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정지/ 3호선 전철/ 책/ 산책 / 아들에게 / 어머니 / 히로시마 원폭 / 만남 / 새벽
만남을 위하여
송광택
샘을 찾아가리 생수가 솟는 샘을 찾아 길 떠나리 평화와 사랑을 꿈꾸며 아아 옛 선인들의 발자취 더듬으며 찾아가리
이제 길 떠나리 사람마다 가슴에 있는 사랑의 샘 평화의 샘을 찾아 가고 가서 땅 끝에서 만나리 눈빛마다 희망이 충일한 젊은이들
서로 반기는 눈길에 사랑이 움트고 마주 잡는 손길에 믿음이 오가리 아, 그때에 마음으로 사랑으로 영으로 슬픔 많은 이들의 자리로 내려가 눌린 자의 처소를 돌아보리라
그날에는 사람마다 안식의 꿈을 꾸리라 동서가 서로 손을 내밀고 남북이 서로 반겨 안으니 사막에 길이 열리고 광야에 꽃 피며 하늘 위에 가슴 속에 무지개 서리라 |
유관순1
송광택
그 때는 국민학교 시절
일제 강점기 때 지은 학교
1학년 목조 교실 안에서 시작된 첫 수업
그 교실에서
국어시간 받아쓰기
산수 시간 덧셈 뺄셈
태극기 그리는 법 배우고
동서남북도 배우던 어린 시절
선생님이 들려주신
유관순 누나 이야기 들으며
왜 가슴 속 무언가가 꿈틀거렸을까
삼월의 하늘은 지금도 우리 위에 있고
그 이름 유관순
기억하라 하네
유관순2
송광택
나에게는 만세를 부르는 이유가 있소
대한의 자유를 위해
내 생명의 자유를 위해
나는 만세를 부르오
자유 없는 삶은 생명이 아니기에
나는
대한독립을
목소리 높여 외치오
나뿐 아니라
대한 사람 모두에게
만세를 부르는 이유가 있소
빼앗긴 자유를 되찾기 위해
잃은 나라를 다시 세우기 위해
내가 나되게
우리가 우리답게 살기 위해
너와 나 모두
사람으로 대접받는 새 세상 만들기 위해
우리는 함께 외치오
쉬임 없이 외치오
만세, 만세
대한독립만세.
2019. 3. 12.
십자가
한 올의 빛도 차마 |
일단 정지
송광택
삶의 어느 길목에서 돌연 나타나는 ‘일단 정지’ 가던 길 멈추고 뒤돌아보면 복병처럼 숨 죽이고 다가오는 안개
숨가쁘게 달려온 것도 아니지만 일단 정지하고 돌아 보네 편린처럼 흩어진 시간의 조각들 안개 속으로 사라지는 시간의 영상
이젠 미운 사람 없어라 쓰라린 마음도 없어라 한 무더기 낙엽처럼 쌓여가는 살아온 이야기 |
3호선 전철 송광택 책이 수북하다 앉아있는 책 서 있는 책 스마트폰 만지작거리는 할머니 무슨 음악 듣고 계신가 바닥에 가방 놓고 그 위에 앉은 학생 게임에 몰두하고 있네 한 어르신 얼굴에서 아장아장 어린 시절 찾아본다 열세 살 소녀 시절 고운 미소는 어디 갔을까 엄마가 되고 할머니가 되어 조금씩 작아지는 몸 항아리 이 항아리 안에 무엇을 담고 있을까 저마다 품고 있는 말랑말랑한 이야기 책 세월 속에 바람 속에 떠밀려 가고 있다 |
책 송광택 잠들어 있을 때 흔들어 깨우고 지쳐있을 때 내 등을 밀어주는 너
네 품에서 뛰놀다가 그 무릎에서 잠들고 싶다 네 그늘 아래 쉬다가 그 어깨에 기대고 싶다
길을 잃을 때 나침반이 되고 목마를 때는 청정한 샘이 되며 잠 못 이루는 깊은 밤 초롱한 눈빛의 벗이 되어다오 |
산책
울타리를 걷어내고 이제 |
아들에게 송광택
물이 되어라 |
어머니 송광택
새로운 탄생의 하루가 지나 |
히로시마 원폭 송광택
우리는 그것을 버섯구름이라 하네 거리를 두고 보면 그건 그저 버섯구름이라네
건반 위에 남긴 지문보다 더 희미한 흔적으로 소리 없이 사라진 생령들 모든 이의 마음속에서 모든 현이 끊어 지 는 소리 그건 다만 무너져 내리는 소리 뉴욕과 파리에서 모스크바와 동경에서 서울과 아프리카 오지에서 그건 저주의 빚 천만 개의 송곳으로 날아와 온몸을 천천히 그리고 깊이 누르는 원혼들의 습격
이제는 신화 짙은 안개 속에 묻혀버린 이야기 그래서 우리는 언제나 안녕하다 밑없는 구렁 속으로 떨어지면서 우리는 모두 안녕하다 그날 이후 |
만남 송광택
빛은 빛은 삶의 다양함 빛을 만난다. |
새 벽 송광택
새벽은 깊은 우물이다 생수의 투명함은 네 이마에 내 이마 마주 대고 있으면 |
송광택 목사, 창조문예 신인작가상, 바울의교회 글향기도서관 담당목사, 계간 국제문학 편집이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