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주기의 최대 축하절기는 성령강림절이다. 성령강림절은 부활주기의 절정이요 열매이다. 성령강림절은 모든 교회절기의 절정이라고 해도 되겠다. 그리스도께서 이미 이루신 구속사역을 실제로 누리게 하시는 절기이기 때문이다. 그림의 떡이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구원사역은 그림의 떡이 아니다. 이루어진 일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을 누리지 못하면, 맛보지 못하면 무슨 소용이 있는가? 그리스도께서 이루신 구속사역을 하나 하나 기념하는 것이 교회력인데 그 이루어진 일을 최종적으로 누리게 해 주시는 절기가 성령강림절이다. 성령강림이 아니고서는 그리스도께서 이루신 일도 우리에게는 실효성이 없는 것이다.

예수님은 부활하신 후 40일째에 승천하셨고, 승천하신 지 10일 후에 성령님을 보내어 주셨다. 부활로부터 50일 후가 성령강림절인 것이다. 구약절기에 의하면 유월절에 있는 초실절 후 50일째를 오순절이라고 부른다. 이 오순절은 하곡인 밀을 추수하는 절기였다. 봄에 보리이삭이 맺히는 것으로부터 시작하여 여름추수인 밀 추수에 이른 것을 기뻐하는 절기였다. 이 절기를 맥추절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밀 추수인데 말이다. 이 오순절에 성령께서 강림하셨다(행 2:1-4). 오순절에 성령께서 강림하신 것은 구약의 오순절이 성령강림으로 말미암아 성취되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유대인들은 오순절에 하나님으로부터 율법을 받았다고 해석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유월절을 지키면서 출애굽했고, 50일째에 시내산에 도착하여 언약의 돌판을 받았다는 것이다. 최초의 오순절은 하나님으로부터 율법을 받은 것을 기념하는 절기였다. 이스라엘 백성들에게는 세상 양식에다가 하늘 양식을 받았다. 오순절은 하나님께서 주신 땅의 열매를 기뻐하고 감사하는 절기일 뿐만 아니라 이스라엘이 헌법(?)을 반포하면서 한 민족, 한 나라로서 출발한 것을 알리는 절기였다. 최초의 오순절은 이스라엘 백성이 하나님과 언약을 맺고, 언약의 문서를 받고, 언약의 백성으로 살기 시작한 것을 축하하는 절기였다.

이스라엘 자손들은 시내산에서 하나님과 더불어 언약을 맺고 난 다음에 바로 송아지로 우상을 만들어 섬기므로 언약을 깨뜨려 버렸다(출 32:1-6). 이것을 본 모세는 하나님께서 친히 만드시고 새겨주신 돌판을 던져서 깨뜨려 버린다. 이스라엘 자손들이 언약을 지키려는 마음이 없었기 때문에 하나님과의 언약관계가 깨어졌다는 것을 시위해 보인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다시 돌판을 만들어가지고 올라오라고 하시고는 처음 것과 동일한 언약의 말씀을 새겨 주셨다(출 34:1-9). 이후에 이스라엘의 완약함을 지속적으로 목도하신 하나님께서는 새 언약을 맺겠다고 하신다. 이제는 돌판이 아니라 마음판에 하나님의 율법을 새겨주시겠다고 하신다(렘 31:33). 마음판에 새겨졌으니 이제는 잊어버릴 일이 없다. 마음으로부터 율법을 지키게 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오순절에 성령께서 강림하심으로 이루어진 일이다.

고대 교회는 교회력의 절정인 성령강림절을 크게 축하했다. 부활 전야제처럼 성령강림 전야에 모여 예배했다. 이 전야 예배 때는 구약성경의 본문을 네 군데 읽었다. 이 네 군데 본문은 오순절 성령강림을 예상하는 본문들이었다. 첫째 본문은 창세기 11장의 바벨탑 사건이다. 오순절 성령강림이 죄로 인해 수없이 분열되어 있는 세상을 하나로 만드는 사건임을 알려주는 것이다. 둘째 본문은 시내산 앞에 당도한 이스라엘 자손들에게 주신 출애굽기 19장이다. 오순절 성령강림으로 인해 주님의 교회에 새로운 법을 선포해 주신 것을 축하한다. 셋째 본문은 뼛조각들이 거대한 군대를 이루는 에스겔 37장의 말씀이다. 성령께서 오심으로 죽었던 자들 가운데 새로운 하나님의 백성이 일어나는 것을 보여준다. 넷째 본문은 요엘 2장 말씀이다. 오순절 성령강림 때 사도 베드로가 인용했던 바로 그 구절이다. 이제는 말세가 되었고, 누구든지 주의 이름을 부르는 복된 시대가 펼쳐졌다는 것을 선포한다.

부활절에 강단을 장식할 경우에는 백합과 같은 흰 꽃으로 장식한다. 부활절은 흰 색이 적합하기 때문이다. 성령강림절에 이르면 그 색깔이 빨간색으로 바뀐다. 오순절에 성령께서 불의 혀같이 갈라지는 모습으로 임하신 것을 연상하도록 불붙는 것 같은 색깔의 꽃으로 장식한다. 부활절로부터 성령강림절에 이르기까지의 50일간 독서는 사도행전과 요한복음을 주로 한다. 예를 들어 부활절에 요한복음 서론(1:1-18)을 읽고, 이후로는 요한복음에 대한 전체 독서를 시작하기도 한다. 사도행전은 성령행전이라고 부를 수 있다. 사도행전은 성령강림절 이후에 계속해서 묵상하기에 좋은 말씀이다. 성령께서 오셔서 교회를 세워 가시는 것을 잘 보여주기 때문이다. 성령강림은 단회적인 사건일 뿐만 아니라 지금도 계속해서 임하는 사건이다. 성령님으로 인해 교회는 갈수록 더 풍성해진다.

안재경 목사(남양주 온생명교회) http://cafe.daum.net/os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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