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리교역사와 한생명신학연구소 성백걸 교수

 길가에 구르는 돌 


 
   1

당진에 들어서면
길가에 구르는 돌 하나
들에 핀 풀꽃 한송이
하늘에 흐르는 바람 한 점이
예사롭지 않다.
당진 천에 오가는 
송사리 붕어가 반기는듯 하고,
웬지 지나치는 사람들이 
남 같지 않다.

실로 남이 아니다.
모두 내 형제자매들이다.
땅이, 흙이 내 살이고
나무가, 숲이 내 허파고
산과 들과 마을에
감도는 서정이 내 맘이다.

찬바람 부는 겨울 아침
슬항리에서 호서중학교를 
가려고 친구들과 같이
자전거를 타고 오르던 
언덕길의 힘겨운 내 모습이
지금도 짠하다.

가끔 산행길에서
호흡하는 아미산의 
정겨운 숨결,
진관 뒤 봄날 영파산의 
눈부시게 싱그런 생명과
저 멀리 아련한 서해의 
아름다움을 아시는지요.

초여름 산언덕을 넘던 
풋풋한 발길,
가을 추석의 풍요로운 만남
은은한 달빛,
초겨울 추수 끝난
텅빈 들판에 맑게 흐르던 별빛,
비내리는 날이면
나가 거닐던 새뜰이
가슴에 사무치게 그립다.

2

우리 님은 
호수가에 핀 
고향의 풀꽃 한송이를
솔로몬의 모든 영광보다
더 사랑하셨다.

정든 이웃사람 하나를
천하보다 더 귀하게
모시고 섬겼다.
 
이른 아침이면
사랑하는 뒷산에 
올라 기도하며
친구들에게 들려줄
참된 삶의 길을
찾으셨고

자주가는 산에 올라
지친 이웃을 살리고
인류와 세상을 밝힐
영원한 생명의 말씀을
들려주었다.

고향의 서정 고향의 정서
고향의 사상 고향의 정신
고향의 역사 고향의 전통에서
영원한 하나님 나라의 진리, 
하늘 본향의 귀한 빛을 
찾아 닦아내어서
함께 나누셨다.

길에서
들에서
회당에서
집에서
산에서
호숫가에서
고요히 온 심혈을 다해
생명의 불꽃을
사르셨다.

3


당진에서 이루어진
지난 한 세기를 훌쩍 넘는
신앙생활의 발자취,
거룩한 사랑의 헌신과 역정,
놀랍기도 하고
눈물겹기도 하고,
대단히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고,
의연하기도 하고
비껴가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하고
고맙기만 한
당진에서 열어낸
역사의 생명맥이다.

당진 논밭에서
땀흘려 거둔 성미로
내 생명이 컸다.
바다 갯벌에서 캔 
바지락 망둥이 실치로
내 몸의 건강이 생겼다.
눈 내리는 성탄에
푹푹 빠지며 돌던
새벽송의 발걸음이
새하늘 새땅의 정겨운 사랑을
그리워 하며 사는
내 서정이 되었다.

새벽기도의 밝은 시간이면
교회의 마루바닥에
나와 엎디어 흐느끼던
그 어머니들의 눈물방울들이
이제 사랑과 평화와 생명의 
강물이 되어 우리를 살리고
당진을 살리고
충청을 살리고
한반도를 살리며 
서해로 황해로 흐르고 흘러
동북아시아를 살리고
세계를 살리며
인류의 생명을 해맑게 
닦으리라.

뭐 대단한 것이
아니라
길가에 나부끼는 
흙먼지 하나,
당진 뜰에 내리는
빗방울 하나를 
예사롭지 않게 보며
창조주의 섭리와
구원의 자취를 읽어내려는
겸허한 사랑의 눈빛들이

역사의 길가에 구르는
돌 하나에도 새겨진
하나님 나라의 역정을
새롭게 발견하며

당진이 어느덧
한반도에서
동북아시아와 세계를 밝힐
제 3동방의 등불을
켜게 하는
새역사의 손길이 되게 하리라
     
  - 이천십팔년 유월 이십이일, 당진기독교 역사문화교육사업의 가슴 설레이는 발걸음을 소중한 이들과 함께 내딛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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