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   현

 

                                   김종욱

 

스스로의 숨소리가

어수선하게 들릴 때가 있는지요

별들은 정말로 그 숨소리의 공허에 떠있어요

죽은 조개껍데기 안쪽의 흰 공백에는

가끔 무지개무늬가 뜨고요

사랑하는가 보다 하는 멍청한 생각은

죽을 것 같은 느낌과 상당히 비슷하죠

그중에서도 선택하면 보이는 것들이 있어요

모든 실체는 확률, 그러니까 허구에요

이해가 가나요 내 거짓말이?

 

거짓말같이 아름다운 풍경 속으로 바래져가는

발열하지 않는 반딧불이의 차가운 빛

몹시 찬 녹차 같은 숲의 바람으로 불어오고

푸른 별빛 되어 내 마음을 적시면

분명 말로 할 수 없는 것들이 있어요

가끔만 드러나는 신비는 변질되어 가려지고

우리가 그 신비를 선택하기 전까지

이지러지고 차오르는 달은 동시에 선과 악

 

벚나무를 깎은 연필로 꽃잎을

흘겨 쓴 메모를 뜯어내니

푸른빛이 선명하고 짙은 바다

흰 종이 위에서 서늘한 그늘로 어른거려요

흰 달개비 꽃이 반만 핀 듯이

미세한 새벽의 빛도 작게 속삭이죠

 

은빛은 옅은 보라, 점점 낮을 쏟아내는 물감

진홍이 하얀 독을 품은 한낮의 꽃잎은

양털처럼 보드라워서 밤이 되면 따듯해요

어두워지면 볼 수 있는 이미지는 말할 수 없어요

이 시는 말할 수 없는 그림들을 보여주려 해요

분명히 실패하겠지만

 

쾌청한 하늘은 금빛 하프

영혼이 날며 스칠 때마다 맑게 울리는 햇빛

초록을 지우고 황금이 되는 오후의 빛

점점 더 붉게 타올라 검붉은 피를 흘리다가

검은 바다가 되어 야생의 작은 눈빛들이

나를 뚫어져라 바라볼 땐 섬뜩한 사랑,

언어는 우리로 가능한 그림만 그리고 있어요

그림이 겹치고 색이 섞이고 무늬가 생기고

더러는 지워지지 않은 얼룩으로 남겠지만

하얀 안개꽃이 젤로 이쁘더라고요 나는

사실 진짜 그래요 거짓말이지만

웃고 있어도 슬픔이 묻어나는

거짓으로 거짓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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