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의 사회적 신뢰도 여론조사 다시보기]

◆ 본 글에 나타난 통계자료는 기윤실이 지앤컴리서치에 의뢰하여 2017년 1월 20~21일 조사한 결과입니다. 

대통령 선거 국면에 기독교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를 물었다. 참고로 본 조사는 지난 대선 전에 실시한 것이다. 결과는 ‘갈등의 해소와 국민통합’이 약 30%로 1위, ‘공명선거를 위한 감시활동’이 19.4%로 2위, ‘국가의 윤리적 기본방향 제시’가 18.1%로 3위를 차지했다. 이 결과는 보기가 정해져 있어 모든 의견을 반영할 수 없었지만, 다수의 국민이 ‘갈등 해소와 국민통합’을 중요하게 여겼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대통령 선출 이후 국민 통합이 가능할까?’ 현 시국에서 많은 사람이 가장 염려하는 주제다. 보수와 진보, 대통령 지지파와 반대파가 서로 주장하는 바는 매우 극단적이다. 서로의 주장에 대해 귀 기울이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서로를 거짓말쟁이라며 헐뜯는다.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내세우는 주장 역시 ‘가짜뉴스’가 많다. 무엇보다 갈라선 국민을 소통과 화합으로 이끌어야 할 지도자들이 오히려 대중을 선동하고 있다. 대선 후 1년, 그리고 지방선거 국면에 접어든 지금도 이 문제를 극복하지 못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다수 국민들은 선거 이후를 걱정한다. 앞서 소개한 여론조사의 결과가 말하듯, 기독교가 갈등을 해소하고 국민통합을 이끄는 데 앞장서기를 바란다. 이러한 요구는 분명 정당하다. 교회는 다양한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다. 정치적 견해가 다른 사람이나 삶의 배경이 다른 사람들이 모이는 신앙공동체다. 이런 곳에서 신앙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이야기할 수 있다면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갈 수 있을 것이다. 용서와 화해, 그리고 사랑의 가치를 가지고 있는 기독교가 서로를 용납하고 포용할 수 있는 길을 연다면 유력 정치인보다 더 큰 일을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많은 사람이 ‘공명선거를 위한 감시활동’을 기독교의 역할로 꼽은 것은 뜻밖이었다. 정치가 신뢰를 잃고 본질이 왜곡되던 과거에는 사회적으로 공명선거 감시 운동 등이 활발했고, 기독교 역시 공의정치실천연대와 같은 단체가 이를 활발하게 주도했다. 하지만 한국 정치가 선진화되면서 선거 감시운동은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줄어들었다. 최근 들어 정치계나 법조계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선거감시운동에 대한 요구가 커진 것이 아닐까 예상해 본다. 이는 분명 시대를 반영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번 조사에서는 앞에서 소개하지 않은 결과로 ‘대선 후보의 검증(6.4%)’이나 ‘주요 정책의 기본 방향 제시(4.7%)’ 등이 있었다. 일반적으로 종교계에 기대하는 부분은 이런 것일 수도 있겠지만, 대중들은 기독교에 더욱 직접적이면서 눈에 띄는 참여를 요구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10대와 20대는 ‘선거 감시 운동’에 대해 28.8%로 거의 30%에 가까운 지지를 보인다. 이를 보면 현실 정치에 대한 불신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본 조사 결과를 통해 비정상적 정치 시대를 바라보며 교회가 무엇을 해야 할지, 그리고 어떻게 참여할지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먼발치에서 구경꾼의 자세를 취할 것이 아니라 바른 정치를 위한 실질적인 참여, 정치권의 거짓과 불의에 예언자적 메시지를 던지는 사명을 가져야 할 것이다. 또한 정치인과 공직자에 대한 불신을 떨치고 사회가 통합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대중이 요구하는 기독인의 정치 참여일 것이다. 조성돈 교수(기윤실 교회신뢰운동본부장,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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