 반드시 직분자만이 아니라 모든 그리스도인의 덕목이어야 합니다.

지도자의 자격 중에 가장 필요한 것이 신중 즉 절제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모든 그리스도인들에게 요구되는 덕목으로 이 말씀을 받아야 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절제해야 하는지 아주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봅시다. 왜 우리는 절제해야할까요? 그 대답은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짐승은 본능적 욕망을 스스로 절제하도록 하나님께서 만드셨습니다. 따라서 자연 상태에서 야생으로 살아가는 짐승은 비만에 걸리는 법이 없습니다. 인간이 애완용으로 키우는 동물은 인간의 그릇된 판단과 욕망에 의해 비만이 됩니다. 저희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도 먹이를 조금만 많이 주면 금방 비만이 됩니다. 동물을 애완용으로 키우면서 동물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동물을 학대한 셈이 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동물은 그냥 두면 절대로 과식을 안 하기 때문에 비만이 될 리가 없습니다. 하나님께서 동물의 DNA를 그렇게 만들어 놓으셨습니다. 그러나 인간은 본능적 욕망이 저절로 자제가 안 됩니다. 권력과 돈이 많으면 더욱 자제가 안 됩니다. 국가적으로나 개인적으로 부하게 되면 인간은 윤리적으로 타락하게 됩니다. 키신저가 권력은 미약이라고 했는데, 미약이란 흥분제입니다. 권력과 돈은 쾌락을 탐내게 하는 흥분제라는 뜻입니다. 밀림의 법칙인 약육강식은 권력자들과 부자들에 의해서 문명사회 한가운데서도 버젓이 저질러지고 있습니다. 소위 갑질이라는 것은 이를테면 양육강식의 법이 작동하는 것입니다. 한국에서 조금 잘 사는 아파트 주민들이 아파트 경비원에게 하는 갑질을 보면 정글의 법이 작동하는 밀림이나 다름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교수들이 조교에게, 담임목사가 부목사에게, 사법부의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갑질하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되어 있습니다.

요즘 한국사회를 보면 보수와 진보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데 절제를 하지 못한다는 면에서 보수와 진보는 하나도 다를 게 없습니다. 보수가 집권할 때 진보가 그렇게 문제 삼았던 짓을 진보가 더 노골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보수나 진보나 궁극적으로는 국가와 정치라는 것은 인간의 본능적 욕구를 잘 조절하여 효과적으로 다스리는 것입니다. 인간 사회에는 어디서나 중요한 법과 윤리와 예의가 있는데, 그것들은 모두 절제를 위한 것입니다. 법은 강제적으로 절제하게 하는 것이고 윤리와 예의는 자발적으로 절제하게 하는 것입니다. 사회에서도 강제적인 법에만 의존하지 않고 윤리와 예의도 강조합니다. 왜냐하면 법이란 완전하지 못하기 때문에 강제적 절제만 가지고는 인간의 욕망을 다 절제시킬 수 없기 때문입니다.

교회는 더구나 그렇습니다. 교회에도 법이 있지만 교회법은 강제력이 없습니다. 강압에 의한 절제는 좋은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께서 자원하는 예배와 헌신을 요구하신 것은 하나님과 우리가 인격적 관계이기 때문입니다. 인격적 관계는 다른 말로 하면 사랑의 관계입니다. 사랑의 관계에서 강압에 의해서 억지로 사랑을 한다면 그것은 사랑도 아니거니와 그런 사랑을 받는 사람도 기분이 좋을 리가 없습니다. 하나님께서는 형식주의적인 것을 아주 싫어하십니다. 그래서 하나님 나라와 교회는 모든 것을 자발성에 호소합니다. 그것이 교회가 사회와 다른 점입니다. 그런데 못된 교인들은 교회법에 강제성이 없다는 것을 악용해서 막무가내로 행패를 부리고 못된 지도자는 강제적이지 않은 교회법을 강제적으로 적용하려합니다. 그래서 교회에서 한 번 분쟁이 일어났다하면 문제가 잘 해결되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너 죽고 나 죽자 식으로 끝까지 갑니다. 그런 경우 교회 재산은 변호사 비용으로 다 낭비하고 마지막에는 교회 부동산 팔아서 나눠먹기로 끝내는 교회도 있습니다. 온 사회를 통틀어서 싸움 중에 교회 싸움이 가장 지저분하고 저질적입니다.

요즘 한국 사회나 교회를 가만히 보면 한 마디로 절제가 안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절제가 안 되는 사회가 가장 미개한 사회입니다. 한국이 경제나 군사적인 면에서는 세계에서 상위권에 속하지만 윤리적인 면에서는 100여 개의 나라 중에 51위라고 합니다. 경제적인 면에서 보면 한국은 살기 좋은 나라입니다. 그런데 그 안에서 헬조선이라는 말이 유행하는 것을 보면 행복은 경제적인 것으로 보장되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교회는 교회 자체를 위해서나 사회를 위해서나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 절제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말하면 사람들은 전도나 선교나 구제가 중요한 일이지 신중과 절제가 뭐 그리 중요한 일이냐고 반론을 제기할 수도 있습니다. 선교나 구제 같은 것은 행위에 관한 문제이고 신중과 절제는 존재에 관한 문제입니다. 행위보다 존재가 훨씬 더 중요합니다. 산을 옮길만한 믿음이 있어도 사랑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의 문제입니다.

“그레데인 중의 어떤 선지자가 말하되 그레데인들은 항상 거짓말쟁이며 악한 짐승이며 배만 위하는 게으름뱅이라 하니 이 증언이 참되도다 그러므로 네가 그들을 엄히 꾸짖으라 이는 그들로 하여금 믿음을 온전하게 하고”(딛 1:12-13).

황상하목사, 뉴욕 퀸즈제일교회 담임

황상하  joseph195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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