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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생 詩】 비빔밥 / 시인 / 잊혀져간다 / 유기농

비빔밥

                                장영생

맨 꼭대기 가지
나뭇잎도
끓는 햇살 못견디나
고개를 숙였다
땅에서 올라오는 뜨거움
그늘 숲이 덜어주고
물소리에 끼워 넣은
산새들 이중주
헉헉거리는 숨소리는
작은 날 것들 먹이
젖어드는 소매
달라붙는 바지가랑이
그늘과
바람 섞은 산채 비빔밥
물소리에 산새소리 
육회 비빔밥
찜통으로 지은 돌솥 비빔밥
저 앞이 능선인데
정상이 보이는데
타는 입술
빈 물병
아서라 여름이란다
비빔밥엔 오이 냉국이 최고

 

시인

                            장영생

 

내게 붙여준 도구
시인입니다
이쁜 말로 훔칠 맘
전혀 없는
그저 나를 위해
쫑긋 세운 귀로
한마디 한마디
현미경처럼
살피다가
힘겨운 일 버텨주는
예쁜 글만 그려보는
시인입니다
모임이든
어디서든
고운 글
고운 마음
고픈 이들과
나누고 받는
본성 깨우는 시인
읽히고 싶은 도구입니다

 

잊혀져간다

                             장영생

철조망 넘어
떨어지던 붉은 장미
흘리는 눈물 보이시나요
흐르는 물따라
불어드는 바람에
색은 바래가지만 
엄연히 존재하는 사변
기웃거리지도 못한채
슬그머니 넘겼지요
그런일이 있었는지도
꺼내 볼 맘조차
없었던게 아닐런지요

양은 공기에 숟가락
달랑 들고
한 주걱 퍼주는 집 앞
줄을 서는 아이들
솜바지만 입어도
따뜻했지
홑껍데기 달달 떨며
씻지못한 검뎅이
눈만 빤짝
쵸코렛 기브미
어디서 주워들은 꼬부랑 말
미군트럭 쫓았던 일

잊는게 많으니
기억이란 단어가 
빛처럼 보이네요
보이는건 같아도
보는게 다른 우리 세대
이젠 우리도 그냥 넘겨볼까
생각 다듬어 보려
쎈 장마 기다립니다

유기농

            

                       【장영생 詩】

잎파리는 고라니
멧돼지는 뿌리까지
우린 뭐 먹고 살라고
먹다 조금 남겨주면 어때서
걔들이 그걸 알면
그리도 먹어댈까
두더쥐
달팽이
배추벌레
소문없이 찾아드는
벌레들 놀이마당
동물농장 따로없네
옆집
뒷집
앞집
우리집 에워싼 독한 약들
식구끼리
조금 부쳐 먹자고
농약 한번 안쓰니
이름 모를 잡초천국
유기농은 늘 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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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국제문학 신인작가상 수상

송광택  songrex@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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