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리교 감독회장 선거무효소송 취하 이유

청년시절 함석헌 옹의 글을 읽고 외운 한 구절이 있다.

"丈夫玉碎愧甑全(장부옥쇄괴증전) : 장부가 옥같이 부서지지 기와장처럼 옹글기를 부끄러워한다."

내가 외우고 있는 여러 한문 문장 가운데 하나이다. 그런데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일본 사이고다가모리(西鄕隆盛)의 시였다. 함석헌 옹의 번역은 다음고 같다. 

옥중신산지시견(獄中辛酸志始堅)
장부옥쇄괴증전(丈夫玉碎愧甑全)
아가유법인지부(我家遺法人知否)
불용자손매미전(不用子孫買美田)

옥속에 쓰고 신 맛을 겪으니 뜻은 비로소 굳어진다.
사내가 옥같이 부서질지언정 개와장처럼 옹글기 바래겠나.
우리 집 지켜오는 법 너희는 아느냐
자손위에 좋은 밭 사줄 줄 모른다 해라.

저 7언 절구 중에 '장부옥쇄괴증전'만 외우고 있었던 것이다. 아마도 이 구절만 외웠던 것은 이 구절이 내 마음에 와 닿았나보다.

일본이 패망하기 전에 1억 옥쇄를 외쳤었다. 전쟁은 군인이 하는 것인데, 민간인까지 끌어들여서 옥쇄를 외쳤던 것이다. 그러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투하되어 항복함으로 옥쇄작전은 끝이 났다. 옥쇄라는 것이 멋있을 지는 몰라도 가장 극단적인 작전이며 미래가 없는 작전이었다.

필자는 "장부는 옥같이 부서지지 기와장처럼 옹글기를 부끄러워한다"는 말을 언제나 가슴에 새기고 살아왔다. 나름 타협하지 않고, 구차하게 살지 말고, 이득에 연연하지 않고 살자고 항상 스스로 다짐했다. 그러나 옥쇄라는 것 자체가 얼마나 반생명적인 것이며 극단적인 것인지를 나이가 들면서 깨닫고 있다. 구차하게 기와처럼 옹글어서 자식 가르치고, 가족먹여 살리기도 한다.

필자가 어려서는 병자호란 시절, 김상헌의 척화파가 멋있었다. 최명길의 주화파는 비겁해보였다. 김상헌이 주장하는 명분과 의리를 죽음으로 지키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순간적으로 죽음을 택하는 것보다 참고 견디면서 조금씩 바꿔나가는 것이 훨씬 더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참고 견디는 것이 더 강한 것임을 알게 되었다.

내가 무엇인가를 결단할 때 명분과 의리의 내용이 무엇인지에 대한 분별이 있어야 한다. 명나라를 향한 명분과 의리가 백성의 안위보다 중요하다고 한다면 그 명분과 의리가 무슨 의미가 있는가? 조선과 백성의 안위보다 명나라를 향한 의리가 더 중요하다면 잘못된 것이다. 김상헌이 항복문서를 찢으면 그 찢어진 문서를 다시 주어 붙이는 최명길이 더 강한 사람임을 알게 되었다.

우리의 삶은 옥처럼 부서지기보다 기와처럼 옹글어도 하루 하루 살아내야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죽음으로 주위의 사람들을 절망에 빠뜨리지 말고 하루 하루를 살아냄으로, 살아 있어줌으로 서로에게 의지가 되어 주어야 한다. 그냥 인내하며 오늘 하루를 살아내야 한다. 내일 일은 내일이 걱정하게 하고 오늘 하루를 살아내야 한다.

기독교대한감리회는 현재 감독회장 대행체제이다. 전명구 감독회장이 감독회장선거 무효소송과 감독회장 직무정지 가처분 인용으로 자리에서 물러나고 감독회의에서 이철 목사가 감독회장 직무대행을 맡았다.

그런데 이철 직무대행이 감독회장재선거를 즉시 추진하지 않자, 감독회장선거 무효소송과 감독회장 직무정지 가처분 소송의 원고인 성모 목사가 전격적으로 소 취하를 했다. 이로인하여 감리교는 희망과 혼란의 대 소용돌이가 휘몰아치고 있다. 미북회담에 버금가는 대반전이라고 환호하는 사람들도 있으나, 반면 향후 기독교대한감리회의 미래는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니전투구를 예상하는 사람들도 많다.  

이에 감독회장선거 무효소송과 감독회장 직무정지 가처분 소송 당사자인 성모 목사의 글을 게재한다.

성모 목사

선거무효소송을 취하했던 이유 

선거무효의 소를 제기했던 것은 장정을 바로 세우고자 하는 의도였습니다. 피선거권에 분명히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렇게 1년 6개월여의 고단한 소송을 시작했습니다. 목회하면서 소송을 한다는 것은 지극히 힘든 일이었습니다. 준비서면을 작성하느라 밤을 새운 적도 여러 번 있었고, 양쪽에서 준비서면이 날라 올 때에 가슴이 놀란 적도 많았습니다. 이 소송은 취미로 탁구를 치는 일반인이 국가대표급의 탁구선수와 시합을 하는 것과 같았습니다. 아마추어와 프로의 대결이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도움심으로 이겼습니다. 기적같은 일이었습니다.

직무정지가처분을 신청하고, 임시감독회장을 선임해 달라는 요청을 했습니다. 장정을 지키지 않고 실정법을 앞세운다고 비난을 받았습니다. 제 생각은 장정에 의해 선출되는 사람이 직무대행의 역할을 제대로 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어쨌든 장정에 의해 이철 목사가 직무대행에 선출되었습니다. 

직무대행에 선출된 이철 목사와 함께 두어 시간을 대화했습니다. 대화의 결과는 애매모호였습니다. 저는 직무대행의 최우선의 일은 ‘항소취하’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직무대행은 ‘총회실행부위원들을 만나는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그 말은 총실위의 결의를 거칠 것이라는 말이었습니다. 감독회장의 모든 권한을 행사할 수 있으니 그냥 항소를 취하하면 된다고 권면을 했어도 받아들이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마음이 답답했습니다. 

그 후 첫 총실위에서 직무대행은 ‘총실위에서 항소취하를 결의해주면 항소취하를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직무대행도 실제로 결의가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을 겁니다. 그렇다면 항소를 취하할 생각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항소를 취하하지 않아도 판결이 날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판결 날자입니다. 6월 21일에 변론을 종결한다고 했습니다. 두 주후에 판결이 난다면 7월 5일, 12정도입니다. 두 주 후에 확정이 된다면 7월 말이 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각 연회 평신도 선거권자입니다. 지난 연회에서 평신도 선거권자를 선출했습니다. 그러나 감독선거권자만 선출했습니다. 감독회장선거권자는 언급이 없었습니다. 이번 선거무효로 판결이 난 것은 평신도선거권자 결의가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따라서 감독회장 선거권자는 다시 선출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감독회장선거권자를 다시 선출하려면 각연회에서 다시 임시연회로 모여 결의를 해야 합니다.

그런데 직무대행은 아무런 대책이 없이 시간만 낭비했습니다. 총회장정유권해석위원회에 해석을 의뢰하던지, 아니면 감독회의를 소집하여 임시연회를 열 것을 논의하던지 해야 하는데 아무 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감리회 산하 5개 재단의 이사장직과 기독교타임즈 이사장직에 대한 직무를 정지시키고 이철 직무대행의 명의로 교체해달라는 가처분을 제기했습니다. 감독회장 직무가 정지되었을 뿐이지 감독회장직은 여전히 살아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몇 달 하면 다시 새로운 감독회장에게 넘겨야 할 이사장직을 왜 가지려 하는 것인가? 이 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고민을 했습니다. 결론은 재선거를 속히 하지 않으려고 그런 것입니다. 

태화복지관은 사무총장직이 공석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그 직에 직무대행의 교회 장로를 임명하려고, 임명하려면 인사권이 있어야 하니까, 인사권은 이사장이 갖고 있으니까 그랬다 는 소문이 났습니다. 설득력이 있는 소문이었습니다. 

더 이상 그냥 둬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에 지난 6월 14일(목)에 ‘이철 직무대행에게 요청합니다’라는 글을 공개적으로 발표하여 재선거를 시행하기 위한 결단을 일주일 안에 보여 달라고 했습니다. 직무대행의 직권으로 할 수 있는 ‘항소취하’와 ‘5개재단, 기독교타임즈 이사장 직무정지가처분을 취하’를 해주시기를 요청했습니다. 

그러나 전화 한 통 없었습니다. ‘재선거 반드시 할 거다. 좀 기다려 달라’라는 말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직무대행은 지난 18일(월)에 일영연수원에서 정회원 연수교육을 받고 있었습니다. 모두 의아하게 생각했습니다. 감독회장에 출마하려고 한다는 말이 흘러나왔습니다. 감독회장선거는 4년제라는 말과 함께 출마할 거라는 소문이 속히 퍼졌습니다.

4년제로 가면 현재 감독회장 출마의사를 분명히 밝힌 김인환, 여우훈 목사가 자동적으로 탈락됩니다. 4년 안에 은퇴해야 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김인환, 여우훈 목사가 탈락되면 마땅한 주자가 없어서 쉽게 당선될 수 있다고 추정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무리하게 4년제를 주장하고 측근의 변호사를 통해서 이와 같은 말을 계속 흘리고 있었습니다. 

제 자신은 이와 같은 상황에서 종합해서 깊이 생각했고, 주위의 여러분들과 함께 정세분석을 했습니다. 결론은 ‘올 해 재선거는 어렵다. 내년에 감독회장선거를 시행하는데 남은 잔여임기가 아니라 4년제 감독회장을 선출하려고 한다. 극심한 혼란이 올 것이다’였습니다.

현 상황을 다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1. 항소심 판결의 확정은 7월 말이 된다. 그러나 보조참가자가 상고할 가능성이 있고 그렇게 되면 판결이 언제 확정될 지는 모르고 연말까지 갈 수 있다.
2. 재선거는 시기적으로 감독선거와 함께 시행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3. 직무대행의 행보를 보면 속히 재선거를 할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4. 감독회장 평신도 선거권자 확정을 위해 임시연회를 열어야 한다.
5. 내년에 실시한다 해도 잔여임기가 아니라 4년제 감독회장 선거라고 주장한다.
6. 4년제라고 하면 유력 주자들이 다 탈락하고 직무대행이 쉽게 당선될 수 있다.
7. 여러 가지 소송과 다툼으로 극심한 혼란이 예상된다.

이와 같은 분석에 의해 감리회는 심각한 혼란에 접어들 것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또 다시 선거무효소송이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상황을 어떻게 타개할 지를 생각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첫째, 비송(非訟)으로 임시감독회장을 선임요청하는 것이 있고, 둘째, 소를 취하하는 것이 있었습니다. 

비송으로 임시감독회장을 선임요청하는 것은 여러 가지 문제가 있었습니다. ①이철 직무대행이 있는데 법원에서 임명하는 임시감독회장을 받게 되면 둘이 충돌이 일어나고 대중의 정서상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②임감이 선임이 된다해도 언제 될지 모르고시기상으로 늦어서 감독선거와 함께 선거를 치르지 못할 확률이 컸습니다.

이런 이유로 비송으로 임시감독회장을 선임하는 방법은 포기했습니다. 그래서 소의 취하를 생각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직무대행체제 아래에서 더 혼란으로 갈지 아니면 소를 취하해서 전명구 감독을 복귀시킬지 고민을 했습니다. 결론은 소의 취하였습니다. 

물론 피선거권문제와 금권선거문제를 확정하지 못한 것은 아쉽습니다. 금권선거문제는 전명구, 이철, 조경열, 어느 누구도 자유롭지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전명구 감독만을 문제삼는 것은 공정하지 못한 것입니다.

소의 취하를 고민하면서 전명구 감독회장 측과 어떻게 개혁을 할 것인지를 조율했습니다. 그리고 합의문을 만들었습니다. 본부의 개혁과 감리회의 여러 제도에 관한 개혁에 대해 합의를 했습니다. 이 합의문은 다음 주 중에 공개할 것입니다. 어떤 야합도 없었고, 만약에 합의문에 관한 비난이 있다면 그 비난은 감수할 것입니다. 합의문대로 된다면 그 어떤 감독회장도 하지 못했던 개혁이 될 것입니다.

다 이겨놓은 소송을 취하한다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그냥 가만히만 있으면 이기는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소를 취하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더 극심한 혼란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었습니다. 

저는 전명구 감독회장이 보여준 개혁에 대한 진지함을 읽었습니다. 비난은 개혁이 시행되는지를 지켜보시고 2년 후에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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