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근 목사의 詩

  기브롯 핫다아와    

 

 

아침 일찍 예배당 가는 길

부르흐의 “콜 니드라이”를 들으며

기도를 올렸다

 

“주님, 오늘 크리스와 루크가 싸운다는데 크리스가 이기게 해 주세요”

 

소름처럼 두려움이 돋는다

기울어진 마음에서 오는

스스럼없는 자잘한 소원들

속의 의뭉스러움

 

‘젖과 꿀이 흐르는

푸른 풀밭과 잔잔한 물가’

그곳에서 살고 싶어

망설임 끝에 나선 자들

 

공간을 가득 채운 외침은

싸락눈처럼 흩어져 쌓이고

마침내 반죽처럼 가슴에서

부풀어 오르는데

 

무엇을 원하시는 걸까?

 

기대와 욕심을 버린

누룩이 제거된 삶

황혼의 체념적인 허무함을

지혜롭고 아름답다 한다면

믿고 바라는 것들의 자리는 어디인가

 

흐린 겨울날, 쌀쌀함은

옷깃으로 스며들고

핼쑥한 날빛에도 반짝이는 길

고개만 숙인 메마른 억새풀

놓지 못한 서걱거리는 꿈

 

흔들리고 있다

◈ 기브롯 핫다아와- 성경 민수기11장에 나오는 사건이 일어난 곳으로, “탐욕의 무덤”이란 뜻이다. 부르흐의 '콜 니드라이'는 "신의 날"이라는 뜻이다. 유대계 작곡가 부르흐가 유대인들의 멜로디를 주축으로 작곡한 첼로곡인데 좀 슬픈 느낌이 든다. 주님의 구속을 기다리는 우리의 심정과 삶을 나타내지 않았나 생각한다. 크리스와 루크는 세계적인 격투기 선수이다. 김선근 목사는 경남 합천에서 영혼의 쉴터를 운영하고 있다. <김선근 목사의 시작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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